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브웨 황게국립공원에서 2015년 참혹하게 사냥된 ‘국민 사자’ 세실의 아들 산다(사진)가 2년 만에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트로피 사냥에 목숨을 잃었다고 BBC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로피 사냥에 대한 윤리적 논란에도 매년 사냥꾼이 늘어 전 세계 사자 개체수는 2만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황게국립공원 페이스북
잔인하게 사냥됐던 ‘국민 사자’ 세실의 아들이 아버지와 같은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 세실 사냥으로 전 세계적 공분을 일으킨 ‘트로피(trophy) 사냥’이 결국 대 이은 아프리카 사자의 비극을 불렀다.
짐바브웨 서부 황게국립공원에 살던 6살짜리 수사자 산다가 사냥꾼의 총에 맞아 다른 사자들과 함께 숨졌다고 BBC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산다는 세실이 남긴 13마리 새끼 중 한 마리다. 공원 경계선 부근에 서식지를 두고, 암사자 두 마리와 여러 새끼들을 아우른 무리의 수사자였다. 산다는 공원 울타리에서 2㎞ 떨어진 곳에서 총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13살이었던 세실이 2015년 사살된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세실에 이어 산다에게도 지난해 10월부터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행적 등을 조사해 왔다. 연구팀 과학자 앤드류 러브릿지는 “산다는 큰 갈기와 우람한 몸집을 가진 건강하고 훌륭한 칼라하리사자였다”며 “사자를 잡고 싶어한다는 점, 돈을 내고 사냥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 슬프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세실과 마찬가지로 산다도 ‘트로피 사냥’으로 희생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이들 사냥꾼은 생계나 상업적 이유로 동물을 잡는 것이 아니라 사냥 그 자체를 오락으로 즐긴다. 사냥한 동물의 이빨이나 뿔, 가죽 등을 전시용으로 가져가기도 하지만 머리나 몸 전체를 박제해 트로피처럼 전시한다.
세실을 사냥한 미국 치과의사 월터 파머도 5만달러(5800만원)를 들여 현지가이드와 함께 사냥에 나섰다. 당시 국립공원의 상징으로 사랑받던 사자가 사냥감이 됐다는 사실뿐 아니라 잔혹한 사냥 방식이 충격을 줬다. 세실은 화살을 맞고 상처를 입은 채 도망다니다 40시간 만에 다시 총에 맞아 죽었으며, 파머는 세실의 머리를 자르고 가죽을 벗긴 뒤 기념사진을 찍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트로피 사냥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짐바브웨 정부에 멸종위기 동물의 사냥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라는 청원에 60만명 이상이 동참했다. 미 백악관 청원사이트에는 파머를 사법처리해야 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12만명이 서명했다. 유엔은 세실 사건을 계기로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밀렵과 불법거래를 ‘중대범죄’로 규정, 각국에 예방법령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짐바브웨를 비롯한 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탄자니아 등에선 사냥은 정부가 허가한 합법적 행위다. 그래서 동물보호단체들은 황게국립공원 반경 5㎞에 대한 사냥금지구역 지정을 요구했지만 야생동물관광이 지역경제의 주수입원인 주민들의 반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연구에 따르면 2008년 짐바브웨를 포함한 남아프리카의 트로피 사냥 시장은 1억9000만달러(2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1년에 9000명가량의 트로피 사냥꾼이 찾는 남아공은 이 분야에 7만명이 일하고, 관련 경제 규모도 8400만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사살되는 사자는 1500마리다. 20세기에 개체수 90%가 줄어든 사자는 현재 2만마리 정도만 남아 있다. 지난 10년간 규모가 3배나 늘어난 트로피 사냥은 멸종위기 동물에게 가장 큰 ‘천적’이다.
비영리 국제야생동물보호기관 CIC는 사냥 수입 중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3%뿐이며 동물 개체수 감소는 결국 관광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사냥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의 마샤 칼리니나는 “트로피 사냥으로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짐바브웨 등에서 사자 개체수를 유지해야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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