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 폭염에 땀을 철철 흘리며 60㎏ 짐을 이고지고 이사한 것이 엊그제.
그러나 벌써 겨울. 서울은 영하 10도, 찬바람 싸다구, 눈 펑펑이지만 도쿄는 본격적으로 추워진지(아침에 입김이 펄펄나게 된 것은)는 보름 정도됐다. 왜 안 추워지지?라며 젊지도 않은 패기를 자랑하다가 이글루에 있는 것 같은 집안 추위와 사투를 벌이게 되는데...
도쿄는 한겨울에도 영하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날도 많지 않다. 그래서 눈이 오면 큰일이 난다. 2010년과 2014년. 겨울에 도쿄로 여행을 왔다가 된 통 당한 적이 있다. 첫 번째는 적설량 1㎝를 기록한 도쿄에서 전철들이 멈춰서 버린, 뭐 별 것 아닌 일이었다.
2014년2월7일 요코하마 어딘가를 지나가다 버스 안에서 찍은 거리.
그러나 두 번째는 관동지방에 내린 45년만의 폭설. 하네다 공항에 내려 가마쿠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요코하마에 들어서자 차가 멈춰 섰다. 그러고선 그대로 1시간을 그냥 서 있다. 역시, 기다리기 장인의 나라. 나와 친구들, 한국인 일행 빼고는 초초해하는 기색도 없는 사람들. 자리에 앉은 채로 시간은 흘렀고, 눈을 더 왔다. 멈춰선지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원래 노선으로 가는 건 의미가 없다. 다른 길로 우회한다"며 샛길로 빠져주신 운전기사님의 안내방송과 함께 겨우 도착한 후지사와. 하지만 에도덴이 끊겨있네, 후후. 예약한 숙소가 있는 가마쿠라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날 밤 묶을 호텔을 찾아 눈폭풍을 뚫고 나선다. 사경을 헤맨 끝에 남아 있는 방에 간신히 들어갔던 잊지 못할 추억. 그날 우리는 편의점을 탈탈 털어 굶주린 배를 채웠고, 피곤과 술에 꽐라가 돼 꿀잠을 잤다...
하지만 이건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었고, 두 번 다 雪の女로 불리는 친구가 끼어있던 탓이라고 생각했으며, 따라서 도쿄에 올 때도 겨울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냥 더운 여름이 잘 지나갔구나, 했다.
서울에서도 겨울에 내복도 안 입고 12월까지는 코트만 입고도 잘 돌아다니는, 추위를 별로 안타는 애였던 나의 지금 착장. 위아래 기모 잠옷, 그 위에 기모 후드, 수면 양말을 신고, 코타츠용 모포 위에 무릎담요를 덮고, 유탄포을 다리 사이에 끼고 있다.
세상 사람들아 제발 온돌 좀 깔자. 세제온... 방한용품 준비하느라 이런거 저런거 매년 사야될 바엔, 바닥에 파이프 까는 것이 더 싸지 않아? 라고 수백번 홀로 짜증을 내봤자 결국 외국인 임시 거주자 주제에 월동준비 안한 내 탓이었읍니다...
온돌만세. 온돌천국.
지난 롬곡의 일주일을 돌아본다. 의식의 흐름 및 현타주의.
1년 단기 거주이기 때문에 코타츠는 처음부터 들여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냥 가져가라고 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나중에 버릴 생각이 더 커서 no했다. 내가 믿는 구석이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그건 에어컨.
에어컨을 켜는 것이 일본에선 두 가지 의미. 냉방과 난방. 따라서 “너무 추워서 에어컨을 끄지 않고 잤어.”는 올바른 문장이다. (내가 첨에 이걸 듣고, 에?? 나니?? 바보나노??라고 내적동요를 한 적이 있어서 적어본다..)
바깥 날씨 8도. 에어컨을 22도에 맞추고 10분 정도 지나면 집 안 전체가 훈훈해진다. 아, 살 것 같아.. 라며 옷을 하나 벗어두지만... 에어컨의 단점은 장점과 너모 데칼코마니. 여름에 에어컨이 좋은 건 빨리 차가워지는 것. 기온 뿐 아니라 습기도 날려줘서 그렇다. 온풍도 빨리 데워지는 건 좋은데 피부에서 물 빠져 나가는 소리도 같이 들린다는 점. 이불커버를 빨아 거실에 널어놓고 틀면, 딱 괜찮다. 또 하나 치명적인 단점. 끄면 그냥 끗. 한국 보일러처럼 잔열이 없다. 열기는 그냥 에어컨을 끄는 순간 사요나라. 보온력 무엇....
일본에도 온돌이 깔린 집이 있다. 부동산에 집 알아볼 때 床暖房를 조건에 넣으면 되는데 야칭은 20만엔 밑으로는 없다고 보면 될 듯. 깔려 있는 경우에도 거실부분에만 설치돼 있어서 거실에서 모여 자야한다고...
일본에서 30년 사신 분이, 본인은 어느 날 집에 들어왔는데 너무 추우면 그냥 가스불 켜놓고 있었던 적도 있다고 하셨다. 마치 모닥불같이... 진짜 어떤 심정인지 너모 공감되고요. 물 끓일 때는 부엌에 가 있다. 따듯하다... 너모..
이분이 가스난로도 추천해 주셨는데. 예전에 일본 민박집에서 써본 경험이 있는데 가스 냄새가 에러였던 기억. 가스 켜서 방이 따뜻해짐과 동시에 가스 냄새도 한가득. 그걸 빼려고 창문 열었다가 다시 시베리아. 가스 켜면 또 냄새. 그럼 또 창문을 여는 멍청이 같은 반복을;
그래서 가을에 사놨던 것이 이 전기모포. 야마젠(YAMAZEN)꺼고 아마존에서 1800엔인가 주고 샀다. 아마존이나 라쿠텐에서 電気毛布로 검색면 저렴이부터 고렴이까지 엄청난 스펙트럼.
자세히 안봐도 열선이 지나가는게 뙇. 근데 물빨래 해도 된다고.
코드는 이렇게 분리하면 된다.
무릎담요처럼 써도 되고 어깨에 두를 수도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것도 건조와 싸움. 너무 건조할 때 쓰면 전기가 몸 안으로 지나가는 느낌 실화냐... 보습을 잘하거나 가습기를 켜놓으면 좀 괜찮다.
요즘 온수매트도 쓰는데 이런 식으로 생겼다.
라쿠텐
가격이 보통 3~4만엔 선인데 110볼트로 한국사용 불가. 겨울이 지나면 무거운 짐 되는, 코타츠와 같은 이유로 패스. 정착해서 살면 이것저것 다 사겠는데, 한철 나려고 좁은 집에 이고지고 있는게 싫으니까 뭘 할 수가 없네..
그러니까 왜 안써 온돌 ㅠ ㅠ 코트라 수출 좀 해조라... 지글지글도 아니고 몸 좀 덥히는 수준으로 난방하기 위해서 이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 보면 현타가 오구욘...
그래서 한철 겨울 나기위한 방법을 찾았다. 이건 그냥 넘나 개인적인 기준이다.
거실엔 코타츠 없이 코타츠 이불 敷き布団(しきぶとん)을 깔았다. 바닥이 따듯해지지 않는다는 건, 절대 추위가 가시지 않는 것과 같은 말이다. 엉엉. 맨발로 집에 있을 수가 없어 ㅠㅠ 바람은 왤케 또 쌩쌩부는거야... 범에 바람이 불면 창문이 덜컹거릴 정도로 분다.
내 사랑 니토리에서 산 코타츠 바닥 이불. 더 큰 것도 있으니 크기는 고르면 됨. 코타츠는 (1)바닥에 까는 이불과 (2)전기를 연결하는 책상?에 끼는 덮는 이불 두 개가 필요하다. 거실이나 방 바닥에 까는 러그가 필요하다면 겨울용으론 코타츠 이불이 좋은 듯. 보드랍고 따듯하고 두껍고 하여간 존좋..
침실엔 전기모포와 유탄포 湯たんぽ(ゆたんぽ)를 두기로. 어디 것이 좋은지 몰라서 그냥 무인양품에서 샀다. 유탄포가 1000엔 유탄포카바가 1100엔인가 그랬던 듯. 카바가 있야 하는게 그냥 유탄포는 절래 뜨겁기 때문에 안고 있을 수 없다;
유탄포는 자기 직전 끓여서 세팅해놓으면 아침까지 열기가 남아 있다. 근데 주의사항으로도 적혀 있듯이 低溫やけど 위험이 있다. 저온 열원에 의한 화상. 저온이라도 열원의 장시간 직접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화상이라고. 그래서 자기 전 이불을 덥히고 자기 전 이불속에서 꺼내라고 경고가 표시돼 있다. 이건 조심해야할 듯.
커버는 이중?으로 돼 있다 지퍼를 닫고 커버에 뚜껑부분을 씌우면 완성.
(잠깐 이불 이야기)
원래 침대를 안 쓰기 때문에(지글지글한 한국 내방에서 한겨울 바닥에 배 깔고 귤까먹으면서, 유튜브보면 얼마나 맛있게요..) 일본에 와서도 침대 대신 까는 이불敷き布団을 샀다. 우리나라보다 아직 요 문화가 남아있어서 좋은 요가 많다고 하여 구입한 이것.
karari Futon. カラリフトン
오자마자 사려고 작심했던 이불. 라쿠텐 대세일이 있어서 반값에 꿀겟. 그렇게 두껍지 않은데 눕는 느낌이 넘 포근하고 아늑. 바닥의 찬기도 전혀 안 올라온다. 여름에도 습기차는 느낌 없이 보송보송했다. 가격대가 좀 있지만 괜찮은 요 찾는 분이 있으시면 추천.
karari Futon. カラリフトン
습기 체크하는 스티커도 붙어있다. 깨알이고요 ㅋㅋ
하여간 그래서 이번 겨울은 잠자기 전엔 가습기와 에어컨을 틀어놓고 살고, 전기모포로 데워 놓은 이불 속으로 유탄포를 끌어안고 들어가 개꿀잠을 자보겠다는 결론.
주절주절 길었던 모든 고민은 그냥 보일러로 바닥 난방하면 끝날 일이라고요. 빨래도 지글지글 보일러 틀어놨을 때 바닥에 펼쳐놓고 말리면 순삭인데여... 전기장판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여. 뜨거운 물통을 왜 때문에 안고 있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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