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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사우디 ‘왕좌의 게임’···사촌형 몰아낸 31세 무함마드 왕세자  

by bomida 2017. 6. 22.

‘실세 왕자’로 불려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자(31)가 결국 사촌형 무함마드 빈 나예프 왕자(57)를 몰아내고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왕세자에 올랐다. 사우디 왕좌의 변화가 카타르 단교 등으로 불안한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살만 사우디 국왕(82)은 21일(현지시간) 무함마드를 제1 왕위 계승자로 임명한다는 칙령을 내렸고 왕위 계승을 관장하는 충성위원회도 승인했다고 국영 SPA통신 등이 전했다.

 

무함마드는 살만 국왕이 가장 아끼는 세 번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맏아들이다. 왕위 승계 서열 2위였지만 2015년 아버지 즉위 뒤 군과 경제를 장악해 이미 최고 실세로 군림하고 있었다. 킹사우드대 법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하고 2009년 주지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리야드주 특별고문 자리에 올랐다. 2011년 국방장관이었던 살만을 보좌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서른 살에 국방장관이 됐다. 현재 왕실 직속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이자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이기도 하다.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은 2년 전 타계한 압둘라 국왕 재위 말년부터 급박하게 변해왔다. 사우디를 세운 초대 국왕 압둘 아지즈의 아들들 사이에서 형제 승계로 이어오던 왕위를 ‘3세대’에게 언제 내려보내느냐가 관심사였다. ‘수다이리 세븐’이라 불리는 왕실 내 핵심 권력그룹에 속해 있지 않았던 압둘라는 충성위원회를 신설해 권력을 강화하고 왕실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뒤를 이은 살만 현 국왕은 동생 무크린을 잠시 왕세제로 책봉했으나 석 달 만에 갈아치우고, 내무장관인 조카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왕세자로 올렸다. 이와 동시에 아들 무함마드를 부왕세자로 책봉했다.

 

무함마드가 사촌형마저 결국 밀어낼 것이라는 예측은 진작부터 나왔으며 그 ‘시기’가 관심사였다. 노쇠한 살만은 아들에게 부총리 겸 국방장관 자리를 맡기고, 예멘 공격은 물론 대외정책과 경제개혁까지 모두 맡겼다. 지난 3월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것도 무함마드였다. 앞서 2월 살만이 이례적으로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중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과 경제협력을 다진 것도 아들을 위해 발판을 만들어주려는 행보로 풀이됐다.

 

특히 이달 초 살만 국왕이 카타르를 고립시키기 위해 외교 총력전에 나서면서 무함마드의 왕위 계승이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수니 아랍국들을 끌어모아 시아파 이란과 대척점을 만들면서, 이슬람군사동맹을 이끄는 무함마드에게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살만은 또 내무부에 있던 수사·기소국을 떼어내 조카의 권력을 대폭 줄였고 친아들인 무함마드의 동생 칼리드 왕자에게 주미 대사를 맡기며 친위 권력을 강화했다. 왕세자를 또다시 바꾸며 승계구도를 서둘러 완성한 데에는 살만이 고령이라는 사실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는 차기 국왕 자리를 굳혔지만, 안팎으로 위기를 맞은 사우디의 젊은 왕세자가 짊어져야 할 숙제도 많다. 알자지라는 “사우디가 주도한 예멘 전쟁과 위로부터의 경제개혁은 무함마드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무함마드의 예멘 공격은 인도적 참상을 불렀고, 사우디의 위상을 오히려 추락시켰다. 유엔은 지난 17일에도 예멘 민간인들이 기아와 콜레라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우디에 휴전을 촉구했다.

 

석유경제에서 탈피하겠다며 무함마드가 발표한 ‘비전2030’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아직 멀었다. 저유가가 길어지면서 재정난이 지속돼 도시 개발 등 국내 개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사우디 재정의 90% 이상,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은 여전히 석유에서 나온다. 지난해 사우디의 실질 GDP 성장률은 0.1%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무함마드는 “이란과 대화는 없다”며 반이란 구도를 주도하고 있어, 향후 역내 긴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는 지난달 국영방송에 나와 “이슬람 세계를 장악해 시아파를 확산시키려는 것이 이란의 목표”라고 주장했다. 미국 역사학자 엘런 왈드는 “불확실의 시대가 이어질 수 있다”고 포브스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