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면역결핍바이러스(HIV)-1 세포의 표면. AP
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가지고 태어난 9세 소녀가 출생 직후 집중 치료만으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진행이 멈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조기에 잘 치료하면 평생 약을 먹지 않아도 에이즈를 완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아직 학계에선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례로 보고 있다.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에이즈학회에서 보고된 이 소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2007년 HIV에 감염된 채 태어나 생후 9주부터 40주간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ART)를 받았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이후 약물치료는 받지 않았다. ART는 환자에게 3가지 HIV 관련 항바이러스 약물을 동시에 투여하는 방식이다. 이후 8년간 병세는 호전을 보였고 2015년 검사에서 혈액 내 HIV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동에 대한 ART가 효과를 본 것은 아프리카에서 처음, 전 세계에서는 3번째다. 남아공 위트와테르스란트대 PHRU 연구소의 소아과 의사 에이비 바이올라리는 학회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밝혔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질환연구소 앤서니 포시는 “유아기 때 조치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는 희망을 주지만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2005~2011년 아동 370명이 40주 또는 96주간 조기 ART를 받았지만 이런 결과는 이번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출생 직후 빠르게 진행돼 영·유아 사망률이 높다. 출생 직후 ART가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해지면 매년 에이즈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11만명(2015년)의 아이들을 구할 수 있다. 현재 아동 180만명이 HIV 보균자로 살아가고 있고 15만명이 매년 새로 감염된다.
이날 학회에서는 초기 임상시험에서 안정성과 효능이 높게 평가된 새로운 에이즈 백신도 발표됐다.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이 공동 개발한 ‘Ad26 모자이크’는 393명을 상대로 이뤄진 초기 임상시험에서 접종자 전원이 항체생산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11월 남아공에서 54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험에 들어간 ‘HVTN 702’에 이어 이번 백신도 남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2600명을 상대로 시험을 계획 중이다.
학계에선 백신만이 에이즈를 막는 방법이라고 보고 있지만 발병 35년간 임상 효능을 시험한 백신 후보는 4개뿐이었다. 유엔 에이즈합동계획(UNAIDS)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1800만명이 새로 에이즈에 감염돼 총 3670만명이 보균자로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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