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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람들

[월드피플]부토 암살 배후로 파키스탄의 ‘도망자’ 된 무샤라프

by bomida 2017. 9. 1.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왼쪽)와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EPA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쿠데타로 10년 간 파키스탄 정권을 잡았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이 국가의 ‘도망자’ 신세가 됐다.


 파키스탄 반테러재판소(ATC)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암살과 관련한 재판에서 무샤라프에 대해 ‘정의로부터 달아난 도망자’라고 선언한 뒤 그의 재산을 몰수할 것을 명령했다고 현지 일간 돈 등이 보도했다. 이날 무샤라프는 혐의를 부인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고, 두 차례나 총리직에 올랐던 부토는 지난 2007년 12월 총선 유세에 나섰다가 북부 군사도시 라왈핀디에서 총격과 자폭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수사 당국은 탈레반과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의 소행으로 봤지만 부토 지지자들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 건 무샤라프였다.


 줄피카르 알리 부토 전 총리의 딸인 베나지르 부토는 아버지가 1979년 쿠데타 직후 군사정권에 의해 사형되자 1984년 영국으로 건너가 아버지가 세운 파키스탄 인민당(PPP)의 대표가 됐다. 1988년 선거에서 승리해 이슬람 국가에선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됐으나 2년 뒤 또다시 터진 쿠데타로 총리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1993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3년 뒤 비리 등의 혐의를 받아 또 해임됐다. 이후 군 참모총장 출신인 무샤라프가 1999년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그의 집권 기간 해외를 떠돌던 부토는 총선을 앞두고 2007년 귀국해 지지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선거를 몇달 남겨두고 부토가 암살당하자 정적 무샤라프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 대선에서 부토의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승리하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번엔 무샤라프가 망명길에 오르게 됐다. 그는 2013년 귀국했지만 무샤라프가 일으킨 쿠데타로 쫓겨난 나와즈 샤리프가 총리로 선출되면서 입지는 더 좁아졌다. 결국 군사쿠데타 이후 실정과 부토 전 총리의 죽음에 대한 반역죄와 살인, 살인음모·방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무샤라프는 건강 문제를 들어 재판을 계속 지연시켰다. 지난해 치료를 이유로 출국허가를 받아 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편 이날 법원은 부토 전 총리 암살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고위 경찰관 2명에게 17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음모 연루 혐의로 기소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파키스탄 탈레반(TTP) 소속 용의자 5명에게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파키스탄 휴먼라이츠워치는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