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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143

[김보미의 도시&이슈]파산한 호텔이 난민 둥지로...아테네 시티플라자의 운명은 그리스 아테네 도심에 6년간 방치됐던 시티플라자 호텔에서 다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지난해 봄이었다. 텅빈 7층 건물에 100가구, 400여명이 들어와 터를 잡았다. 절반은 아이들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팔레스타인…. 국적도 다양하다. 시티플라자 사람들은 126개 객실을 집 삼아 가족들끼리 잠을 잔다. 매일 1000인분 넘는 밥은 식당에서 함께 지어 먹고, 아이들도 함께 돌본다. 강당과 로비에선 그리스와 영어 교실이 열린다. 자원봉사를 나온 의료진들이 차린 간이병원도 있다. 호텔 안 공동체는 난민들의 도시 적응을 돕는 활동가와 자원봉사자뿐 아니라 거주자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인다. 건물 안팎을 청소하고 부서진 것들을 수리하며 야간 경비를 서는 것은 난민들이다. 두 아이와 시리아를 탈출.. 2017. 6. 26.
[김보미의 도시&이슈]민간에 떠넘긴 런던 주택 관리…안전보다 수익 따지다 ‘참사’ 유례 없는 대형 화재인 영국 그렌펠타워 참사는 부동산 호황을 맞아 세계 최고가 주택들이 늘어선 런던의 어두운 민낯이었다. 집값이 빠르게 오를수록 주거빈곤층이 설 자리는 좁아지는 탓이다. 런던은 주택공급량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데다 투기자본까지 들어오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그렌펠타워가 위치한 켄싱턴첼시왕립자치구의 평균 집값이 120만파운드(17억원). 주민들의 평균 수입의 30배로 전국(평균 8배)에서 가장 높다. 평균 월세는 평균 임금의 96%에 달한다. 이 지역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치구가 거둬들인 지난해 토지·건물 거래 인지세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국 런던 시민들이 17일(현지시간)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 현장 주변에서 피해자 가족들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붙여 놓은 벽보를.. 2017. 6. 22.
[김보미의 도시&이슈]트럼프가 간과한 피츠버그의 ‘오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시내 스카이라인이 펼쳐진 ‘골든 트라이앵글’ 강변을 따라 지난 3월 선박 한 척이 지나고 있다. 3개의 강줄기가 만는 골든 트라이앵글은 피츠버그가 산업혁명 시절 생산한 철강 등을 실어 나르는데 좋은 교통망 역할을 했다. 피츠버그|AP연합뉴스 대낮에도 밤처럼 짙은 어둠이 깔렸다. 거리의 가로등은 24시간 켜둬야 했다. ‘연기의 도시(smoky city)’. 뿌연 스모그는 피츠버그에선 번영의 상징이었다. 철강이 가장 유명했지만 알루미늄, 유리 등 산업에 필요건 뭐든 만들어 낸 제조업의 메카. 면적은 작아도 뉴욕·시카고에 이어 많은 일자리가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이곳에 50년간 살아온 주민 론 바라프는 “연기가 있을 때 가장 잘 살았다는 생각이 있다”며 “그래서 그땐 환경이 파.. 2017. 6.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 2016년 집(家) 리포트 집의 형태는 다양하다. 비슷한 건물 안에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철학과 삶이 배인 집이 있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좋은 집’이던 개발 시대의 집 짓기에서 벗어나 직접 집을 고치는 이들이 있다. 전기고지서가 없는 주택, 이웃과 함께 하는 홀로 사는 도시인들의 공동주택, 땅을 빌려 지은 집, ‘셀프’로 지은 집 등 다양하게 해체·재구성되고 있다.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 (1)달동네, 다시 짓는 집뉴타운 신기루에 상처난 성곽 골목이었다. 재개발 광풍에 투기꾼 득실댔고,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또 한번 아팠던 한양도성 아래 성북구 삼성동1가. ‘동네목수’된 주민들이 집 수리했고, ‘뚝딱뚝딱’ 망치소리가 울렸다. 노부부의 50년 넘은 ‘안테나 집’.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대문은 3개”. 마을.. 2016. 12. 16.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7) 집값 악명높은 런던에 내가 지은 내 집 ‘셀프 빌딩(self-building)’ ‘내 집’을 갖는다. 가족들의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 내 손으로 지은 집이다. ‘셀프 빌딩(self-building)’은 단어 뜻 그대로다. 건설사에서 똑같이 제작한 아파트, 건축사무소에서 제안한 설계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갖고 싶은 공간들로 채운 집이다. 영국 런던 루이셤 지역 월터스 웨이에 ‘셀프빌딩’ 방식으로 지어진 주택 내부 모습. 집의 외형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집안을 보면 거실 한가운데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이 불쑥 솟아 있는 등 각자의 개성을 살려 꾸몄다. 영국 사진작가 타란 윌크후(Taran Wilkhu) 제공 영국 런던 남동부의 자치구 루이셤에는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로 둘러싸인 런던 도심 주택가에서 볼 수 없는 집들이 늘어선 동네가 있다. 경사진 언덕길에 상자 형태의.. 2016. 12.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3) ‘땅 빌려’ 지은 사회주택, 서울 하늘 아래 월세가 9만원 한국의 모든 집들의 가격을 합하면 3519조5000억원(국민대차대조표 기준)이다. 주택과 그 건물이 올라서 있는 땅의 가치를 더하면 그렇다. 땅과 주택을 분리해 따지면 토지가 2276조7000억원, 건물이 1242조8000억원으로 부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집값의 64.6%, 3분의 2가량은 땅값이라는 얘기다. 토지 부담만 덜면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땅을 사지 않고 빌려 짓는 집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더불어 숲 성산’. 11가구가 반전세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이 집은 15.39㎡(4.6평)짜리 원룸이 보증금 5462만원에 월 임대료가 9만7540원이다. 인근 신축 빌라의 비슷한 크기의 원룸은 보.. 2016. 12.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4) 꿈꾸는 청춘의 고시원 해가 저문 서울 신림동 고시촌은 제법 어둑했다. 밤이 되면 건물마다 작은 창으로 새어 나오는 희끄무레한 형광등 불빛들만 몇개 보일 뿐인 조용한 동네다. 지난 17일 밤, 고시촌에선 다소 낯선 주황색 둥근 전구 등이 옥상을 환히 밝힌 건물을 찾았다. 치킨과 맥주, 간단한 간식과 음료들이 차려진 식탁에 예닐곱 청년들이 둘러앉았다. 낮에도 밤에도 고요한 고시원 골목의 정적을 깨고 낮은 음악 소리와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쉐어어스 옥상에서 입주자들이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 기자 고시촌 언덕 초입에 자리 잡은 ‘쉐어어스’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입주자들의 저녁모임이었다. 1년 전 리모델링된 이 건물에는 19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처음 보는 이들과는 첫인사를, 오가며 마주치던 이들과는 모처럼 만에.. 2016. 12. 5.
사유보다 ‘공유’ 함께 누릴 땅으로…‘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 기차가 멈춰 철길만 남은 땅이었다. 고층 건물을 새로 올려 쓸모 있게 개발하기 전까지 철제 담장을 둘러 비워둘 참이었다. 하지만 인적이 끊긴 담장 주변은 스산한 골목이 돼 버렸다. 흉물로 남겨두지 않으려면 나대지에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해야 했다. 서울 도심을 관통하는 기다란 공원. 경의선 숲길의 염리동 구간 끝자락, 널찍한 공터에 토요장이 섰던 것은 이 때문이다. 기존의 철길을 정비해 만든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의 연남동 경의선 숲길. 이준헌 기자 ■폐선부지에 주민들이 가꾼 ‘늘장’ 언제나 장이 서길 바라며 이름 붙였던 ‘늘장’은 서울 마포구 도화동 경의선 폐선부지에서 열렸다. 한국철도시설공단 소유의 철도 유휴지, 다시 말해 국유지다. 관리를 담당하는 마포구는 골칫거리가 된 공터를 도심에서 공간이 간절.. 2016. 7. 19.
서울역 고가 주변, 차량 줄어 속도 더 빨라졌다 서울역 고가에 차량통행이 멈춘 지 보름이 지났다. 대체도로 없이 찻길을 없애면 혼잡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많았지만 교통대란은 없었다. 하루 4만6000대. 서울역 고가 오르내리던 차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서울시가 지난 28일 측정한 고가 폐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도로들의 출근시간(오전 7~9시) 평균 속도는 시속 23㎞였다. 폐쇄 뒤 열흘간(14~24일) 평균도 22.6㎞인데, 지난해 같은 시기(12월 둘째주·21.1㎞)보다 조금 빨라졌다. 서울역 주변 통행속도가 오전엔 평균 20.3㎞ 정도였던 것에 비하면 흐름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원활 지난 13일 자정부터 폐쇄된 서울역 고가 주변으로 30일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4대문 안 출근시간 대 차량 평균 속도가 최대 시속 2㎞가량 빨라졌다고 .. 2015. 12. 30.
공공납품 때 입찰 가산점? 영세서점 살아날까? ㆍ최저입찰제 보완 방법 없어 실효성 떨어져 영세서점이 지자체나 교육청에 도서를 납품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입찰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행정자치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계약예규 개정안’을 내년 1월11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운영하는 서점을 비롯해 소규모 동네서점이나 사회적기업이 입찰할 때 추가 점수를 줘 총점이 올라가도록 해 공공도서관 등에 납품하기 수월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매 금액이 5000만원을 넘으면 제안 내용 등을 사전에 공개해 공정성을 높이고 입찰할 때 필요한 요건도 줄여 문턱을 낮추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동네서점 판로 찾기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동네서점이 공공납품에서 밀.. 2015. 12. 29.
“동네 불 꺼지고 나서 알았죠…상인 있어야 건물주도 있다는 걸” “이대 뒷골목은 영원할 줄 알았죠. 잊혀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숙촌이 의류·미용 상가로 뜨기 시작하면서 가게를 구하는 상인이 줄을 섰다. 임대료는 저절로 올랐다. 2000년대 온라인 쇼핑몰에 밀리면서 다시 잊혀졌다. 90여개 달하던 가게 중 30곳이 문을 닫았다. 토박이 건물주들이 머리를 맞댔다. 사람들이 다시 찾는 골목으로 만들어보자고… ㆍ“5년 동안 임대료 안 올립니다” 이대 뒷골목 건물주들의 약속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대 뒷골목. 29채의 건물이 들어선 골목길에 한두 해 전부터 다시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골목의 숨통이 트이면서 건물주들은 약속을 하나 했다. 앞으로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200m 남짓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건물 29채가 .. 2015. 1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