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인터뷰]사우디 대사 “알자지라 폐쇄 요구는 내정간섭 아닌 걸프국 안보 위한 것”

by bomida 2017. 7. 12.



국교를 끊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카타르와 이슬람권 이웃들 사이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레인, 이집트는 카타르에 요구사항을 내놓은 뒤 이를 거부하면 추가 제재를 하겠다고 밝혔다. 카타르는 단교로 인한 손실을 보상해주지 않으면 사우디가 주도하는 걸프 6개국 공동체인 걸프협력회의(GCC)에서 탈퇴하겠다고 맞받았다.



리야드 알무바라키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왼쪽)와 모하메드 알도하이미 주한 카타르 대사



리야드 알무바라키 주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56·사진)를 지난 10일 서울 이태원동의 대사관에서 만났다. 그는 “관계 회복은 카타르가 테러조직과 테러범들에 대한 지원을 멈추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 등의 핵심 요구사항인 알자지라방송 폐쇄는 “사우디를 포함한 나라들의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모하메드 알도하이미 주한 카타르 대사의 말들(경향신문 6월26일자 17면 보도)을 모두 반박했고,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렸다.


지난해 2월 부임한 알무바라키 대사는 1990년부터 5년간 한 차례 한국에서 근무하며 명지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깊다. 영국과 쿠웨이트 대사관 등을 거쳐 주중 대사관에서 대사대리와 대리공사로 근무한 뒤 25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그는 단교 조치가 내려진 것은 “카타르 정부의 공식·비공식적인 심각한 위반사항들 때문”이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테러조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한 것도 “처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알무바라키 대사가 말한 ‘위반사항들’은 2013년 카타르와 걸프국들이 한 차례 외교갈등을 겪었을 때 합의한 ‘리야드 협정’과 관련돼 있다.


CNN이 10일 소개한 이 협정은 ‘일탈조직(반정부단체)’, 특히 이집트·사우디 등에서 활동하는 무슬림형제단이나 예멘의 친이란 야권 조직들을 정치·재정적으로 지원하지 못하게 한 내용이 들어 있다. 다른 걸프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걸프 왕실들에 ‘적대적인 매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담겼다. 이 나라들과 카타르는 이듬해의 보충 합의안에선 적대적 매체를 아예 ‘알자지라’로 못 박았다. 이집트는 협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은 “이집트 정부에 위협이 되는 인물·단체를 위한 매체로 알자지라가 이용되는 것을 막고, 이집트의 안정을 지원한다”고도 약속했다. 당시 카타르는 걸프국들의 압력에 밀려 합의를 했는데, 사우디 등은 이 협정을 들며 국교를 끊은 셈이다.


알무바라키 대사는 “카타르는 미디어로 문학작품을 홍보하고 (무슬림형제단 등의) 계획을 알리는 식으로 테러조직을 지원해왔다. 이는 테러활동에 기름을 붓는 것”이라며 “알자지라 폐쇄는 부정적인 집단들을 미디어로 선전해주는 걸 멈추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타르의 여러 매체들이 “언론의 자유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알자지라 폐쇄 요구야말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한다.



알무바라키 대사는 카타르가 지원하는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대표적인 예로 무슬림형제단과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등을 들면서 “국제적 기준”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동뿐 아니라 미국 등도 이 집단들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 재무부 차관도 ‘테러를 지원한 범죄자들이 카타르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밝힌 적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카타르와 대립되는 지점이다. 무슬림형제단은 미 국무부가 지정한 ‘테러조직’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사태가 해결되려면 카타르가 반(反)테러리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알무바라키 대사는 말했다. 그는 “테러범들을 구속하고 법정에 세우는 등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카타르를 비난하며 사우디 등의 편을 들었으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중재에 나섰다. 나흘간의 일정으로 쿠웨이트·사우디를 방문하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0일 쿠웨이트시티에 도착해 중재에 나섰으나, 걸프 위기를 무마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