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일본 닛산 스타디움 공연
[사진=SM엔터테인먼트]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본 생활이지만,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엄청난 장치가 하나 있다.
바로, 덕 투더 질.
덕후의 나라답게 무엇에 빠지든 ‘으아니! 이렇게까지 나노 단위로 앓을 수 있다니! ’(feat. 고양이 발만 찍어놓은 책이라던가) 혹은 ‘내가 이걸 이렇게까지, 파야한단말인가..’(feat.쓰레빠 전문 잡지도 있다.)하게 된다.
왼쪽은 무엇인가에 몰두에 있는 고영이의 모습만, 오른쪽은 고영이의 발만 모아놓은 책. 끙끙...
공연도 그러하다. 뼈덕후의 관점에서 본진이 일본에서 전국투어를 한다는 것은 궁극의 탕진잼으로 이어진다. 투어 일정이 나오면, 덕후의 연간 일정도 확정. 티켓팅 성공도에 따라 이번 투어가 얼마나 험난할 것인가, 가 결정..
한국은 공연예매사이트에서 선착순으로 좌석 버튼(포도알)을 눌러 티켓을 구하지만, 일본은 거의 대부분 추첨제. 당첨 여부도 운, 자리도 운. 공연 2~3일 전 자리가 발표되던 것도 요즘은 점점 입장과 동시에 내 좌석이 공개되는 시스템. 좋은 자리를 프리미엄을 붙여 표를 되파는 거래를 막기 위한 것. 전지적 개인 시점에서 보다면.. 매크로, 이선좌와 싸워야하는 한국 티케팅보단 그냥 모든 것을 공덕에 따른 덕력에 맡기는 일본 시스템이 명줄은 덜 주는 것 같고요. 또르르..
암튼 공연일정이 나오면 여기에 맞춰 에어텔 선지름, 후갚음 및 후티켓 확보의 개미지옥으로..
일본의 공연장은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県에 고루 퍼져있다.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객석 규모에 따라 종류(회장/홀/아레나/돔)도 여러가지다.
n십년간 투어로 탕진을 반복 중인 할머니의 입장에서 잘 키워놓은 K-Pop 아이돌들이 한국에서 전투를 뛰지 못하는 현실을 넘나 통탄스럽... 본진의 내한공연을 기다리다, 빠진 목을 들고 외국 원정을 뛰고 있는 작금의 실태,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도쿄 시내에 끊임없이 내걸리는 한국 아이돌들의 투어 광고판들은 보고 있으면, 좀 오바해서 억울함까지도 든다. 한국 아이돌이 일본 데뷔를 서두르는 것도 전국투어를 위한 경우가 많다. 글로벌 덕후들 입장에선 사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본국발 항공편 가격에는 큰 차이가 없다. 먼 길을 물 건너서 온 덕후일수록 체류기간, 즉 공연의 횟수가 더 중요하다. 특히 같은 나라 안에서 시간만 허락된다면 도시를 이동해 다음 공연을 보는 것은 큰 일이 아님. 3일 공연=3일 출석. 30일 공연=30일 출석. 올출은 태초의 진리.
오사카 쿄세라돔
오사카 쿄세라돔 우블 시야제한석 시야각. 돌출만 보이고 정면은 시계 0. 사이드에 작은 전광판 따로 달려있음.
일본 데뷔 이후 싱글 혹은 정규앨범을 낸 아이돌은, 회관(1000석 미만)→홀(2000석 안팎)→아레나(1만석 이상)→돔(3만~5만석)의 순서로 투어 규모를 키워나간다.
부도칸日本武道館이나 요코하마 아레나横浜アリーナ 등 1만~2만석 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한 뒤, 정식 앨범 발매 후 아레나 혹은 돔투어로 시작하기도 한다.
2018년 일본 라이브 시장의 관객 동원 순위다.
동방신기는 2018년 1월 나고야돔과 교세라돔을 시작으로 6월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도 공연을 했다. 東方神起 LIVE TOUR ~Begin Again~in NISSAN STADIUM는 1회 7만명이 들어가는 닛산에서, 그것도 3일간 연속 공연. 일본 가수 포함 동방신기가 최초였다. 이후 9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를 비롯해 10개 도시에서 東方神起 LIVE TOUR 2018 ~TOMORROW~를 33회 열어 127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작년 연말에도 시부야 스크렘블에서 가장 큰 광고판에 걸려 있어준 동방. 뿌듯했어요... 올해도 가즈아.
2017년 1위는 三代目JSB, 2위는 빅뱅. 매년 돔투어를 해온 아라시嵐 공연도 2020년까지 꼭 한 번은 보고싶지만 표를 구할 수 있을지;
관객 동원수 상위권 올라와 있는 팀들은 돔투어 혹은 아레나 투어를 돈다. 회관-홀 투어에서 단계별로 규모를 키워왔다면, 본격적으로 수익이 나는 것도 아레나투어부터. 보통 [1만엔(10만원) 안팎인 티켓값]+[관객수(티켓값)의 평균 0.8배~2배 수준인 굿즈값]을 합한 것이 투어 수익.
한 자리에서 공연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수익률은 커진다. '돔투어'의 상징성은 이 규모의 경제에서 나온다. 도쿄돔이 하루 대관료가 1700만엔(1.7억만원) 수준으로 비싸지만 하루 5.5만명 티켓 수익+굿즈 수익을 따지면 엄청난 규모의 경제다.
도쿄돔
도쿄돔은 도쿄돔 호텔에 묶으며 봐야 제맛. 지금 공연하는 그룹이 누군지 알고 싶으면 이 호텔 창문에 붙은 이름을 보세요.
일본 첫 돔구장인 도쿄돔이 1988년, 오사카 쿄세라돔과 나고야돔이 1997년, 삿포로돔이 2001년 만들어졌다. 이 4개 돔을 돌며 공연하는 것이 '4대 돔투어' 여기에 후쿠오카를 더해 도쿄/후쿠오카/오사카/나고야/삿포로를 도는 것이 '5대 돔 투어' 사이타마 메트라이프돔(구 세이부돔)을 포함해 '6대 돔 투어’이라고 부르기도. 첫 5대 돔투어는 SMAP(밴드는 GLAY, 솔로 아티스트는 쿠와타 케이스케), 첫 6대 돔투어 Mr.Children.
일본에서도 돔투어를 할 수 있는 그룹과 아닌 그룹의 위상이랄까 이런 것이 확실히 구분되는데, 한국 아이돌들이 매년 돔투어를 하고 있다는 건 참 자랑스럽다. 서울에도 고척스카이돔이 생겨서 최대 3만석 규모로 3일 연속 공연이 가능해져서 그나마 다행. 한국에도 돔투어 도입이 시급하구욘... 현기증난다고요 ㅠㅠ
도쿄돔 왼블 24ゲート1階3塁側시야각
어나더레벨인 돔보다 더 보편적 투어가 아레나 투어다. 가동률이 가장 높은 1만~2만석 아레나에는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부도칸, 국립요요기경기장 제1체육관(재건축 중), 마쿠하리 멧세, 요코하마 아레나, 일본 가이시홀, 오사카성 홀, 마린 멧세 후쿠오카 등이 있다.
수도권에서는 5만5000석의 도쿄돔 다음으로 큰 공연장인 3만7000석의 사이타마는 연간 가동률이 2014년(83.3%) 2015년(77.6%) 2016년(79.2%) 80% 수준으로 거의 놀리는 때가 없는 거 같다. 보통 1년 반 전에 예약을 해야 공연을 잡을 수 있고, 13개월 전 공연 스케줄을 확정해야다고 함. 원래는 경기장으로만 쓰다가 2006년 롤링스톤즈가 처음 공연하면서 대형 아티스트들이 공연하게 됐다고.
사이타마는 도쿄에서 지하철로 40~50분 정도 떨어져 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우블 スタンドNゲート400レベル 시야각.
간사이에서 쿄세라돔 다음으로 큰 고베 월드기념홀 아레나도 가동률이 2016년(68.2%) 2015년(69.9%) 70% 안팎.
사실 가동률에는 공연장으로 사용된 날짜만 있는게 아니라 경기장의 본래 용도인 스포츠 경기나 전시회 같은 다른 행사들도 열린다. 하지만 부도칸, 오사카성홀 같은 곳은 연간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 150일 안팎인데 무대 장비를 설치하고 리허설하고 철거하는 날까지 합치면 거의 대부분의 날이 공연용으로 쓰이고 있을 듯.
아지노모토 스타디움(도쿄 스타디움) 옆에 있는 무사시노총합스포츠프라자(武蔵野森総合スポーツプラザ)의 경우 2013년 スポーツ祭東京 용으로 쓰였는데 2020년 올림픽 때 배드민턴과 근대 5종 펜싱, 페럴림픽에서는 휠체어 농구 경기용으로 바꾸기 위해 재정비를 했다. 2017년 11월 완공된 이 곳에서 2018년 11월 공연을 봤는데 너무 쾌적 한 것. 1만명 객석 대비 좌석 공간이 넓어서 무대까지 거리가 다른 아레나보다는 멀었지만 공연장 이용 만족도는 큰 듯.
무사시노총합스포츠플라자スタンド(4階)Gブロック7列 좌석 끝줄 하느님석 시야각.
좌석 가장 뒷줄. 1만석 규모치고는 좌석간 공간이 넓어 무대에서 꽤 멀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스타디움 아레나 개혁지침 및 가이드북'을 보면 "스포츠의 성장 산업화를 방해하고 있는 스포츠 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전례주의 등에 관해 마인드 체인지를 촉진하는 동시에 지방 공공단체나 스포츠팀 등의 책무, 민간자금 도입을 비롯한 민간 활용의 기본방향 등을 명확히 하고, 이를 통해 스타디움 아레나를 중심으로 한 관민의 새로운 공익발현 방식을 제시한다"고 돼 있다.
야구 등 보는 스포츠를 위한 아레나가 음식과 숙박, 관광 등 주변산업으로 경제적 파급효과를 노릴 수 있는 집객시설인 만큼 자자체가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경우 적극 활용하게 해주겠다는 것이 요지. 일본은 '재흥전략 2016'(2008년 각의 결정)으로 '스포츠의 성장 산업화'라는 관민 전략을 세워 스포츠 시장 규모를 2015년 5.5조엔에서 2025년까지 15조엔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잡았다. 지자체가 소유하면서 시설 계획 단계부터 정비·운영·관리까지 공공 주도로 이뤄지던 것을 수익성의 초점을 두고 바꾸겠다는 것.
하지만 대규모 경기장 시설들이 그러하듯이 향후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을 넘겨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지, 세금을 투자해 재건축/재정비한 시설을 떠맡을 민간 사업자 혹은 해당 경기장 연고지 프로팀이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
요코하마 아레나 굿즈줄.
요코하마 아레나 중블 3층 1열 시야.
시부야에 위치한 요요기 경기장国立代々木屋内総合競技場 역시 비슷한 우려에 놓여있기도 하다. 2020년 도쿄올림픽 메인 경기장으로 이용하기 위해 2016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갔는데, 올림픽 후에는 민간에 위탁해 새로운 국립경기장 이름으로 바뀔 예정이다. 협찬 기업의 이름이 들어간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 〇〇'이 유력하다는 설.
원래 요요기 경기장은 본거지 팀을 두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일본 축구대표팀 경기나 J리그 경기 중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와세대 대학과 메이지 대학의 럭비 경기(早明戦)용 정도로 사용됐다. 워낙 도심에 있어 소음문제 때문에 이용시간이 제한돼 있는데다, 상업 용도도 한정적이다 보니 2013년 기준으로, 연간 유지비(약 5억엔)의 40%가 아라시 공연 대관비일 정도로 공연 비중이 컸다고.
구 국립요요기경기장 제1체육관
이번에는 올림픽 용도로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기 때문에 도쿄 23구를 본거지로 하는 J리그의 홈구장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하면서 기존 팀이 홈구장 이전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고. 요요기 접근성은 도쿄 아레나급 공연장 중에서는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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