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에 2만개. 음료와 화장품 등을 담는데 쓰는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 비율이 커졌다고 해도 이같은 빠른 소비량 증가 속도는 따라잡지 못한다. 수거되지 못한 채 바다로 흘러들어간 플라스틱 쓰레기가 2050년이면 바닷속 물고기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의 보고서를 분석해 2021년 플라스틱 음료병 소비가 5833억개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에서 1초에 2만개가 소비되는 셈이다. 원재료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염산에서 이름을 따 페트(Pet)병으로 불리는 이 용기는 보틀드워터(Bottled Water), 즉 먹는샘물이 보편화되면서 사용량이 급증했다. 2004년 3000억개에서 지난해 4800억개로 늘었고, 2021년이면 20%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소비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내걸고 판매하는 먹는샘물은 건강한 삶에 대한 갈망, 도시화와 함께 급속히 확산됐다. 공용재였던 수자원을 병에 담아 시장으로 넘기면서 물의 사유화를 가속화시킨 촉매제이기도 하다. 물의 보관과 이동이 간편해졌고, 수출이 가능해지면서 생산량의 4분의 1이 원산지인 국가 밖에서 소비된다. 1940년대 처음 등장한 병에 담은 물은 70년대 세계에서 연간 10억ℓ가 거래됐다. 1980년대 25억ℓ로 2배를 넘기더니 2000년 840억ℓ, 220억달러 어치가 유통됐다.
▶[2013 현장 보고서 - 물은 기본권이다] 물 사유화의 첨병 ‘보틀드 워터’
최근에는 전체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2015년 중국의 먹는샘물 소비량은 684억병에서 2016년 738억병으로 1년만에 54억병이 늘었다. 한국도 2000년대 1500억원 규모였던 생수시장이 지난해 전년 대비 15% 이상 커진 7400억원(닐슨코리아 조사) 규모로 확대됐다. 2020년이면 소비가 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빈 병들이다. 재활용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페트병 수거비율은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새 병으로 다시 쓰이는 건 수거량의 7%에 그친다. 생수뿐 아니라 탄산수 등 플라스틱 병 음료 소비가 늘면서 시장점유율 1위인 코카콜라에서만 연간 1000억개의 페트병을 생산한다. 그린피스는 이 분야 상위 6개 기업의 소비량 중 6.6%만이 재활용된다고 밝혔다. 영국 비영리기구 엘렌맥아더재단은 매년 바다로 버려지는 500만~130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2050년이면 바닷속 플라스틱의 무게가 물고기 양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쓰이고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벨기에 겐트대 연구에 따르면 해산물을 먹는 사람들은 연간 1만1000개의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을 함께 삼키게 된다. 환경보호를 위한 서퍼들의 모임인 SAS의 휴고 태곰은 “독소가 식사에 함께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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