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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집 이야기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3) ‘땅 빌려’ 지은 사회주택, 서울 하늘 아래 월세가 9만원

by bomida 2016. 12. 5.




한국의 모든 집들의 가격을 합하면 3519조5000억원(국민대차대조표 기준)이다. 주택과 그 건물이 올라서 있는 땅의 가치를 더하면 그렇다. 땅과 주택을 분리해 따지면 토지가 2276조7000억원, 건물이 1242조8000억원으로 부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집값의 64.6%, 3분의 2가량은 땅값이라는 얘기다.


토지 부담만 덜면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땅을 사지 않고 빌려 짓는 집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더불어 숲 성산’. 11가구가 반전세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이 집은 15.39㎡(4.6평)짜리 원룸이 보증금 5462만원에 월 임대료가 9만7540원이다. 인근 신축 빌라의 비슷한 크기의 원룸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 45만원,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 50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 최근 전세 매물은 거의 없는 상태지만 이들 원룸의 집값을 전세로 환산하면 9200만원에서 1억원 수준. 더불어 숲의 임대료는 시세의 절반 정도인 셈이다.


같은 건물의 방 2개짜리 30.83㎡(9.3평) 집은 1억1175만원에 월 21만원, 1억3374만원에 24만원이다. 별도 테라스가 있는 37.42㎡(11.3평)짜리 복층집은 보증금이 1억2367만~1억4262만원, 월세가 22만~25만원씩이다. 역시 주변의 크기가 비슷한 28~30㎡ 규모의 다세대주택 전세가 2억~2억25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시세의 70%선에 나온 것이다. 


“집값의 60% 남짓한 땅값이 들지 않으니 서울 한복판 주택가라면 불가능한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는 사회적기업 ‘녹색친구들’의 김종식 대표의 말이다.


집이 들어설 231㎡(70평)의 부지는 서울시가 사업을 맡은 ‘녹색친구들’에게 30년간 임대한 것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땅의 감정평가액은 11억7000만원. 매년 이 금액의 1%인 약 1200만원을 ‘땅세’로 내야 한다. 하지만 평당 1800만원이 넘는 땅을 직접 사들이는 부담을 덜었다.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땅을 빌려주고 민간이 건축을 맡아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공공의 자원을 사용해 집값을 낮춘 만큼 입주자격은 제한돼 있다. 우선 소유한 주택이 없어야 한다. 소득은 1인 가구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의 70%(2015년 기준 337만1665원), 맞벌이 가구는 100%(481만6665원) 이하만 가능하다.


임대차계약은 2년씩 4번까지 연장할 수 있어 원한다면 10년 동안 이사할 필요 없이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다. 임대료 인상도 연 5%를 넘지 않는다. 


‘더불어 숲 성산’은 홍대와 연남동, 망원동이 인접한 입지조건까지 맞물리면서 입주자 모집에 가구수의 5배가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특히 원룸은 경쟁률이 7 대 1이었다. 김 대표는 신청자의 82%가 34세 이하 미혼이었으며 원룸 경쟁이 치열했던 점에 주목했다. “그만큼 서울살이에 주거가 당장 절실한 청년층이 많다는 뜻이죠. 들어오면 10년까지 살 수는 있지만 이 기간을 꽉 채워서야 되겠습니까. 아낀 집세를 모아서 목돈을 만들고 소득이 늘어나서 더 좋은 주거로 옮겨야죠. 이 집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지를 사지 않고 공공에서 빌려 땅값 부담을 낮춰 지은 집 중에서는 사회주택이 아닌 일반 공동체 주택과 아파트도 있다. 마포구 서교동에 SH공사가 매입한 2층 양옥집에 8가구가 협동조합을 꾸려 지은 다세대주택도 마찬가지다. 입주자들은 50~70㎡(15~22평)씩 집을 짓는 데 가구마다 7000만~1억5000만원씩 부담했다. 6호선 망원역 인근 다른 신축빌라 분양가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43%)이다. 부지 290㎡(88평)의 감정평가액에 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2.41%)를 곱한 월 270만원 정도를 집 크기에 따라 나눠 가구당 32만~33만원씩 매달 부담하지만 주변 시세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다.



정부가 서울 서초·강남과 경기 군포에 토지는 공공이 소유해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했던 ‘반값 아파트’ 700여 가구도 마찬가지였다. 우면동에 지어진 아파트는 전용면적 59㎡의 분양가가 3.3㎡(1평)당 570만원으로 3.3㎡당 2000만원대인 주변 아파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월 35만원의 토지임차료를 내야 하지만 이 동네에서 같은 크기의 아파트를 1억4000만원에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경쟁률이 100 대 1까지 올라갈 정도로 수요가 많았으나 정부는 부지선정이 쉽지 않고 사업비 회수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지난 8월 사업의 근간이 된 토지임대 건물분양법을 폐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최승섭 부장은 “토지임대부로 공공이 땅을 가지고 있으면 당장 현금화할 수는 없어도 공공의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투기도 배제돼 주택을 자산증식을 위한 소유보다 실거주 개념으로도 바꿀 수 있는 정책”이라며 법을 다시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집은 그간 살기 위한 공간을 넘어 자산을 불리고 투자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빌린 땅에 집을 짓고 토지임대차계약이 끝나면 반납한다’는 전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지금부터 30년간 땅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한다.


“토지임대부로 집을 지은 땅은 민간의 것도 공공도 아니에요. 사회의 땅이 되는 것이죠. 사회화된 토지에서 지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으로 사회적인 임대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땅을 빌린 동안은 서울시도, 사업자도 마음대로 할 수 없어요. 이렇게 지어진 집의 최대 수혜자는 입주자입니다. 땅이 오롯이 입주자들의 것이기 때문이죠. 30년 후 계약이 끝나도 이 주택의 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되면 또다시 30년을 재계약하면 됩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에는 조건 하나가 더 있다. ‘더불어 숲 성산’은 전 가구원들이 3.3㎡씩을 공유공간으로 내놓는다. 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이다.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땅을 빌려주는 대신 시가 내건 조건이다. 특히 이 주택은 친환경·생태적인 ‘서울살이’에 대한 고민을 하는 집으로 만들려고 한다. 입주자들이 함께 쓰는 1층 공용공간과 옥상뿐 아니라 대용량 세탁기를 같이 쓸 수 있는 세탁실을 두며 주민들이 원하는 강의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카페도 만들 계획이다. 이곳에서 나온 수익은 입주자들의 대출금 상환이나 주택에 재투자하는 데 쓸 수도 있다. 





입주를 희망한 이들의 신청서에도 같은 집에서 살게 될 거주자들과 어떤 것을 나눌지 고민하는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심박 수나 먹거리 영양을 체크하겠다는 간호사, 갈등조정 역할을 맡겠다는 심리상담사 등 재능을 나누고 싶다는 이들도 있다. 김 대표는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주거 안정성도 있지만 동네에서 작은 단위로 도시재생이 이뤄진다는 측면도 있다”며 “마을 공동체가 꾸려지는 공간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산동 주택을 완성한 뒤 같은 방식으로 사회주택을 2곳 더 만들 예정이다. 총 3채의 집에 30가구 정도를 받아 운영하면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월세를 더 낮출 여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주거에 취약한 청년층 등이 지불가능한 임대료 수준의 사회주택을 계속 공급하기 위한 관건은 결국 공공의 토지를 확보할 자금이다. 서울시가 내년 상반기까지 8개의 사회주택을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조성해 100가구가 살 수 있게 될 전망이지만 서울의 비싼 땅값을 지자체에서 감당하기란 녹록지가 않다. 


특히 재정이 취약한 지방정부들은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 자산을 팔아 재정을 보충해온 역사가 길다. 토지임대부 같은 공공성이 큰 주택사업을 하려고 해도 땅이 없으며, 다시 사려고 해도 돈이 없는 악순환이다. 김 대표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개정해 주택도시기금에서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거나 정부가 사회주택기금을 만들면 공급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땅을 빌려 지은 집은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소유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집에서 살려면 어떻게 살지가 더 중요해지고, 주거에 대한 철학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철거 대신 대안개발…버려진 공장 ‘에너지 마을’로 재탄생]
 네덜란드 헤이그 ‘물거미 마을’

네덜란드 헤이그 도심에서 에너지를 아끼고 환경을 가꾸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마을 가운데엔 갈대 연못이 있고 텃밭과 꽃밭이 골목 여기저기 작은 정원을 이룬다. 도시와 어울리지 않을 듯한 ‘물거미’(de waterspin)라는 이름의 동네다. 4층짜리 건물 2개동에 39채의 집에서 130명의 주민들이 산다.

네덜란드 헤이그 도심의 ‘물거미 마을’은 주택협회가 시 정부의 땅을 싼값에 빌려 지은 사회주택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도시의 주택가에선 보기 힘든 연못은 마을의 정화장치다. 가정에서 쏟아내는 하수의 일부를 깨끗하게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처리된 물은 세탁실로 흘러가 빨래를 하는 데 쓰인다. 빗물을 받아두는 저장소도 집마다 설치돼 있어 화장실 변기용으로 재활용한다. 이곳에선 물뿐 아니라 열도 모은다. 지열을 담아두는 장치로 전기 대신 난방을 하고, 지하수를 데우기도 한다. 지하 60m 깊이에 연중 평균 13도로 유지되는 지하수가 있는데 이를 끌어올려 지열로 데운 뒤 50~60도의 온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39채의 집과, 마을 안 9개의 가게에서 지금까지 천연가스 2만8000큐빅미터(㎥)를 절약하고 탄소 배출량도 5만㎏를 줄이는 효과를 봤다.

물거미 사람들이 1998년 만든 이곳은 1900년대 전후 헤이그에서 가장 큰, 직원 600명 규모의 공장이 있던 부지다. 산업 쇠퇴기 헤이그시 정부는 공장을 부수고 그 자리에 고층 건물을 지어 도심 개발을 하려 했다. 하지만 이곳이 터전이던 사람들, 동네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싶어 하는 이들이 반대운동을 벌였다. ‘물거미’ 재단 공동대표 기타 듀네스는 “버려진 공간이었지만 1908년 지어진 옛 건물이 산업 유산으로 남아 있던 장소”라며 “주민과 노동자들이 참여해 철거와 신축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물길,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대안개발을 원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고 네덜란드 일간지 트라우에 말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연못은 생활 하수를 정화한다. 더 워터스핀 홈페이지

마을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 모습. 더 워터스핀 홈페이지


이들이 원하는 그림대로 마을이 만들어진 것은 시 정부가 이 땅을 주택협회 ‘페스티아’에 저렴하게 임대하기로 하면서다. 5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협회가 빌린 땅에 임대주택 21가구와 일반 분양주택 18가구를 짓도록 결정이 났고, 주민들은 여기에 물거미 마을을 꾸리기로 했다. 땅을 사지 않고 빌려 지은 만큼 협회는 시세보다 싼값에 사회주택을 임대하면서 소득이 많지 않은 이들도 세를 얻어 살게 된 것이다.

임대주택 비중이 절반을 넘는 네덜란드에서 세입자의 32~34%는 이런 사회주택에서 산다.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시 정부가 주택협회에 시장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50년까지 토지를 임대하면 공익성을 추구하는 협회는 거주비 부담을 낮춘 집을 공급한다. 네덜란드에는 390여개의 주택협회가 있고 이들이 공급하는 주택의 90% 이상이 연 소득 3만3614유로(약 4200만원) 이하의 거주자들이 산다. 특히 사회주택에서 살면서 연 소득이 4만3000유로(5300만원) 이하일 경우 임대료는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다. 이보다 많이 버는 거주자들만 물가상승률에 5%를 더한 임대료 상승률을 적용받는다. 빈곤층과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에 맞는 큰 집도 있다. 각자의 소득에 따라 혹은 생애주기에 따라 지불 가능한 수준의 주택을 찾아 세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