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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람들

[월드피플]‘부패 권력’ 대물림, 후계자로 남동생 지명한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by bomida 2017. 7. 30.

대법원이 부패 혐의로 자격을 박탈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전 총리(왼쪽)가  자신의 후계자로 샤바즈 샤리프 펀자브주 수석장관을 지명했다. 라호르|EPA연합뉴스



 부패 혐의로 중도 사퇴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전 총리(67)가 후계자로 친동생을 지목했다. 샤리프는 자리에 물러났지만 그가 장악한 파키스탄의 권력구도엔 큰 변화가 없이 나온다.


 샤리프 전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자신의 후임으로 남동생인 샤바즈 샤리프(65)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더네이션 등이 보도했다. 샤바즈는 파키스탄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는 펀자브주의 수석 장관이다. 샤리프 전 총리는 “선거를 치르려면 시간이 걸려 당분간은 샤히드 카깐 압바시를 과도총리로 지명한다”고도 말했다. 지방정부 관료인 샤바즈가 총리가 되려면 선거를 통해 의회에 입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석유장관 출신인 압바시 역시 샤리프의 측근이다.


 샤리프 총리는 지난해 4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조세회피자 명단에 세 자녀의 이름을 오르면서 자산 은닉 의혹에 휩싸였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대법원은 합동수사본부(JIT)를 꾸려 조사에 나섰고 의심되는 정황들이 포착됐다. 이에 법원은 지난 28일 대법관 5인 만장일치로 샤리프 총리의 자격 박탈을 결정했다.



 샤리프는 재판 절차의 하자를 지적했지만 총리직에선 즉각 사퇴할 뜻을 밝혔다.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지만 현재 자신이 총재인 여당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를 위협하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현재 연방 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다음 총리와 정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지 일간 돈(DAWN)은 “샤리프 총리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며 “대법원 결정 뒤 파키스탄무슬림리그는 대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패 혐의의 중심에 있었던 샤리프 총리의 딸 마리암은 법원 선고 당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2018년 총선에서 나와즈 샤리프의 위대한 승리를 위한 길을 만들 것”이라며 “그를 막을 순 없다”고 글을 올렸다.



 파키스탄 정치분석가 라술 바크쉬 라이스는 AFP통신에 “대법원의 결정은 ‘게임체인저’가 아니며 유일한 변화는 샤리프가 더이상 총리가 아니라는 점뿐”이라고 말했다. 제2야당이자 부패 수사를 이끈 테흐리크-에-인사프(PTI)가 총리 낙마에도 불구하고 내년 6월 총선에서 여당을 누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샤리프 일가의 부패에 대한 의혹은 더 커지겠지만 궁극적으로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 따라 가장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지 변호사 야세르 함다니는 “파키스탄 사법부가 선거로 선출된 정부에 선고한 가장 역사적인 판결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