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9월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로사 소노마카운티공항에서 열렸던 ‘친환경 항공기 경진대회’(Green Flight Challenge)에서 소형 여객기 뒤 하늘 위로 열기구가 떠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가 후원한 이 행사는 총 상금은 165만 달러를 걸고 항공유 3.7ℓ로 320㎞ 이상을 나는 친환경 항공기를 제작하는 대회였다. 항공유와 바이오디젤, 수소, 전기 등을 동력으로 사용한 항공기가 출품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전기차에서 한창인 전 세계 기술전쟁의 다음 ‘전장’은 전기항공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부담이 큰 항공계에서는 누가 먼저 석유에서 전기로의 전환에 성공하는지가 생존을 건 ‘게임 체임저’가 될 수도 있다.
영국 저비용항공사 이지젯(EasyJet)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라이트일렉트릭(Wright Electric)과 함께 전기로 나는 항공기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목표는 앞으로 10년 안에 한 번 충전하면 최장 355마일(570㎞), 약 2시간 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단거리용 여객기를 상용화하는 것이다. 120인승 규모의 단일 통로 소형 전기항공기를 런던~파리, 뉴욕~보스턴 거리 수준의 노선에 띄운다.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보잉사 등에서 일하던 배터리 전문가들과 항공우주 엔지니어, 전기차 연구자들이 2년 전 만든 라이트일렉트릭은 전기항공기가 개발되면 비행기 값이 10% 정도 저렴해지고, 객실 소음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항공사의 비용 구조에서 연료는 30% 가까이 차지하는데 국제유가가 수시로 변해 부담이 크다. 이를 전기로 바꾸면 비용 감축뿐 아니라 불확실성도 제거된다. 라이트일렉트릭은 향후 20년 내 모든 단거리 노선 항공기는 전기여객기로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경우 주요국들이 강도 높은 탄소배출 규제에 들어가면서 하늘길에서의 화석연료 사용도 점차 제한될 수 있다. 캐롤린 맥콜 이지젯 최고경영자는 “2000년 이후 1㎞당 31%씩 탄소배출량을 줄였는데 전기항공기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다음 단계”라며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항공에서도 환경적 측면에서 전기기술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전기항공기 상용화의 최대 난관은 배터리다.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는지, 충전소 접근은 얼마나 자유로운지가 사업성을 좌우한다.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비행하는 구상은 이미 19세기에 처음 나왔다. 프랑스에서 1883년 첫 전기비행선 ‘라 프랑스(La France)’가 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1973년 독일에서 니켈-카드뮴 배터리를 쓴 ‘ME-E1’가 14분간 하늘을 날면서 전기를 동력으로 한 첫 항공기로 기록됐다.
가솔린에 밀렸던 전기동력 항공기가 다시 부각된 것은 탄소배출 문제와 맞물려 전기저장기술이 발전하면서다. 2008년 수소연료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혼합한 연료장치로 시범 항공기를 선보였던 보잉사는 지난 4월 항공기술 스타트업인 주넘 에어로, 저비용항공사 제트블루와 함께 10년 내에 항공유와 전기를 모두 쓰는 하이브리드 추진장치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의 에어버스도 독일 지멘스와 2030년까지 100인승 이상의 하이브리드 여객기 개발을 추진 중이며, 나사도 14개 전기모터를 달고 기존 항공기와 비슷한 속도로 날 수 있는 전기항공기 ‘X-57’의 계획안을 공개했다.
CNN은 연료가 가장 큰 비용 중 하나인 항공업계에서 전기여객기 개발은 항공사 간 경쟁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온라인매체 쿼츠는 4월 제트블루의 하이브리드 여객기 계획을 보도하며 “승객 50명을 태운 항공기가 1000마일(1600㎞)을 운항할 때 연료비가 40~80%까지 절감된다”고 전했다. 이어 “상업화까진 전기차만큼 쉽지 않다”며 “(업체 간) 공유충전소 등도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잉글러 라이트일렉트릭 대표는 이날 전기항공기 계획을 발표하며 “이 프로젝트는 모든 관점에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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