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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럽

독립하려는 카탈루냐, ‘카탈렉시트(Catalexit)’를 감당할 수 있는가

by bomida 2017. 10. 11.

지난 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시민사회(SCC)가 주도한 카탈루냐 독립 반대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스페인 국기를 펼쳐 들고 있다. 바르셀로나|AFP연합뉴스


 카탈루냐는 ‘카탈렉시트(Catalexit)’를 감당할 수 있는가.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가 10일(현지시간) 예정대로 독립을 선언하게 되면 마주할 첫 난관이다. 강한 경제를 토대로 꿈꾼 ‘카탈루냐 공화국’은 경제 문제를 풀어야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스페인없는 카탈루냐가 지금과 같은 탄탄한 경제력을 가질 수 있냐는 점이다. 단일시장인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단일통화인 유로를 쓰는 카탈루냐의 EU 퇴출은 단일시장·관세동맹 탈퇴를 앞둔 영국의 하드 브렉시트보다 부침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네덜란드 ING은행은 ‘카탈루냐 : 혼자가 되는 비용’ 보고서에서 카탈렉시트의 최대 위험으로 불확실성을 꼽으며 가계의 소비 감소가 가장 분명하고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카탈루냐 주민 62%가 ‘미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 ‘기대’(31%)보다 두 배 많았다. 보고서는 “우려가 혼란으로 바뀌면 (소비 감소뿐 아니라) 은행과 자본 통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업투자에서 불확실성은 그 파급력이 더 클 것”이라고 봤다.


 지난 1일 스페인 은행 카이샤뱅크와 방코사바델이 바르셀로나에 있던 본사를 발렌시아와 알리칸테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카탈루냐 경제는 많은 부분에서 EU와 맞물려 돌아간다. 28개 EU 회원국은 카탈루냐 내 외국인 투자의 70%, 수출의 65%를 차지한다. 에너지기업인 스페인 가스내추럴과 프랑스 수에즈의 자회사 아구아스 데 바르셀로나도 본부를 마드리드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카탈루냐의 독립투표 준비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이미 1600개 기업이 이전했다는 분석도 있다.


 분리주의자들은 카탈루냐가 EU 회원국 지역 중 인구 순위가 15위이며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2240억유로로 포르투갈보다 크다고 강조한다. EU도 카탈루냐를 잃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EU 협정은 독립 지역의 회원 지위를 보장한다는 규정이 없다. BBC는 프로디 독트린이 적용돼 분리·독립 지역의 회원국 지위는 자동 박탈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예비 헌법은 이중국적을 언급하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가 인정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EU 시민권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유로존 회원 지위를 상실하면 당장 쓸 대안 화폐도 고민해야 한다. EU는 물론 세계무역기구 회원이 아닌 카탈루냐는 외국과의 거래에서 우호적 관세 혜택 권리도 잃게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이 스페인 정부(의 결정)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기도 어려워 결국 독립은 (카탈루냐가) 제3국 지위를 갖는다는 의미”라며 “단일통화의 존재가 지역의 독립운동 움직임을 불가능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카탈루냐 독립이 540억유로의 민간기업 적자를 불러 GDP 25~30%, 일자리 18만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프랑스24는 이 같은 “경제적 압력은 정치나 법적 압박보다 크다”며 “카탈렉시트는 브렉시트보다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10일 예정된 연설에서 일방적인 독립 선포보다 상징적인 성명만 내놓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1일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에서 찬성률은 90%가 넘었지만 투표율은 43%에 그쳤다. 8일 바르셀로나에서 35만명(주최 측 추산 95만명)의 시민들이 독립 움직임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에 나서는 등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카탈루냐와 중앙정부가 바스크 지역의 모델을 타협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바스크 지방은 중앙정부와 협정을 통해 연 130억유로의 세금을 징수해 24억유로를 국방·기반시설 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중앙정부에 반납하고 있다. 카탈루냐는 다른 주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징수해 자치주에 분배하는 세제를 적용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카탈루냐는 정부 분배분보다 99억유로의 세금을 더 내는 현 징수체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한다”면서도 바스크의 협정 모델은 “국고 배분의 감소를 우려한 다른 지역의 반대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국립연구위원회(CSIC)의 분석을 보면 카탈루냐 독립 시 160억유로의 국가재정이 비게 되는데 이는 내년 스페인 예산의 13%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