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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집 이야기

외국인에겐 ‘이색적인 세계’ 서울 ‘아파트 민박’ 인기

by bomida 2015. 8. 20.



ㆍ해외 고층 공동주택 드물어
ㆍ자녀 떠난 중장년층 선호
ㆍ주인이 거실서 자는 일도

칠레 소녀 로치오(18)는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접한 뒤 ‘한류앓이’를 하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왜 먼 나라로 떠나야 하느냐”고 말리는 가족들을 겨우 설득해 지난달 서울로 어학연수를 오면서 6개월간 숙박은 ‘아파트 홈스테이’를 하기로 했다. 배우 이종석씨와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로치오는 “20층짜리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고 처음에 너무 놀랐다”며 “3주간 지내보니 안전하고 편한 것 같다. 특이한 한국의 집 문화도 경험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를 체험하러 오는 외국인들은 아파트를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형태로 꼽는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대규모 고층 공동주택은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주거지의 60%가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는 최근 도시민박을 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크게 늘었다. 주로 자녀가 독립해 빈방이 생긴 중장년층이 민박집 주인이다. 하루 3만~4만원씩 받고 방 한 칸을 대여해 준다. 송파구청에 등록된 아파트 민박만 40곳인데,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잠실·신천·송파동이 대부분이다.

특히 아파트는 숙박시설이 다양하지 않은 서울의 틈새시장이다. 묵는 기간 내 치안 걱정도 없는 데다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을 찾기도 편하고, 한국 사람과 한국의 집에서 같이 지낼 수 있어 1~2주에서 1~2개월씩 장기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선호한다.


서울 잠실동 정신옥씨의 아파트에 묵고 있는 칠레 소녀 로치오양(왼쪽)과 영국 청년 톰. 송파구 제공


잠실2동 엘스아파트에서 5년째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 정신옥씨(69) 집은 내년 초까지 투숙객 일정이 잡혀있다. 인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아이돌 공연을 보러 오는 한류 팬들과 강남 쪽에 출장을 오는 방문객들 중 아파트 민박에 대한 수요가 많다.

세 딸을 둔 정씨는 5년 전 막내딸까지 독립하면서 방 2개가 남게 되자 도시민박을 시작했다. 하룻밤에 4만원, 한 끼 식사는 5000원에 제공해 월 7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다. 자체 홈페이지도 있지만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윔두에서 평이 좋아 미국·유럽·중동 등 아프리카 출신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찾아왔다고 한다. 손님이 많을 때는 방 3개를 모두 투숙객에게 내주고 남편과 거실에서 자는 경우도 있다.

정씨는 “아무리 짧은 일정의 투숙객이라도 불고기 등 저녁상은 한번 차려준다”며 “평범한 아파트 가정에서 한국의 정을 느끼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