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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 2016년 집(家) 리포트 집의 형태는 다양하다. 비슷한 건물 안에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철학과 삶이 배인 집이 있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좋은 집’이던 개발 시대의 집 짓기에서 벗어나 직접 집을 고치는 이들이 있다. 전기고지서가 없는 주택, 이웃과 함께 하는 홀로 사는 도시인들의 공동주택, 땅을 빌려 지은 집, ‘셀프’로 지은 집 등 다양하게 해체·재구성되고 있다.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 (1)달동네, 다시 짓는 집뉴타운 신기루에 상처난 성곽 골목이었다. 재개발 광풍에 투기꾼 득실댔고,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또 한번 아팠던 한양도성 아래 성북구 삼성동1가. ‘동네목수’된 주민들이 집 수리했고, ‘뚝딱뚝딱’ 망치소리가 울렸다. 노부부의 50년 넘은 ‘안테나 집’.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대문은 3개”. 마을.. 2016. 12. 16.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7) 집값 악명높은 런던에 내가 지은 내 집 ‘셀프 빌딩(self-building)’ ‘내 집’을 갖는다. 가족들의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 내 손으로 지은 집이다. ‘셀프 빌딩(self-building)’은 단어 뜻 그대로다. 건설사에서 똑같이 제작한 아파트, 건축사무소에서 제안한 설계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갖고 싶은 공간들로 채운 집이다. 영국 런던 루이셤 지역 월터스 웨이에 ‘셀프빌딩’ 방식으로 지어진 주택 내부 모습. 집의 외형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집안을 보면 거실 한가운데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이 불쑥 솟아 있는 등 각자의 개성을 살려 꾸몄다. 영국 사진작가 타란 윌크후(Taran Wilkhu) 제공 영국 런던 남동부의 자치구 루이셤에는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로 둘러싸인 런던 도심 주택가에서 볼 수 없는 집들이 늘어선 동네가 있다. 경사진 언덕길에 상자 형태의.. 2016. 12.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3) ‘땅 빌려’ 지은 사회주택, 서울 하늘 아래 월세가 9만원 한국의 모든 집들의 가격을 합하면 3519조5000억원(국민대차대조표 기준)이다. 주택과 그 건물이 올라서 있는 땅의 가치를 더하면 그렇다. 땅과 주택을 분리해 따지면 토지가 2276조7000억원, 건물이 1242조8000억원으로 부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집값의 64.6%, 3분의 2가량은 땅값이라는 얘기다. 토지 부담만 덜면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땅을 사지 않고 빌려 짓는 집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더불어 숲 성산’. 11가구가 반전세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이 집은 15.39㎡(4.6평)짜리 원룸이 보증금 5462만원에 월 임대료가 9만7540원이다. 인근 신축 빌라의 비슷한 크기의 원룸은 보.. 2016. 12.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4) 꿈꾸는 청춘의 고시원 해가 저문 서울 신림동 고시촌은 제법 어둑했다. 밤이 되면 건물마다 작은 창으로 새어 나오는 희끄무레한 형광등 불빛들만 몇개 보일 뿐인 조용한 동네다. 지난 17일 밤, 고시촌에선 다소 낯선 주황색 둥근 전구 등이 옥상을 환히 밝힌 건물을 찾았다. 치킨과 맥주, 간단한 간식과 음료들이 차려진 식탁에 예닐곱 청년들이 둘러앉았다. 낮에도 밤에도 고요한 고시원 골목의 정적을 깨고 낮은 음악 소리와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쉐어어스 옥상에서 입주자들이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 기자 고시촌 언덕 초입에 자리 잡은 ‘쉐어어스’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입주자들의 저녁모임이었다. 1년 전 리모델링된 이 건물에는 19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처음 보는 이들과는 첫인사를, 오가며 마주치던 이들과는 모처럼 만에.. 2016. 12. 5.
[르완다] ‘더’가 아닌 ‘잘’먹기…이젠 영양실조에 울지 않아요 ㆍ‘이유식 조리법’의 작은 기적 아프리카 르완다를 가다 르완다 루치로주 기항고에서 한 아이가 몸무게를 점검하기 위해 체중계에 매달려 있다. 월드비전은 코이카(KOICA)와 이 지역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5세 미만의 영유아와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지역에서 먹거리 개선 방식을 찾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세살배기 아들 케빈을 안아 올린 엄마 클레멘타인(28)은 저울의 눈금을 확인하고 나서야 미소를 띠었다. 눈금이 가리킨 숫자는 16. 르완다에서 남자아이가 정상적인 성장을 하면 36개월에 몸무게는 최소 11㎏에서 18㎏은 돼야 한다. 케빈의 두 달 전 몸무게는 12㎏이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팔뚝도 얇았어요. 간신히 정상수치를 넘긴 수준이라 우리 아이가 제대로 자라고 있는 것.. 2016. 10. 21.
몽골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몽골의 총 인구 300만명 중 1%, 3만명이 한국에서 산다. 고등학생 10명 중 8명이 대학을 가는 높은 교육열 속에 유학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도 한국이다. 몽고반점을 함께 지닌 두 나라 사람들은 문지방은 밟지 않으며, 모서리에는 앉지 않는 풍습만 같은 것이 아니었다. 90년대 감성이 물씬한 드라마 의 아련함, ‘원조 막장’ 의 상징인 ‘민소희의 점’도 공유한다. 지상파 방송을 프라임 시간대에 틀면 언제나 한국 배우들이 더빙한 목소리로 등장하는 덕이다. 돼지고기는 ‘깨끗하지 않은 음식’으로 여겨 먹지 않았던 몽골인들이 가족, 친구들과 야외에 나가면 삼겹살을 굽는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가스레인지를 집집마다 들여 놓게 된 것도 드라마에서 자주 접한 장면들 때문이라고 하니 한국 드라마는.. 2016. 9. 23.
사유보다 ‘공유’ 함께 누릴 땅으로…‘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 기차가 멈춰 철길만 남은 땅이었다. 고층 건물을 새로 올려 쓸모 있게 개발하기 전까지 철제 담장을 둘러 비워둘 참이었다. 하지만 인적이 끊긴 담장 주변은 스산한 골목이 돼 버렸다. 흉물로 남겨두지 않으려면 나대지에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해야 했다.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기다란 공원. 경의선 숲길의 염리동 구간 끝자락, 널찍한 공터에 토요장이 섰던 것은 이 때문이다. 기존의 철길을 정비해 만든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의 연남동 경의선 숲길. 이준헌 기자 ■폐선부지에 주민들이 가꾼 ‘늘장’ 언제나 장이 서길 바라며 이름 붙였던 ‘늘장’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 경의선 폐선부지에서 열렸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의 철도 유휴지, 다시 말해 국유지다. 관리를 담당하는 마포구는 골칫거리가 된 공터를 도심에서 공간이 간절.. 2016. 7. 19.
[행복기행] 싱가포르 하지레인의 ‘불금’ 통제로 만든 싱가포르? “다양한 민족 함께 살기 위한 규칙” 야간 금주령 속 해방구 ‘하지레인’…자유에 취한 걸까, 목마른 걸까 싱가포르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비행기가 창이국제공항에 다다르자 승무원은 착륙 안내와 함께 마약에 대한 경고방송을 하며 입국신고서를 확인하라고 했다. 신고서 뒷면엔 ‘국내법에 따라 마약밀수는 사형’이라는 영어 경고문이 굵고 빨간 글씨로 찍혀 있었다. 공항을 나와 시내로 향하는 지하철에서도 경고가 이어졌다. 담배를 피우면 벌금 1000싱가포르 달러(약 85만원), 비상벨을 잘못 누르거나 화기(火器)를 소지한 경우엔 5000싱달러(426만원), 차량 안에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셔도 500싱달러(42만원)를 물린단다. 몹시 목이 말랐지만 가방에 든 물병을 꺼낼 수 없었다. 길을 걸.. 2016. 5. 24.
[행복기행] ‘종족 말살’ 제노사이드 겪은 르완다···‘여성의 지옥’서 성평등 국가로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도착한 지난 1월21일 오후. 하늘은 맑았고 쨍한 햇볕이 내리쬈지만 마른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줬다. 한국의 늦봄 같았다. 이글거리는 태양만 생각했던 아프리카 ‘초짜’는 그저 머쓱한, 상쾌한 날씨였다.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입국 비자를 보여주고 5분만에 수속을 마치고 나온 공항 밖에서 플뢰르(36)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차를 타고 숙소로 가는 길은 상상했던 아프리카를 또 한 번 빗겨갔다. 정돈되고 깨끗한 길, 복잡해도 질서 있는 도로. 곳곳에 붙은 ‘도시는 깨끗하게’(keep city clean)라는 문구 그대로였다. 지난 1월21일 도착한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 대한 첫인상은 ‘깨끗한 도시’였다. 새벽 5시부터 도로를 청소하는 근로자들이 길을 쓸고 닦는 것으로 키갈리의 하.. 2016. 4. 19.
[라운드업]개성공단 폐쇄 닷새간 이어진 설 연휴의 마지막날이었던 2016년 2월10일. 이날 오후 정부는 사전브리핑을 열어 오후 5시 엠바고 발표 사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이다. 2013년 북측 폐쇄 이후 석달여 만에 공단을 다시 열면서 앞으로 정치적인 영향에 의해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던 우리 정부가 북한 제재안의 일환으로 먼저 공단 폐쇄를 결정한 것이다. [2월10일] 북 돈줄 끊겠다고…남북관계 끊은 정부 개성공단 내에서 장비와 자재들을 가득 실은 차량 운전자가 11일 오후 개성을 떠나 남북출입국사무소를 통과하다 북한 번호판을 떼어내고 있다. 이석우 기자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커졌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예상했다고 하기엔 입주기업 대표들의 충격은 컸다. .. 2016. 4. 8.
인공지능과 도시 공간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우리의 이동방식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 공간의 모습도 바꿔놓을 수 있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심은 넓직한 차도 중심의 공간이 됐고 도시 밖 근교에 살며 출퇴근을 하는 이들이 생겼듯 말이다. 15일 서울연구원의 서울미래보고서 을 보면 자율주행차가 바꿔놓을 도시의 삶이 담겨있다. 이종덕 한국교통연구원 국정교통연구본부 박사와 고준호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와 미래도시’를 통해 자동차 비중이 줄어든 도시공간을 재구성했다. 그림을 누르면 원문 보고서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서울연구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2035년이면 전체 자동차 매출의 75%는 자율주행차(연 9500만여대)가 차지할 것이며(미국 네비건트 리서치), 2040년이.. 2016. 3. 15.
서울역 고가 주변, 차량 줄어 속도 더 빨라졌다 서울역 고가에 차량통행이 멈춘 지 보름이 지났다. 대체도로 없이 찻길을 없애면 혼잡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교통대란은 없었다. 하루 4만6000대. 서울역 고가 오르내리던 차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서울시가 지난 28일 측정한 고가 폐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로들의 출근시간(오전 7~9시) 평균 속도는 시속 23㎞였다. 폐쇄 뒤 열흘간(14~24일) 평균도 22.6㎞인데, 지난해 같은 시기(12월 둘째주·21.1㎞)보다 조금 빨라졌다. 서울역 주변 통행속도가 오전엔 평균 20.3㎞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흐름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원활 지난 13일 자정부터 폐쇄된 서울역 고가 주변으로 30일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4대문 안 출근시간 대 차량 평균 속도가 최대 시속 2㎞가량 빨라졌다고 .. 2015. 12. 30.
공공납품 때 입찰 가산점? 영세서점 살아날까? ㆍ최저입찰제 보완 방법 없어 실효성 떨어져 영세서점이 지자체나 교육청에 도서를 납품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입찰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계약예규 개정안’을 내년 1월1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운영하는 서점을 비롯해 소규모 동네서점이나 사회적기업이 입찰할 때 추가 점수를 줘 총점이 올라가도록 해 공공도서관 등에 납품하기 수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매 금액이 5000만원을 넘으면 제안 내용 등을 사전에 공개해 공정성을 높이고 입찰할 때 필요한 요건도 줄여 문턱을 낮추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동네서점 판로 찾기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동네서점이 공공납품에서 밀.. 2015. 12. 29.
[일본 골목상권 이야기] 40년간 임대료 오르지 않은 도쿄 구니타치 약국 “부동산 버블 겪어보니 눈앞 임대료 인상은 장기 수익 도움 안돼” ㆍ‘40년간 임대료 오르지 않은’ 일본 도쿄 구니타치 약국 일본 도쿄 구니타치(國立)시는 히토쓰바시(一橋)대학을 비롯해 음악대학, 사립중학교 등 학교가 많은 도시다. 청소년 보호를 위해 정부는 구니타치역 주변 1㎞ 내에 술집, 유흥주점 등이 들어올 수 없는 문교지구(文敎地區)로 지정했다. 그래서 인구 7만명의 이 소도시는 전철로 30분 떨어진 신주쿠 등 도쿄 도심처럼 번화하지 않다. 하지만 1920년 도시계획으로 마을이 형성될 때부터 생긴 오랜 상권은 역을 중심으로 굳건히 터를 지키고 있다. 역 앞 왕복 4차선 도로 양쪽 500m 구간엔 가게만 80여곳이다. 상인들이 만든 상점회도 60년 넘게 꾸려오고 있다. 안쪽 이면도로 상가엔 빈가게가.. 2015. 12. 25.
“동네 불 꺼지고 나서 알았죠…상인 있어야 건물주도 있다는 걸” “이대 뒷골목은 영원할 줄 알았죠. 잊혀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숙촌이 의류·미용 상가로 뜨기 시작하면서 가게를 구하는 상인이 줄을 섰다. 임대료는 저절로 올랐다. 2000년대 온라인 쇼핑몰에 밀리면서 다시 잊혀졌다. 90여개 달하던 가게 중 30곳이 문을 닫았다. 토박이 건물주들이 머리를 맞댔다.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골목으로 만들어보자고… ㆍ“5년 동안 임대료 안 올립니다” 이대 뒷골목 건물주들의 약속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대 뒷골목. 29채의 건물이 들어선 골목길에 한두 해 전부터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골목의 숨통이 트이면서 건물주들은 약속을 하나 했다. 앞으로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200m 남짓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건물 29채가 .. 2015.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