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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사우디 여성운전 첫 허용···인권탄압국 불명예 벗고, ‘탈석유’ 경제 노동력 확보

by bomida 2017. 9. 27.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6월부터 사상 처음으로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기로 했다. 세계에서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유일한 국가였던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지난 3월 29일 한 여성이 정부 방침에 항의해 차를 몰고 있다. 리야드|AP연합뉴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부터 이를 허용하기로 했다. 최악의 여성 탄압국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추진 중인 개혁의 속도를 높이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 외교부는 26일(현지시간) 트위터로 “살만 국왕이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내년 6월부터 여성들도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사우디에서 여성의 운전은 법으로 금지돼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면허를 받을 수 없어 남성이 운전하는 차를 타거나 운전사를 고용해 이동해야 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인 칼리드 빈 살만 왕자는 이날 “여성 운전은 종교·문화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며 “우리(사우디)는 이제 젊고 활기찬 사회”라고 말했다.


 반년 이상 유예기간을 두긴 했지만 운전허용 촉구시위자들이 대거 기소되고 최근 남장한 여성 운전자나 미니스커트를 입고 동영상을 찍은 여성이 경찰에 체포된 사우디에서는 장족의 발전이다. 사우디 운동가 헤사 알세이크는 트위터에 “27년 만에 이런 날을 보게 됐다”는 글을 남겼다.


 사우디 왕실은 경찰의 공권력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잇따라 완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교육부가 다음 학기부터 여학생도 체육수업을 받도록 했고 지난 23일 국경일엔 건국 이후 처음으로 여성들이 경기장에 입장해 공연을 관람하도록 허용됐다.


 종교적 규율을 엄격히 지켜온 보수적 국가인 사우디는 최근 석유 부국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이 컸다.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했던 ‘오일머니’가 저유가와 함께 급감하면서 재정은 고갈됐다. 지난해 각종 생활보조금이 삭감됐고 공무원들의 봉급도 대폭 깎였다. 특히 사우디 인구의 3분의 2는 30세 이하 청년들이다. 전임 압둘라 국왕의 장학금 지원으로 청년 수십만명은 서구에서 교육을 받고 돌아왔지만 모든 것을 국가가 마련해 주던 부모 세대와 달리 일자리도 찾기 힘들어졌다. 외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던 여성들은 운전도, 영화관도 가지 못하는 문화에서 딜레마를 느낀다. 한동안 주춤했던 여성운전 촉구 시위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활기를 띤 것도 이런 젊은 여성운동가가 주축이 됐다.

 지난 6월 사촌형을 몰아내고 왕위 계승 서열 1위에 오른 32세의 젊은 무함마드 왕세자는 변화의 압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6년 4월 ‘2030비전’을 발표하고 사우디의 탈(脫)석유화와 새로운 민간 부문의 동력을 찾으려는 것도 차기 ‘왕좌의 게임’에서 성공하려면 일자리와 경제가 관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2015년 1635억리얄(약 51조원)에 불과한 비석유 부문 수익을 2030년 1조리얄(약 313조원)까지 늘리려 한다. 내년 세계 최대 석유기업 아람코 기업공개로 1000억 달러가 들어오면 탈석유 경제의 마중물이 된다. 홍해 50개 무인도에 거대 관광지를 조성해 비키니 차림까지 허용한 파격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포린폴리시는 이날 “여성의 운전이 허용되어 더 많은 여성에게 일자리를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아라며 “사우디 왕실의 경제 회복 계획의 목표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탈석유 경제에서 지금까지 배제된 여성의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최고성직자 조직인 울레마위원회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아틀란틱카운슬의 비상임연구원인 무함마드 야히야는 “젊은층이 늘어난 사우디 사회는 지난 20년을 넘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지금 국민의 감수성은 부모세대, 그 이전 세대와 같지 않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또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축이 되 시작한 예멘 전쟁에서 1만2000명 이상의 사망하면서 민간인 공습 등을 조사해야 한다는 유엔의 견제가 높아지고 있으며 인접국 카타르에 대한 봉쇄조치 역시 인권 침해 요인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아온 여성 운전금지 등 여성 관련 정책개선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