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602 고립에서 공생으로…다시 꿈을 채워가는 고시촌 청년 주거 빈곤층의 공간 신림동 고시원의 변신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을 포기한 공간. 층마다 얇은 칸막이로 조각낸 방들이 늘어선 고시원은 시험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료 혹은 경쟁자와 함께 살며 샤워실과 화장실뿐 아니라 냉장고까지 공유하는 곳이다. 나와 옆 사람의 방은 벽과 문으로 나뉘었지만,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서로의 ‘공부권’을 지키기 위해 말 대신 필담이 오가는 고시원은 빛·소리와 냄새마저도 조심스러운, 억눌린 공생의 장소다.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의 개인은 철저히 고립됐던 고시원. 이 작은 방들이 젊은이들의 공유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지난 8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녹두거리 맞은편 고시촌 골목은 고요했다. 대부분 주민들이 밖으로 나간 낮 시간대이기도 했지만 사법시험 폐지를 .. 2015. 9. 19. 서울시, 상가 세입자 보호조례…월세 과도하게 안 올리면 세금 감면·리모델링 비용 등 지원 일본이나 유럽에 오래된 가게들이 많이 남아있는 건 우리와 문화가 다르고 살아온 도시화, 산업화의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들에 가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독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에너지친화 주택들은 각 지자체와 정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 가보면 이온몰 같은 대형마트는 도심에서 거의 보기 힘들고 치바 등 외곽으로 나가야 있죠. 대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우리와 다른 것도 있지만 조례나 규칙같은 것으로 막는 장치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영국에서 사회주택과 일반주택이 섞여 소셜믹스가 된 곳들도 행정으로 유도한 것들이 많습니다.상권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풀릴 수 있는 것은 사실.. 2015. 9. 2. 한강에 4000억 들여 수상부두·강변카페 등 만든다 2014년 9월 1일 최경환 부총리와 박원순 서울시장 단독 회동을 했습니다. 한강 주변지역 관광자원화를 위한 마스터플랜(한강종합개발계획)을 위한 TF팀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지요.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한강은 자연성 회복을 중심으로 한다'는 정책 기조를 세워뒀습니다. 2년간 시민, 전문가단의 연구 끝에 나온 방안입니다. 런던, 파리같은 로맨틱한 강변이 됐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도로가 지나면서 육지와 단절된 한강은 이런 구상이 쉽지 않죠. 그래서 한강르네상스로 만든 세빛섬 등이 그냥 한참을 둥둥 떠있기만... 암튼 개발 논리가 맞지 않은 한강을 그럼 어떻게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줄 것이냐. 당시 논의와 연구를 통해 있는 그대로 물길을 살리고, 접근성은 높인 자연의 공간으로 만드는게 맞다고 결론을 내.. 2015. 8. 25. 그들이 띄우면 뜬다, 죽은 상권 살리는 ‘청년장사꾼’ ㆍ도심 속 버려진 ‘섬’을 ‘열정도’로 바꾸는 사람들 서울에서 장사꾼으로 살아남기는 녹록지 않다. 한 번 세를 얻은 자리에서 가게가 유지되는 기간이 1.7년인 도시. 평균적으로 임대차계약 한 텀인 2년도 채우지 못하는 곳이다. 청년이라면 현실은 더 혹독하다. 당장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게 좋은 가게 자리를 선택할 여유는 없다. 목이 좋은 곳은 비켜나 외진 골목에나 문을 열 수 있다. 아직 상권이 없거나 인적이 뜸하고 ‘핫(hot)’하지 않아야 월세를 감당할 만하다. 용산구 남영동 효창공원역과 삼각지역 사이, 주상복합건물로 둘러싸인 동네도 그런 곳이었다. 주변에 초고층 빌딩이 올라가면서 땅값이 치솟았지만 삼각형 모양의 이 땅만 재개발이 지연돼 섬처럼 남았다. 이미 값을 치른 부동산 비용을 만회할 수익은 기.. 2015. 8. 22. 외국인에겐 ‘이색적인 세계’ 서울 ‘아파트 민박’ 인기 ㆍ해외 고층 공동주택 드물어 ㆍ자녀 떠난 중장년층 선호 ㆍ주인이 거실서 자는 일도 칠레 소녀 로치오(18)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접한 뒤 ‘한류앓이’를 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왜 먼 나라로 떠나야 하느냐”고 말리는 가족들을 겨우 설득해 지난달 서울로 어학연수를 오면서 6개월간 숙박은 ‘아파트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배우 이종석씨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로치오는 “20층짜리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처음에 너무 놀랐다”며 “3주간 지내보니 안전하고 편한 것 같다. 특이한 한국의 집 문화도 경험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를 체험하러 오는 외국인들은 아파트를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로 꼽는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대규모 고층 공동주택은 세계적.. 2015. 8. 20. 을사늑약 체결 앞잡이 ‘하야시’ 동상 비석, 거꾸로 박아 복원 ㆍ서울시, 남산 통감관저 터에 가장 치욕스러운 방식 복원 경술국치의 슬픔이 일어나기 10년 전인 1900년, 하야시 곤스케(林權助)는 주한 일본공사로 조선에 왔다. 그 후 7년간 우리 땅에 머물며 1904년 한일의정서와 한일협약,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듬해인 1906년 일본은 남작의 작위를 내렸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동상까지 세워줬다. 이완용이 3대 조선통감이었던 데라우치 마사타케와 강제병합 조약을 맺은 통감관저가 있던 바로 그곳에 그의 동상이 우뚝 섰다. 동상을 받치고 있던 돌의 높이만 2.5m가 넘는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시가 받침대 역할을 했던 비석 가운데 전면부 비석을 원래 있던 자리에 거꾸로 땅에 박기로 했다. 전면 비석에는 남작하야시곤스케군상(男爵林權助君像)이.. 2015. 8. 12. 하루를 머물러도 주민이 될 수 있는 마을…신촌 ‘봉원마을’ ·신촌동, 봉원동 하숙집 주인들과 청년들의 실험 서울 신촌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면 ‘이대후문쪽’이라 불리는 한적한 동네가 나온다. 얕은 안산을 낀 오르막길을 따라 골목마다 하숙집과 원룸이 빼곡한 봉원동과 신촌동이다. 수십년간 연세대와 이화여대 학생들의 하숙촌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오후 찾은 마을은 저 멀리 큰 길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초입에서 봉원사로 이어지는 봉원사로를 따라 10여분을 걷는 동안 만난 이들은 손가락에 꼽는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살지만 낮에는 모두 밖으로 나가고, 밤이 돼야 돌아오니 ‘절간’ 같은 조용한 동네가 됐다. 졸업을 하거나 집세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떠날 청년 세입자가 지역 구성원 열 명중 여덟 명. 잠만 자는 집에 오는 이 하숙생.. 2015. 7. 22. ‘조물주 위에 건물주’ 세상… 착한 건물주는 가능할까 ㆍ모두를 위한 마을은 없는가… ‘보증금 없고 월세 인상 없이 10년’ 연남동 인향봉씨의 실험 ▲ “동네가 유명해지면 세입자만 쫓겨나니 안타까워 마을 가꾸는 주인공들이 떠날 걱정하지 않도록 힘이 되고 싶어요” 마을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이다. 특히 도심 속에 마을이 생기면 이야기를 찾는 이들의 발길을 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끈 도시 공간에 숙명이 있다. 임대료가 올라간다. 작은 모퉁이 땅에서도 부를 일궈내는 서울은, 공간을 지배하는 자가 신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건물의 소유권은 마을생태계를 좌우하는 권력이 됐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은 주택들 사이로 옛 경의선 기찻길이 가로지르고 있다. 공원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주택만 빼곡하던 주거지였다. 예술가들이 공방을 내고.. 2015. 7. 4. 성미산마을 카페, 8년 만에 문닫나 ㆍ임대료 상승에 흔들리는 공동체 서울 마포구 성산1동 지역의 도심 속 대표마을로 꼽히는 성미산마을 초입에는 ‘작은나무카페’가 있다. 2008년, 200여가구와 개인 조합원 70여명이 5만원에서 100만원씩 모아 만든 카페다. 주민이 주인이자 단골로, 8년간 마을의 사랑방이었던 이곳이 문을 닫게 생겼다. 지난해 건물을 사들인 새 주인이 계약 만료일인 오는 9일 이후 가게를 빼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마을운영위원회가 1년간 대안을 찾아 동분서주했지만 방법이 없다.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 평당 2000만원을 밑돌았던 주변 상가 매매가는 3000만원에 육박한다. 건물을 사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임대료가 이미 골목 안쪽까지 올라 성산1동에 새 장소를 구하려면 1억5000만원이 더 필요하다. 매달 나오는 수입이 .. 2015. 7. 3. 세운상가 일대 옛 골목길 복원 ㆍ상가 관통 통로 만들어 종로~동대문, 종묘~남산 보행로 확보 ㆍ설계 공모 ‘현대적 토속’ 당선ㆍ세운상가 건물 그대로 보존ㆍ초록띠공원은 광장으로 조성 서울 현대화의 상징이었던 세운상가가 산업화 이전부터 있었던 옛 골목길을 되살리는 방식으로 복원된다. 서울시는 16일 세운상가 설계 국제현상공모에서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을 주제로 한 이스케이프 건축사사무소의 제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 세운상가 재생을 위한 설계 국제공모에서 당선된 이_스케이프(김택빈, 장용순, 이상구) 건축사사무소의 ‘Modern Vernacular(현대적 토속)’. 세운상가 주변에 과거부터 형성된 골목길을 되살리는 설계다. 길이 상가로 단절되지 않도록 건물 내부에서도 길을 잇는다. | 서울시 제.. 2015. 6. 16. “경의선 숲길은 골목상권 살리는 공적 공간 돼야” 옛 경의선 폐선로를 따라 공원이 생깁니다. 6㎞ 조금 넘는 경의선 숲길에는 도시경관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서울의 도시계획 변화가 담겨있는 것 같네요. ㆍ13일까지 ‘경의선 리포트’ 전시 5호선 공덕역 사거리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간 공터에는 주말마다 장이 선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옛 경의선 폐선 위에 펼쳐진 ‘늘장’은 주민들이 버려진 선로 주변 터에 2013년부터 텃밭농장을 꾸미고 장을 열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늘장 한쪽에 천막 안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천막 안 사방의 벽과 바닥에는 용산구에서 시작해 늘장이 있는 연리동과 연남동을 지나 마포구 성산·가좌동까지 이어지는 경의선 숲길 지도와 그림이 가득하다. 숲길을 따라 주변 지역에 위치한 주거지, 재개발 예정지, 학교와 공공기관, 카페.. 2015. 6. 1. ‘동네서점’ 연대 바람 부나 도시가 좋다. 휴가도 휴양지로 거의 가지 않는다.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공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평생 살고 싶다는 바람이 커질수록, 도시에서 잘 살아 남아보고 싶다는 고민이 커질수록 부딪히는 것이 공간 문제다. 작은 것들이 사라지고 다양성이 무너진 도시는 빛을 잃는다. ------------------------------------------------------------- ㆍ서울 강동구 11곳, 첫 협동조합 한달여 ‘순항’ ㆍ대형 서점 맞선 자구책… 구청 책 매입 등 지원 10여년 전 서울에는 문구와 책을 함께 파는 동네서점이 547곳이었다. 이 중 순수하게 책만 파는 책방은 474곳이었다. 그러나 2013년 말 기준으로 각각 24%(135곳)와 36%(172곳)가 문을 닫았다.. 2015. 5. 28. 구로 전통시장에 ‘청년 장사꾼들’이 모인다 서울에서도 청년 상인들이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시장 안 빈 가게를 싸게 임대해 물건도 팔고 그림도 그리죠. 공간은 얻었지만 이런 곳은 보통 이렇다 할 상권이 없기 마련입니다. 젊은 상인들이니까 한 번 도전해볼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구로시장에 들어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이제 문을 연지 4개월인데 성공했다, 아니다 말할 단계도 아니죠. 그런데 서울에서 이런 곳이 생겨나면 덜컹 겁도 납니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리면 임대료는 올라가고 터를 잘 닦아온 이들을 쫓겨나곤 하니까요. 주민이 만든 마을에서 주민이 떠난다…마을만들기의 적(敵) ‘젠트리피케이션’ 인터뷰 말미에 미리 김칫국 마시는 고민도 해봤습니다. 최현호씨는 "집 값이 오르고 부동산 가치가 오르는게 거품이면 문제가 되지만, 오른 지역 가.. 2015. 5. 3. 주민이 만든 마을에서 주민이 떠난다…마을만들기의 적(敵) ‘젠트리피케이션 ’ 지난해 20년을 맞은 성미산마을을 갔었습니다. 도시에서 왜 마을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됐고, 성숙한 마을공동체 안에 살고 있다는 주민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공동육아로 시작한 성미산 마을, ‘도시 마을’ 개념을 바꾸다“장애 아들 자립 위해 ‘성미산’으로 이주… 유토피아가 아니라 스스로 돕는 마을이죠” 인상 깊었던 것이 주민들이 만든 카페였는데요. 십시일반 출자해서 만든 작은마을카페는 마을의 이야기가 오가는 사랑방입니다. 주민이 주인이자 스스로 고객이 돼 공동체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죠. 인터뷰하며 먹었던 미숫가루 아이스크림도 존맛;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곳이 곧 문을 닫게 생겼다네요. 주민들이 모이는 이 곳 주변으로 땅값, 가겟세가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작은나무카페가 없어지고 프랜차이.. 2015. 4. 24. [도전하는 도시] 서울의 도시철학… ‘세운상가’가 던지는 화두 ㆍ(10) ‘서울의 도시철학’을 묻는다 ▲ 판자촌 밀어낸 산업화 상징 첫 정비방안 나온 지 36년, 사업 미궁에… 사실상 방치 ‘용도폐기·복원’ 해법 주목 인구 1038만명. 1인당 소득 2만8739달러. 도시 지속가능성 세계 7위.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서울이 60여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일제로부터 독립해 잃어버렸던 이름, 한성이 아닌 서울을 되찾은 지 70년. 1964년 342만명이던 인구는 3배가 됐고 국민 5명 중 1명이 서울에 터를 잡았다. 1961년 100달러에도 못 미쳤던 개인소득은 300배로 늘었다. 세계에서 9번째로 비싼 물가, 청년실업률이 10%를 넘고 혼자 사는 청년의 36%가 주거빈곤층인 곳. 무질서한 도로와 옛 소련식 콘크리트 아파트, ‘영혼없는 단조로움’(론리플래닛 서울판).. 2015. 4. 6.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