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없는 곳으로 연수를 갔다면, 굶어 죽었을지도 모르는 1인 가구?는 나! 예....접니다.
하지만 반 년 만에 돌려막기 한계가... 버--억
마트랑 편의점을 바꿔가며 먹었지만 이제 질려서 정말 어.쩔.수.없.이. 뭔가 요리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해 먹고 있다. 종류도 가짓수도 엄청나고, 계절마다 기간 한정 메뉴도 나오지만 이걸 주식으로 먹자고 치면, 매일 먹는 것만 먹게 되는 식이다.
밥+반찬(마쿠노우치벤또)
덮밥(나니나니동)
초밥(생선/유부/군함 말이)
샐러드(너무 많아서 다 쓸 수 없음)
매일 고르는 도시락 선책지는 대충 이렇게 분류가 된다. 그런데 종류는 달라도 미묘하게 양념 맛이 비슷. 일본식 반찬의 달짝지근한 맛 때문인 듯. 어디서나 김치(깍두기 포함), 삼색 나물을 살 수 있지만, 맵고 뜨거운 것을 먹어야 속이 풀리는 골수 한국인 입맛인 나에겐 단맛이 너무 많이 나는 이런 제품은 그냥 일본인용 반찬일 뿐.
정말 맛있는 도시락은 백화점 지하 식품관에서 사거나 음식점에서 포장해오는 것이지만 조호낸 비싸고요...
하여간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음료가 담긴 비닐봉다리를 들고 가는 회사원이 오조오억명인 이 곳은 바로 벤또의 나라. '이 중에 니가 원하는 맛 하나쯤은 있겠지'가 가능한 갖가지 종류랄까. 2017년 기준으로 일본의 도시락 소매업 판매량은 5000억엔(약 5조원) 규모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교토에서 들른 도시락 박물관에서 일본 도시락의 조상님들을 만나게 됐는데..
가끔 아~주 가끔; 먹는(먹을 수 있는) 가이세키會席 요리나 오반자이おばんざ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그릇하고 식재료의 색감을 잘 맞춘다고 생각을 했다. 심지어 도시락도 그런 경우가 많아서 ‘눈으로 보는 것을 이토록 신경 쓰다니..(나는 못하겠네, 배에 들어가면 똑같은 거 아니냐..)’라면서도 그저 먹기만 했는데.
'지금까지 본 건 아무것도 아니라니! 이게 도시락이라니!'라고 하는 발견으로 소오름이 돋아 찾아보게 됐다.
벤또는 어디서 왔는가. 두둥!
블로그를 검색하다 ‘벤또는 일본의 음식 문화의 디오라마’(ジオラマ투시화)라고 써놓은 것을 봤다. 도시락의 기원에는 '맛있는 요리를 입으로 맛보고 눈으로 즐길 뿐만 아니라 도시락 통(옻칠로 꾸민 경우 그 촉감까지...;;)까지 즐기는 오감만족을 위한 한 끼'가 있다는 것.
관광용 도시락을 提重(さげじゅう/提重箱)라고 하는데 이 도시락은 요리뿐 아니라 개인용 젓가락과 앞 접시, 술잔도 인원수별로 들어있다. 겨울에는 나베를 끓여먹는 화로가 붙어있는 냄비가 들어가고, 여름에는 음식이 쉬지 않도록 대나무로 속이 비치게 만들어 통풍이 되는 도시락에 요리를 담았다. 이왕 놀러 간 거, 잘 보고, 잘 먹어보겠다는 의지. 혼또니 리스펙데스요..
일본에서 도시락을 먹기 시작한 것은 헤이안平安시대로 알려져 있다. 오니기리(주먹밥) 형태의 頓食(とんじき)와 조리한 쌀을 건조시킨 干飯을 휴대용 식량으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쉽게 쉬어버리지 않고, 작은 용기에도 보관할 수 있었다고 하니 지금의 햇반과 같은 형태가 아니었을까. 전국시대가 돼서는 무사가 출정할 때 밥을 허리에 차고 가는 허리 군량(腰兵糧)이 있었는데, 干飯 외에 볶은 현미(炒米), 떡, 된장 등도 같이 쌌다고 한다.
‘벤또弁当’라는 명칭은 아즈치모모야마安土桃山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때부터 소풍이나 여행, 다과회 같은 자리에서 먹기 위한 도시락을 싸기 시작해 칠기로 만든 도시락통도 나왔다. 원래 일본의 도시락 문화는 상류층들이 벚꽃놀이나 단풍구경을 가서 ‘예쁜 것을 보며 맛있는 것을, 우아하게 잘 먹기 위해’ 시작됐다. 나중에는 대중문화가 됐지만 입과 눈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엄격한; 도시락의 기준은 그대로 이어졌다고.
시민들은 여행이나 소풍을 나갈 때 작은 함에 음식을 담아 허리에 매고(腰弁) 다녔다. 에도시대에는 노(能)와 가부키(歌舞伎)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막과 막 사이에 특제 도시락을 먹었는데, 현재 ‘마쿠노우치벤또’(幕の内弁当)로 불리는 도시락의 기원이 이 같은 공연 중간에 먹던 도시락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마쿠노우치벤또는 검정깨나 매실 절임(우메보시)을 얹은 흰쌀밥과 생선구이 혹은 계란말이나 튀김, 조림 등 반찬으로 얹은 것이다. 현재까지도 가장 보편적인 도시락의 모습으로 떠올리는 종류다.
또 시대에 이미 ハウトゥㅡ(하우투·How to)本이라는 책이 유행했는데, 제목 그대로 어떻게 소풍용 도시락을 만드는지, 도시락을 보자기로 예쁘게 싸는 방법 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 내용이다. 나무상자에 도시락을 담아 파는 전문점도 이때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국민 건강 향상’을 위해 도시락을 장려했던 메이지明治시대에는 공무원, 회사원들이 일상에서도 허리에 도시락(腰弁)을 메고 다녔다. 기차를 타기 전 역에서 살 수 있는 駅弁(에끼벤)이 시작된 것도 이 때. 1885년(메이지 18년) 우쓰노미야(宇都宮)역에서 주먹밥과 무절임을 대나무 껍질에 싸서 판 것이 시작으로 전해진다.
1차 대전 직후 빈곤가정이 늘어났던 다이쇼大正시대에는 ‘도시락 빈부격차’도 커져 사회문제가 됐다고. 이에 따라 급식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고 한다.
쇼와昭和시대에 들어와서는 알루미늄으로 만든 도시락 통이 인기를 얻었기 시작. 겨울 난방으로 난로를 떼는 학교가 많아 난로 위에 도시락을 놓고 데워먹을 수 있기 때문. 한국의 학교에서도 많이 보였던 풍경이다. 일본은 2차 대전 후 학교에서 점심 급식이 전면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와서 먹는 경우는 점점 줄어들었다.
도시락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1970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를 계기로 철도청이 ‘디스커버 재팬(ディスカバ ジャパン)’캠페인을 시작하면서. 70년대 후반부터 테이크아웃 도시락 전문점(ホカ弁)이 많아졌는데, 지금도 어느 동네나 있는 도시락 전문점 ほっかほっか亭가 창업한 것도 1976년(쇼와 51 년). 1980년대부터 편의점이나 전문점 도시락을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것이 문화로 정착됐다.
편의점에 도시락을 납품하는 제조공장들이 24시간 가동의 대규모 체제로 확대된 90년대를 지나 2003년 무렵에는 공항 도시락(空弁そらべん), 일본도로공단이 만든 (速弁はやべん)도 나왔다. 나고야돔에서는 2005년 처음으로 야구를 보면서 먹는 球弁(たまべん)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풍류를 즐기기 위한 일본의 도시락은 리먼 쇼크로 전 세계가 경제위기에 빠져들면서 식비를 절감하기 위한 도구로 재부상했다. 2008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남성들을 부르는 ‘벤오또꼬(弁男子)’라는 말도 생겼다고 합니다..
최근 몇 년 새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캬라벤(キャラ弁).キャラ 우리나라도 만드는 사람들이 있지만 Instagram에 #Kyaraben #キャラ弁를 검색하면 피카츄를 비롯한 여러 도시락 사진이 나옵니다. 인기의 배경엔 '도시락의 대량생산화가 가속화되면서 역으로 집에서 직접 만든 도시락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라는데. 아, 예.... 로프트나 도큐핸즈에 가면 코털가위 같이; 엄청 작은 김 가위(모양을 오리기 위한 것으로 추정, 안 써 봤음)나 김을 밑에 깔고 도장처럼 누르면 캐릭터 모양을 낼 수 있게 눈/눈썹/입 모양으로 김이 잘리는 커터도 있다.(역시 안 써봤고 안 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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