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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이라크 유전지대 키르쿠크, 쿠르드 독립투표 참여···터키와 이란은 ‘반쿠르드’ 전선

by bomida 2017. 8. 31.

이란쿠르드민주당 소속 무장대원들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구인 아르빌에서 100㎞ 떨어진 코야에서 무기를 들고 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라크의 또 다른 내전의 불씨를 안은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쿠르드계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가 가시화되고 있다. 쿠르드의 움직임에 오랜 종교적·정치적 경쟁 관계인 터키와 이란이 빠른 속도로 손을 잡고 있다.


 이라크 북부 키르쿠크주가 다음달 25일 예정된 주민투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르디스탄공화국 수립을 목표로 한 이번 투표에 북부 아르빌 등 KRG의 3개 자치주뿐 아니라 유전지대인 키르쿠크까지 뛰어들면서 인접국에선 자국 내 쿠르드의 동요가 잇따를까 걱정하고 있다. 3000만명에 이르는 쿠르드족은 이라크, 시리아, 터키와 이란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터키 외교부가 “국제사회가 (주민)투표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라크에서 내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반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란도 “일방적인 (투표)계획에 동의할 수 없으며 쿠르드는 아랍의 중요한 일부”라고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쿠르드 도미노’ 외에도 터키와 이란에겐 쿠르드는 영토분할, 안보를 둘러싼 실존적 위협이기도 하다. 시아파 KRG가 독립하면 이라크 내 수니파 진영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다. 이라크가 3갈래로 분열되면 양국의 정정불안을 키우는 시리아 사태는 더 꼬이게 된다. 이란은 시리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란은 적대관계인 이스라엘이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와 가깝다는 점도 눈엣가시다. KRG를 이끄는 마수드 바르자니 자치정부 대통령의 아버지 무스타파가 1946년 이란 마하바드에 쿠르드족 국가 마하바드공화국을 세운 인물이었다는 점도 위협적이다.


 터키는 남동부 반군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해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고 이란은 북부 이라크 국경지대에서 PKK 계열 쿠르드자유당(PJAK)과 싸우고 있다. 




 이란의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참모총장은 이달 중순 혁명수비대 사령관과 이례적으로 터키를 찾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바게리를 만난 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이 이라크 북부에서 PKK와 PJAK에 맞선 공동 군사작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의 혁명수비대가 “작전을 계획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양국 관계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다.


   터키의 이란연구 싱크탱크 IRAM의 하키 위구르는 “지금은 쿠르드 반군, 이라크의 분리독립 투표에 맞서기 위한 매우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동맹이지만 앞으로 걸프의 위기를 포함해 지역 문제로 양국 외교관계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고 중동전문 온라인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말했다. 터키중동공대 후세인 바시 교수도 “터키와 이란은 적국보다 경쟁자 관계였다”며 “영토 보전은 양국을 가깝게 한 만든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인구 3500만명 중 쿠르드자치정부 주민은 500만명에 불과하고 이라크 중앙정부뿐 아니라 미국도 투표를 반대하고 있어, 독립을 찬성하는 결과가 나와도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쿠르드의 투표 목적이 행정적 분리보다 자치권 강화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모술 등지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으로 쿠르드자치정부군(페슈메르가)과 미군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쿠르드족인민수비대(YPG)의 영향력이 커져 있다. 쿠르드가 독립투표로 힘을 키운다면 이웃한 터키와 이란이 체감하는 위기감의 수위는 한껏 올라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