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한 시민이 양손 가득 비닐봉투에 담긴 짐을 든 채 걸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1초만에 만들어 20분 쓰고 버려지는 비닐봉투는 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는 400년이 걸린다. 봉지 등 ‘죽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지구를 뒤덮으면서 2050년이면 바닷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많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환경의 ‘악의 축’ 비닐봉투는 그래서 쓰지 않는 것이 답이다. 편리함을 상쇄할 만한 강도 높은 규제가 도입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케냐는 지난 8월 말부터 비닐로 만든 봉투의 제작·수입·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적발되면 최대 징역 4년 또는 한국 돈으로 벌금 최대 4300만원을 물어내야 한다. 비닐봉투에 대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처벌’로 평가를 받은 이번 조치는 케냐의 생존을 위해 나왔다. 케냐에선 비닐봉지가 한 달에 2400만개가 사용된 뒤 쓰레기로 쏟아져 나온다. 이는 국가 경제를 이끄는 목축업과 어업, 관광업에 영향을 준다. 버려진 봉지가 거리를 더럽히고 수로를 막는 것을 넘어 가축들의 건강까지 해친다. 도축된 소의 위에서 비닐봉투가 20개까지 발견되는 경우가 나오면서 소고기가 화학물질 등에 오염됐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케냐는 지난 10년간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번 조치는 3번째 시도 끝에 시행에 성공한 것이다.
주디 와쿤구 케냐 환경부 장관은 “비닐봉투는 분해까지 20년~1000년까지 걸린다”며 “비닐은 케냐의 고형 폐기물 중 가장 큰 과제로 반드시 극복해야 할 환경의 악몽”이라고 말했다.
비닐봉투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해안의 작은 섬 낸터킷에서 처음 시도됐다. 이 곳에선 이미 1990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를 쓸 수 없었다. 당시 쓰레기매립지가 포화되면서 파격적으로 단행한 정책이었다. 이 섬에선 2016년부터 모든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해 규제 수위를 높였다.
특히 섬과 바다와 맞닿은 곳에선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비닐봉투가 ‘재앙’이다. 바다에 사는 조류의 99%가 플라스틱을 섭취한 상태고, 2010년 인도양에선 비닐봉지 등이 뒤섞여 만들어진 거대한 쓰레기섬이 만들어졌다.
도시에서도 마찬가지다. 방글라데시는 2002년 전국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1988년과 1998년 전 국토의 3분의 2가 물에 잠겼던 홍수의 경험이 원인이었다. 도시 범람의 80%가 하수구가 플라스틱에 막혀 일어난 것으로 판명됐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직전인 2008년 비닐의 사용을 일부 금지했지만 단속이 뜸한 지방에서 지켜지지 않아 금지령은 유명무실했다. 바다로 흘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3분의 1은 중국에서 온다.
남미·북미에선 국가 차원의 금지령이 내려진 적은 없다. 미국은 로스앤젤레스·오클랜드·시애틀·샌프란시스코 등 도시 단위로 정책이 시행된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업체의 로비가 심한 탓이다. 하와이는 모든 카운티에서 비닐봉지를 금지하면서 결과적으로 섬 전체에서 비닐봉지를 쓸 수 없게 됐다.
아프리카에는 에리트레아·모리타니·모로코·르완다·탄자니아 등 국가 차원에서 사용을 금지한 나라들이 많다. 아프리카가 특히 비닐봉투에 민감한 것은 버려진 봉지가 모기 서식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비닐이 배수를 막거나 물 웅덩이를 만들어 모기가 들끓으면 말라리아의 위험은 커진다.
르완다는 ‘깨끗한 도시’를 유지하기 위한 단속과 함께 비닐봉투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수도 키갈리 공항에서 봉지를 반납하고 입국해야 한다. 콩고와 국경을 맞댄 지역에 밀수를 위한 암시장까지 생겼지만 비닐봉투를 사용하다 걸리면 최대 징역 1년형 또는 12만6000 르완다 프랑(약 17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금지령 대신 비닐봉투와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아오면 돈으로 바꿔준다.
자원순환사회연대 회원들이 지난 2013일 7월 서울 종로1가에서 ‘세계 1회용 비닐봉투 안쓰는 날’을 맞아 피켓을 들고 시민 캠페인을 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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