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 오딩가 케냐 야권연합(NASA) 후보(오른쪽)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 나와 오는 26일 예정돼있는 대통령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이로비|AFP연합뉴스
케냐에서 2주 뒤 재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권 후보가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라일라 오딩가 케냐 야당연합 후보(사진)는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6일 재실시되는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네이션 등이 보도했다. 오딩가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에 앞서 어떠한 (선거제도) 개혁을 시도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불출마가 불리한 대선 정국의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대선은 지난 8월 대선에서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54.27%의 득표율로 오딩가(44.74%)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지만, 지난달 1일 대법원이 대선 무효판결을 내리면서 치러지게 됐다. 당시 오딩가를 비롯한 야권에서 선거개표 과정의 불법 행위를 주장했고, 항의하는 야권 지지자들과 경찰이 충돌해 24명이 숨졌다.
대법원이 시정을 요구하는 오딩가와 야권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선거가 확정되고 선거제도 개혁 명분까지 얻었다. 하지만 재선거 국면도 오딩가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BBC는 “케냐타 당선 무효선언은 오딩가의 정치력을 위해 간절했던 결과”였다면서도 “집권 여당인 주빌리가 상·하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상황에서 어차피 승산은 없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오딩가가 당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체면을 살리기 위한 정치적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이 후보 불출마에 따라 새로운 대선 시행을 명령할 경우 선거자금과 지지층을 모으기 위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 영국 버밍엄대 닉 치즈먼 교수는 “후보자가 사망 시 60일 내 새 선거를 요구할 수 있는데 이는 오딩가나 야권에 유리하다”며 “이런 식으로 시간을 벌어 선거자금 조달과 선거개혁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새 선거를 치르려면 “중대한 타협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딩가의 불출마가 8월 대선 이후 폭력시위로 고조됐던 정치적 긴장감을 키울 수도 있다. 케냐 대법원은 예정된 대선을 치를지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만약 예정대로 재선거가 실시되면 케냐타는 단독 후보가 된다. 나이로비 스트래스모어대 더글러스 기추키 교수는 “대선이 단일 후보로 진행된다면 정당성의 의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말했다. 대법원이 지난 8월 선거의 결과에 따라 케냐타의 승리를 선언하는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야권은 선거개혁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황이다. 오딩가를 배출한 루오족과 케냐타의 키쿠유족간 민족 갈등이 내제돼 있는 케냐 에선 이런 움직임은 폭력성향으로 번길 가능성도 있다. 영국 더럼대 저스틴 윌리스 교수는 “9월 대법원 결정은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으며, 이번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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