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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공지능과 도시 공간

by bomida 2016. 3. 15.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면 우리의 이동방식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도시 공간의 모습도 바꿔놓을 수 있다.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도심은 넓직한 차도 중심의 공간이 됐고 도시 밖 근교에 살며 출퇴근을 하는 이들이 생겼듯 말이다.


15일 서울연구원의 서울미래보고서 <미래기술과 미래서울>을 보면 자율주행차가 바꿔놓을 도시의 삶이 담겨있다. 이종덕 한국교통연구원 국정교통연구본부 박사와 고준호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자율주행차와 미래도시’를 통해 자동차 비중이 줄어든 도시공간을 재구성했다.



그림을 누르면 원문 보고서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연구원 홈페이지 바로가기


2035년이면 전체 자동차 매출의 75%는 자율주행차(연 9500만여대)가 차지할 것이며(미국 네비건트 리서치), 2040년이면 자동차의 75%는 무인차가 될 것(미 전기전자기술자협회)이라는 전망이 나와있다.


이 같이 자율주행차가 주류가 된 미래에는 우선 지금의 도시공간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차로가 대폭 줄어들 것이다.


자동차가 정해진 차선을 따라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기차와 같은 개념이다. 열차가 지나는 철로는 넓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율주행차로 역시 차체 크기만큼이면 된다. 또 사람이 도로 상황을 인지해 그때그때 판단에 따라 제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선을 바꾸고, 좌회전이나 우회전하는데 필요한 여유 공간도 둘 필요가 없다. 그러면 도로는 직각에 가깝게 설계될 수 있다.


또 주행차를 도시교통 시스템에 연동해 흘러가게 하면 사람이 눈으로 보고 지켜야하는 신호등도 없어지게 될 것이고, 주차도 최소 동선만 남긴 형태로 줄일 수 있어 주차장 면적도 감소한다.


구글이 만든 무인자동차(그래픽 출처: 뉴욕타임스)



특히 차를 사람이 조종하는 구조에선 운전을 할 때도 자신의 공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크다. 이 때문에 개별적으로 차량을 소유하는 경향성이 커진다. 운전면허가 없는 사람을 위한 이동수단, 즉 택시 등의 대체 교통수단도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운전을 할 수 있던, 없던 자율주행차만 타면 이동이 가능해질 경우 꼭 내 차량을 소유할 필요성도 적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무인차 시대가 되면 미국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로망’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공유차가 늘어나게 되고 전체 차량 숫자 감소로 이어진다. 게다가 자동차 공유가 많아지면 주차장의 필요성은 더 줄어드는데, 차가 오랫동안 머무는게 아니라 잠시 대기하는 최소 공간만이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스타십 테크노롤지의 무인택배용 카트. (사진 출처: starship.xyz)



자율주행차가 도시에서 차지하는 자동차의 ‘지분’을 줄여주면, 도시공간을 이용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당장 개별 건물이나 건축물 단지 내 주차공간을 대폭 축소돼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다. 교통혼잡에 대해 혼잡세를 받는 식으로 억제 방안을 마련할 시간에 다른 도시계획을 구상할 수도 있다.


노인과 장애인 등 운전을 할 수 없었던 교통약자들의 이동성 확보도 쉬워진다. 이미 일본은 교통사고를 줄이려는 목적 외에도 고령자를 위한 복지적 측면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가 가장 먼저 상용화되는 곳은 실버타운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미래기술과 미래서울>에는 2045년쯤 서울의 다른 모습들도 담겨있다. 박성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미래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이 작성한 ‘新기술과 도시사회 변화’를 보면 다양한 상상이 담겨있다.


하와이미래학연구소가 4가지의 미래상을 제시한 것에 따라 도시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계속 성장(continued growth)할 것인가, 붕괴(collapse)될 것인가, 소비보다 보존, 물질적 성장보다 정신적 성장을 지향하며 지속가능(sustain)한 미래가 될 것이가 아니면 인간과 로봇의 융합, 우주시대의 시작으로 변형(transform)된 미래가 될 것인가.


영국 국방부의 2045년 예측보고서는 우선 세계 인구의 65%(60억명)은 도시에 거주하나 20억명은 슬럼에서 범죄, 과격파의 온 상이 된다. 사회적, 경제적 양극화는 심화돼 불안감이 증가하고 다양한 소요사태의 발생한다. 중국과 인도 등의 물재난을 겪는다. 한국은 2045년 통일돼 한반도는 핵무기 보유국으로 중국, 일본 등과 군사적으로 경쟁하며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이 같은 세계적 연구를 기반으로 보면 20~30년 뒤 도시는 경제집중으로 일자리를 도시에 몰리는 사람도 증가한다. 소득 격차는 심화되며 거대기업의 사회적 영향력도 더욱 커진다. 도시 집중화는 물 관리, 환경보존 문제를 불러 탄소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절감형 도시계획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고령화로 의료비가 증가하며 기업의 부담도 커진다.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큰 문제여서 생산형, 공장형 학교가 늘고 전문 서비스 인력을 양성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재해 대비가 늘어나 생존 교육이 전 학교에서 실시되며 자원 절약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진다. 사이버 주권과 로봇시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시민 교육 방식이 도입되고 사이버 안보 교육이 보편화된다.


서울은 어떤 도시가 될까. 둘 중 하나다.


재능도시’로 불리는 다국적 대도시가 되면 경제가 지속 성장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개인만 생존한다. 기업인의 정치적 영향력도 커진다. 인구는 수도권으로 집중되며 소득 양극화 심화로 도시별 경쟁이 심해진다. 메가시티로 성장한 곳은 글로벌 역량이 확대돼 많은 인재가 몰리면서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초연결도시’라면 경제는 저성장 기조로 들어가 에너지 고갈이 현실화된다. 소비보다는 보존을 중시하는 정책이 중요해지고, 생태균형 성장을 강조하며 직접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하다. 인구는 꾸준히 감소해 많은 도시공간이 공동화되지만 가상세계가 발달해 사람들은 물리적 공간에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저탄소 일터가 구현되고 에너지 절감형 도시 계획이 확산된다. 


도시민들의 삶도 구석구석 변화를 맞는다.


기업의 힘은 더 세진다. 다국적 기업이 안보, 외교까지 관여하면서 전통적인 정부는 퇴화돼 간다. 효율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어릴 때 유전자 검사를 받아 적성을 발견하고 일찍부터 자신의 일을 찾는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계층이 하락해 경제적 급수가 낮은 직업으로 가야 한다. 한 사람이 10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직업’은 정규직업이 아니라 프로젝트다. 출퇴근 시간은 단축돼 여가가 늘어나고 조직에 대한 소속감은 약화되지만 공동체 결속력은 높아진다. 이 같은 자기주도 일터에서 일이 많은 사람은 타인보다 자원을 더 소비하는 것으로 간주해 불이익을 받는다. 적정하게 일하고 평가는 스스로 한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거나 의미 있는 도전으로 정신적으로 고원한 자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학교는 필요에 따른 구조로 나뉜다.


기업학교는 기업의 목적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돼 학비, 생활비 전액을 지원하지만 졸업 후 재정을 제공한 기업에서 일해야 한다. 개인의 적성, 진로도 회사가 찾아준다. 팀워크가 강조되고 교사, 제자라는 호칭은 사라지며 고문, 팀 장,팀원 등으로 부른다.



공동체 학교는 문화적, 언어적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문화가 있다. 사회, 국가보다 마을, 공동체 단위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 학교의 중요성을 갖는다.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고 글로벌화에 대한 저항감도 커진다.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적응 지체자를 돕는 공감형 인재가 양성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삶의 모범을 보여 주는 구루(guru)의 역할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솔선 수범형 인성교육자다.


집도 미래엔 어떤 형태에서 사느냐 보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느냐에 방점이 찍힌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발전하면 인간과 환경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상호영향을 미친다. 가족은 혈연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 지고 로봇도 가정 구성원으로 대접 받는다.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필요에 따라 가족이 구성되거나 해체돼 전통적인 가족관계나 법적 결혼보다 관계 자체에 집중한다.혈연보다 공동의 목표를 갖고 협력하는 새로운 가족이 탄생한다. 다문화 가정이 늘어 사회적 인식도 변화한다. 국제 이주도 잦다.


움직이는 집이 등장하는데 레고블록처럼 이동해 다시 짓고, 다른집과 결합도 자유롭다. 기술의 발달로 집이 스스로 집사 역할을 수행하며 주인의 스케줄, 건강관리, 복잡한 인간관계도 조정해준다. 전통적 가사노동은 사라지고 집과 대화하거나 집을 마치 자식처럼 사랑해 줘야한다. 일과 가정의 경계도 모호해진다.


잦은 정전과 유가급등, 식량부족 사태가 닥친 미래엔 문제를 풀어낼 지역, 가족단위의 대응방안이 나온다. 공유와 나눔의 가치가 전례없이 부각되고 생태복원, 환경오염 완화에 사회적 역량이 투입된다.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 세대 간, 계층 간, 지역 간, 국가 간 연대가 강화된다. 식량 자급자족을 위한 도시 농업이 확대되고 업무 공간으로서 가정의 역할이 증대된다. 자연물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이 늘고, 국제적으로 에너지를 둘러싼 국간간 분쟁과 협력이 증가한다. 


에너지-프리 하우스가 등장해 가정용 자가발전기 보유는 필수가 된다. 에너지를 소비한 만큼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은 에너지 생산의 의무가 있고, 이웃과 에너지 나눔도 일상화된다. 






서울연구원의 보고서 <미래기술과 미래서울>에 담긴 배한일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의 ‘로봇기술과 사회 영향력’을 보면 2045년, 로봇기술에 의한 한국사회의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로봇사회 (Robot Society)

인공지능 로봇의 활용도가 늘면서 구조적 실업문제는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2030년대 후반 중국과 미국과 EU 국가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로봇을 부수고 불태우는 인공지능 금지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난다. 강한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을 이용한 기업들의 매출증가에 사회적 책임을 명목으로 이른바 로봇세(robotax)를 단계적으로 물리는 국제협약이 맺어진다. 2041년 한국정부는 중산층 이하 국민들을 대상으로 기본 소득세 시행한다. 매년 인공지능 로봇기술의 파급효과를 측정하고 기본소득세 지급률을 재조정 하는 것은 정치권의 가장 중요한 정책의제다. 일부 정치권과 노동단체는 로봇자산, 인공지능 소유권의 지분 절반을 사회 공유제로 전환하고자 제안하고 있다.


출처: www.cohort21.com/ashleybailey/2015/02


증강 인간사회(Augmented-humansociety)

인간과 로봇들이 긴밀히 연동하는 초연결사회가 강한 인공지능을 만난다. 인공지능 의존도를 높이나 통제를 당하기보다 인공지능을 두뇌에 접속시켜 자신의 지적 능력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구글과 네이버 같은 검색엔진이 사용자 두뇌활동과 실시간으로 연동된 것이다. 원하는 사람들끼리 특정한 상대의 감정, 지각능력을 공유하는 서비스가 등장한다. 타인의 감각기관을 통해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기억, 사고능력이 증폭된다. 인공지능을 통한 외국어 실시간 번역이 가능해지면서 외국어 교육수요도 크게 줄어든다. 두뇌 기능 향상과 공유는 이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새로운 신체, 즉 타인의 몸이나 기계를 자아에 포섭하려는 욕망을 부추긴다. 원하는 장소에 있는 타인의 신체에 접속해서 개인적 업무를 처리하거나 그곳의 환경을 대리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한다. 자율형 로봇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 두뇌기능을 증폭하는 원격로봇플랫폼 일명 ‘슈퍼맨 슈트’다. 자율형 로봇은 안마의자, 식기세척기처럼 편리한 가전기기의 하나일 뿐이다. 슈퍼맨 슈트(원격로봇플랫폼)에 접속하는 순간 지적, 신체적으로 크게 업그레이드된, 사실상 다른 인간으로 변신한다. 늙어서 주름진 피부, 흉터, 신체적 장애나 허름한 패션도 원격로봇플랫폼 영상장치에는 멀쩡하고 매력적인 외모를 갖춘 것처럼 보이도록 교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외국에서 누구를 만나도 현지어로 대화가 가능하고, 덥고 추운 날씨 때문에 지치지도 않는다. 인공지능과 원격로봇기술을 통해 두뇌와 신체능력이 강화된 인간을 증강인간이라고 명명하며 슈퍼맨 슈트는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렌털 서비스가 된다.


큰 변화 없음(society as usual)

일상 속에는 주인의 눈치를 살피면서 대화하고 특정 분야에서 개별 전문가보다 정확한 판단이 가능한 인공지능 서비스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결정은 여전히 사람들이 내린다. 경험이 풍부한 인간들의 집단지성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이다. 노약자의 신체활동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도 어르신들이 야외활동 할 때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인간의 노동력, 창의성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커버하기 어려운 서비스 분야에서 여전히 효용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간자아를 확장 하는 원격현실로봇은 2029년 미국과 중국, 프랑스에서 연달아 터진 대규모 자폭테러사건의 도구로 악용된다. 테러현장에는 불에 탄 로봇부품만 뒹굴고 배후에서 조종한 범인을 한명도 잡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이후 각국 정부는 원격현실로봇의 세부성능과 사용목적, 운용지역을 엄격히 규제하는 정책을 펼친다. 그 결과 시장에서 거의 퇴출된 상황이다.


아바타 사회

2039년 현대차의 구원투수로 영입한 인도인 회장은 스마트카를 잇는 차세대 먹거리를 고심하던 끝에 국내 최대 이동통신사와 대만 홀로그램 전문업체, 미국 원격로봇업체를 잇따라 인수하는 결단을 내린다. 앞으로 사람들의 이동수요가 자동차 외 아바타 로봇으로 상당부분 대체될 것이란 시장예측에 따른 것이다. 홀로그램 기반의 아바타 로봇은 세계 시장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아바타 로봇을 둘러싼 거대한 생태계가 생겨났고 수많은 벤처기업이 아바타 로봇의 액세서리와 애플리케이션을 연이어 출시했다. 실제 인간을 대변하는 아바타 로봇을 어떻게 대우할지가 중요한 사회이슈로 공론화됐다. 경제계는 “원격로봇으로 활동하는 인간”의 법적 지위를 제도화하고 평등한 사회활동을 보장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했다. 한국은 헌법 개정을 통해 아바타 로봇을 법적인 주체, 법률적인간으로 인정하고 일정수준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 세계 최고의 국가가 됐다. 물리적 능력을 갖춘 미디어(원격로봇)로 매개된 법인격이 실제 자연인에 근접한 주체성과 법적 권리를 행사할 경우 ‘매개인’(媒介人·meidaedperson)이라는 법률 용어로 정의한다.

국내에 설치된 원격로봇을 통해 인지노동을 제공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착취문제도 불거진다. 영화 <슬립 딜러>(Sleep Dealer)에서 묘사한 미래사회는 멕시코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국경을 넘는 대신 미국 영토에 설치된 여러가지 로봇장비를 조종하는 원격노동으로 돈을 번다. 2045년 한국사회에는 멀리서 조종하는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원격로봇장비가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로봇 렌털 업체들은 개도국 인력관리회사와 제휴해서 턱없이 낮은 임금으로 원격로봇을 운용해서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진보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도국 노동자+원격로봇’의 조합은 국내 노동시장에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