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이슈/집 이야기13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 2016년 집(家) 리포트 집의 형태는 다양하다. 비슷한 건물 안에도 저마다 다른 사람들의 철학과 삶이 배인 집이 있다.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좋은 집’이던 개발 시대의 집 짓기에서 벗어나 직접 집을 고치는 이들이 있다. 전기고지서가 없는 주택, 이웃과 함께 하는 홀로 사는 도시인들의 공동주택, 땅을 빌려 지은 집, ‘셀프’로 지은 집 등 다양하게 해체·재구성되고 있다.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 (1)달동네, 다시 짓는 집뉴타운 신기루에 상처난 성곽 골목이었다. 재개발 광풍에 투기꾼 득실댔고,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또 한번 아팠던 한양도성 아래 성북구 삼성동1가. ‘동네목수’된 주민들이 집 수리했고, ‘뚝딱뚝딱’ 망치소리가 울렸다. 노부부의 50년 넘은 ‘안테나 집’.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대문은 3개”. 마을.. 2016. 12. 16.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7) 집값 악명높은 런던에 내가 지은 내 집 ‘셀프 빌딩(self-building)’ ‘내 집’을 갖는다. 가족들의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 내 손으로 지은 집이다. ‘셀프 빌딩(self-building)’은 단어 뜻 그대로다. 건설사에서 똑같이 제작한 아파트, 건축사무소에서 제안한 설계로 짓는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원하는 대로, 갖고 싶은 공간들로 채운 집이다. 영국 런던 루이셤 지역 월터스 웨이에 ‘셀프빌딩’ 방식으로 지어진 주택 내부 모습. 집의 외형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집안을 보면 거실 한가운데 2층으로 올라가는 철제계단이 불쑥 솟아 있는 등 각자의 개성을 살려 꾸몄다. 영국 사진작가 타란 윌크후(Taran Wilkhu) 제공 영국 런던 남동부의 자치구 루이셤에는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로 둘러싸인 런던 도심 주택가에서 볼 수 없는 집들이 늘어선 동네가 있다. 경사진 언덕길에 상자 형태의.. 2016. 12.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3) ‘땅 빌려’ 지은 사회주택, 서울 하늘 아래 월세가 9만원 한국의 모든 집들의 가격을 합하면 3519조5000억원(국민대차대조표 기준)이다. 주택과 그 건물이 올라서 있는 땅의 가치를 더하면 그렇다. 땅과 주택을 분리해 따지면 토지가 2276조7000억원, 건물이 1242조8000억원으로 부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집값의 64.6%, 3분의 2가량은 땅값이라는 얘기다. 토지 부담만 덜면 집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땅을 사지 않고 빌려 짓는 집이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주택가에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더불어 숲 성산’. 11가구가 반전세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이 집은 15.39㎡(4.6평)짜리 원룸이 보증금 5462만원에 월 임대료가 9만7540원이다. 인근 신축 빌라의 비슷한 크기의 원룸은 보.. 2016. 12. 5. [집의 재구성 살고 싶은 家](4) 꿈꾸는 청춘의 고시원 해가 저문 서울 신림동 고시촌은 제법 어둑했다. 밤이 되면 건물마다 작은 창으로 새어 나오는 희끄무레한 형광등 불빛들만 몇개 보일 뿐인 조용한 동네다. 지난 17일 밤, 고시촌에선 다소 낯선 주황색 둥근 전구 등이 옥상을 환히 밝힌 건물을 찾았다. 치킨과 맥주, 간단한 간식과 음료들이 차려진 식탁에 예닐곱 청년들이 둘러앉았다. 낮에도 밤에도 고요한 고시원 골목의 정적을 깨고 낮은 음악 소리와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쉐어어스 옥상에서 입주자들이 저녁 모임을 갖고 있다. 이석우 기자 고시촌 언덕 초입에 자리 잡은 ‘쉐어어스’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입주자들의 저녁모임이었다. 1년 전 리모델링된 이 건물에는 19명의 청년들이 살고 있다. 처음 보는 이들과는 첫인사를, 오가며 마주치던 이들과는 모처럼 만에.. 2016. 12. 5. 빌린 땅에 지은 주택, 삼선동 ‘배우의 집’…젊은 연극인들이 살 수 있도록 월세는 저렴하게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배우의 집’이 생겼다. 연기를 하고 있거나 배우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사는 집이다.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이나 뮤지컬을 하는 배우들이나 예술활동을 하는 청년들만 싼 월세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공동체주택이다. 대학로 주변인 성북구 삼선동과 종로구 혜화동은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건물과 집값이 올라 정작 이곳을 터전으로 하는 연극인들이 부담하기 힘든 수준으로 임대료가 뛰었다. 인사동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10년 넘게 문화지구로 관리해왔던 혜화동은 이미 상업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서울연구원 라도삼 연구원은 "이 일대는 신규 복합상가가 6개가 들어왔고 하나투어가 면세점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학로는 300석 이상 공연장도 10년전(2004년 4곳)보다 4배 이상(2014년 18곳).. 2015. 12. 23. 서울 화곡본동 주민, 공동체 형성 ‘살기좋은 동네’로 “함께 살고 싶은 동네, 우리가 직접 만들어요” ㆍ골목길 정비·문화공간 조성 등 주민 100명 3시간 토론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사람들은 극소수잖아요. 감시카메라보다는 투기하는 곳에 화분도 놓고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쪽지를 써두면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골목 조명을 더 밝게 해야 해요. 그러면 애들이 몰래 담배 피우는 것도 막을 수 있어요.” 지난달 21일 화곡초등학교 강당이 사람들로 꽉 찼다. 6개월 된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20대 대학생, 60대 할머니까지 100명의 사람들이 10개 탁자에 둘러앉았다. 모두 화곡본동 주민들이다. 서로 처음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저마다 동네 이야기를 꺼내자 토론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봉제산을 올라가는 가파른 골목을 따라 집들이 줄지어 있고, 오래.. 2015. 12. 7. 공공 땅 빌려 지어도 서울의 비싼 토지 값은 한계…서울 서교동 첫 '토지임대부 주택' ·서울 서교동 토지임대부로 지은 공동체주택 가보니·집값 인근 빌라 분양가의 43% 수준·토지 이용료, 관리비 등 월세와 비슷해 입주 포기한 경우도 공공의 땅을 빌려 거주자들은 토지비 부담없이 주택 건축비만 투자해 지은 첫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이 완성돼 이달 말 입주가 시작된다. 8가구의 새 보금자리가 될 서울 서교동 골목의 주택을 지난달 30일 찾았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5층짜리 신축건물 터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매입한 2층 양옥집이 있던 곳이다. 땅 주인은 SH이지만 새 주택은 실거주자 8가구와 이 공동체주택 사업자인 소행주(소통이 행복한 주택만들기)가 조합원인 협동조합 소유다. 중간에 집을 팔고 나가지 않는다면 SH와 계약한 40년간 이곳에 살 수 있다. 공공은 자산(땅)을 빌려주고, 주거협동조.. 2015. 11. 8. 산새마을의 ‘주민자치 실험’…마을회관에 목욕탕·독서실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의 ‘주민자치 실험 ’ 마을회관에 목욕탕·독서실…주민이 직접 운영 ㆍ게스트하우스·육아방도 ㆍ자체 수익사업 모색 ㆍ공동체문화 견인 나서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사거리에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봉산 중턱으로 오르면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산새마을이 나온다. 7일 오전 해바라기가 그려진 담장 안으로 들어가니 주민 예닐곱명이 식사 중이었다. 된장찌개에 양념한 새우젓과 김, 김치 등 서너 가지 반찬을 둘러싸고 왁자지껄했다. 매주 화요일 점심에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이곳은 마을회관이다. 점심을 먹은 주민들이 옆 건물로 건너가 고사를 지낼 준비를 했다. 그동안 1층짜리 낡은 주택을 회관으로 쓰다 4층짜리 새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새가 우는 산새마을의 둥지라는 뜻에서 ‘산새둥지’로 이름을 지.. 2015. 10. 8. 고립에서 공생으로…다시 꿈을 채워가는 고시촌 청년 주거 빈곤층의 공간 신림동 고시원의 변신 공부를 제외한 모든 것을 포기한 공간. 층마다 얇은 칸막이로 조각낸 방들이 늘어선 고시원은 시험이라는 공동 목표를 가진 동료 혹은 경쟁자와 함께 살며 샤워실과 화장실뿐 아니라 냉장고까지 공유하는 곳이다. 나와 옆 사람의 방은 벽과 문으로 나뉘었지만, 그 경계는 분명하지 않다. 서로의 ‘공부권’을 지키기 위해 말 대신 필담이 오가는 고시원은 빛·소리와 냄새마저도 조심스러운, 억눌린 공생의 장소다.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의 개인은 철저히 고립됐던 고시원. 이 작은 방들이 젊은이들의 공유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지난 8일 찾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녹두거리 맞은편 고시촌 골목은 고요했다. 대부분 주민들이 밖으로 나간 낮 시간대이기도 했지만 사법시험 폐지를 .. 2015. 9. 19. 외국인에겐 ‘이색적인 세계’ 서울 ‘아파트 민박’ 인기 ㆍ해외 고층 공동주택 드물어 ㆍ자녀 떠난 중장년층 선호 ㆍ주인이 거실서 자는 일도 칠레 소녀 로치오(18)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접한 뒤 ‘한류앓이’를 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왜 먼 나라로 떠나야 하느냐”고 말리는 가족들을 겨우 설득해 지난달 서울로 어학연수를 오면서 6개월간 숙박은 ‘아파트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배우 이종석씨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로치오는 “20층짜리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처음에 너무 놀랐다”며 “3주간 지내보니 안전하고 편한 것 같다. 특이한 한국의 집 문화도 경험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를 체험하러 오는 외국인들은 아파트를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로 꼽는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대규모 고층 공동주택은 세계적.. 2015. 8. 20. 하루를 머물러도 주민이 될 수 있는 마을…신촌 ‘봉원마을’ ·신촌동, 봉원동 하숙집 주인들과 청년들의 실험 서울 신촌 번화가를 조금 벗어나면 ‘이대후문쪽’이라 불리는 한적한 동네가 나온다. 얕은 안산을 낀 오르막길을 따라 골목마다 하숙집과 원룸이 빼곡한 봉원동과 신촌동이다. 수십년간 연세대와 이화여대 학생들의 하숙촌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오후 찾은 마을은 저 멀리 큰 길을 지나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뿐 고요했다. 버스정류장이 있는 초입에서 봉원사로 이어지는 봉원사로를 따라 10여분을 걷는 동안 만난 이들은 손가락에 꼽는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 살지만 낮에는 모두 밖으로 나가고, 밤이 돼야 돌아오니 ‘절간’ 같은 조용한 동네가 됐다. 졸업을 하거나 집세가 맞지 않으면 언제든 떠날 청년 세입자가 지역 구성원 열 명중 여덟 명. 잠만 자는 집에 오는 이 하숙생.. 2015. 7. 22.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