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당국이 지난달 원자로 4기 모두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트리카스탱 원전. 위키피디아
프랑스 당국이 지난달 원자로 4기 모두의 가동을 전면 중단시킨 트리카스탱 원전에 대한 조치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 가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 제1공영 ARD방송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원자력안전청(ASN)이 지난달 28일 남부 트리카스탱 원전의 원자로 전체를 일시적으로 멈춘 배경을 이같이 설명하며 “유럽의 중심부에서 ‘후쿠시마 시나리오’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 원전에 영향을 준 것처럼 지진이나 홍수로 원자로가 물에 잠겨 냉각시스템 등이 고장나 노심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爐心熔融)의 위험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1999년 허리케인 ‘로타르’가 강타하면서 대서양 바닷물이 지롱드강으로 범람해 서부 해안 블라예 원전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일어난 바 있다. 당시 냉각 체계가 붕괴되는 대형사고는 면했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선 이론적으로 추정했던 참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은 이미 2003년 기후변화 가속화로 폭풍과 홍수, 범람에 따른 원전 사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나자 2011년 유럽 각국은 전역의 원전들을 대상으로 지진과 범람에 대한 강화된 기준의 안전검사(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ASN은 당시 보고서는 “트리카스탱 원전이 지진 발생 시 제방 붕괴, 범람에 안전하지 않다”며 “2014년 말까지 보안 대책을 마련하라고 운영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에 통도했지만 보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과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이런 위험성을 가진 원전의 즉각적인 가동 중단을 요구했고 ASN는 지난달 노심용융 사고의 위험을 인정해 긴급 가동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앞서 2008년 이 원전에선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방사능 유출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트리카스탱뿐 아니라 프랑스 내 많은 원전이 냉각수 수로의 고도가 원전보다 높고 제방 내진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 사고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고있다. 독일 국경 지대의 페센하임 원전의 위험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측정돼 독일 정부는 프랑스 정부에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 프랑스 지부의 야닉 루셀레는 스위스에서 70㎞ 떨어져있는 뷔제 원전과 북부 노르 지역의 그라블린 원전 역시 위험도가 높다고 주장했다. 뷔제 원전은 스위스 정부가 가동 중단을 요구해 온 곳이다.
프랑스전력공사는 트리카스탱 원전의 이번 조치가 일시적 가동 중단으로 11월 초쯤 재가동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ARD는 “언제 다시 원전이 가동될지는 알 수 없으며 공사의 예측은 비현실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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