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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집 이야기

서울 화곡본동 주민, 공동체 형성 ‘살기좋은 동네’로

by bomida 2015. 12. 7.



“함께 살고 싶은 동네, 우리가 직접 만들어요”
ㆍ골목길 정비·문화공간 조성 등 주민 100명 3시간 토론


“쓰레기를 그냥 버리는 사람들은 극소수잖아요. 감시카메라보다는 투기하는 곳에 화분도 놓고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다’고 쪽지를 써두면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골목 조명을 더 밝게 해야 해요. 그러면 애들이 몰래 담배 피우는 것도 막을 수 있어요.”

지난달 21일 화곡초등학교 강당이 사람들로 꽉 찼다. 6개월 된 아이를 안은 엄마부터 20대 대학생, 60대 할머니까지 100명의 사람들이 10개 탁자에 둘러앉았다. 모두 화곡본동 주민들이다. 서로 처음 보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저마다 동네 이야기를 꺼내자 토론은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봉제산을 올라가는 가파른 골목을 따라 집들이 줄지어 있고, 오래된 가게와 작은 슈퍼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화곡본동은 서울치고는 집값이 싼 주택가다. 기초생활수급 가정과 임대주택도 많다. 그러다 보니 1개동 규모로는 꽤 많은 4만명이 모여 산다.

지난달 21일 화곡초등학교 강당에 화곡본동 주민 100명이 모여 함께 살고 있는 마을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토론을 하고 있다. 이날 이야기는 3시간 동안 이어졌다. 화곡마을살이 제공


주거비가 저렴해서 터를 잡기는 했지만, 돈을 모으면 떠나자고 생각했던 이곳 주민들이 변하기 시작한 건 이웃간 공동체가 생기면서다.


공동육아를 하던 엄마들이 사랑방을 만들어 마을의 다른 아이들까지 챙겨주게 됐고 마을 어르신들은 음식을 해다가 먹였다.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던 이들은 산속의 남는 땅에 텃밭을 만들었고, 노래를 좋아하던 아빠들은 합창단도 꾸렸다. 학교에 들어간 자녀들의 방과후 수업을 위해 협동조합을 만든 부모들은 동네 청소년들의 문화공간에 대해서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웃간 관계가 늘어나면서 집을 사 본동에 정착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같이 아이를 키우던 7가구는 아예 이곳에 땅을 사서, 내년에 공동체 주택을 짓기로 했다.

이날 주민 100명의 모임 역시 내년에도 같이 살아갈 동네에서 무엇을 실천할지 정하기 위해서였다. 2년째 화곡본동에서 활동하는 서울복지재단의 마을단체 화곡마을살이에서 준비한 것인데, 최근 늘어난 작은 소모임들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통학로를 넓혀 걸어다니기 안전하게 골목길을 바꾸고 싶다는 주민은 마을의 길들을 조사한 뒤 전문가 조언을 받아보기로 했다. 중학교가 없는 문제도 행정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쓰레기 무단투기, 밤이 되면 무서워지는 골목길, 마을버스 노선 변경 문제도 의견을 나눴다.

토론회에서 주민들은 소셜미디어에 ‘방’을 만들어 앞으로도 자주 보기로 했다. 또 마을 여기저기 6개의 게시판을 만들어 동네소식도 알리기로 했다.

봉제산방과후협동조합의 김경순 대표는 “아파트로 재개발한다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떠난다고 살기 좋은 마을을 갖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사는 곳에서, 같이 사는 이웃들과 고민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