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84층짜리 초고층아파트 토치타워에서 4일 새벽(현지시간) 화재가 발생해 건물이 불길에 휩싸여 있다. 트위터(@MitchGWilliams)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84층짜리 초고층 아파트에서 4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6월 80명 이상이 숨진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건물 외장재가 삽시간에 불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 등은 두바이 시내 ‘토치타워’에서 이날 오전 1시쯤 시작된 불길이 건물 한쪽 벽면을 타고 확산되면서 건물의 40층가량이 화염에 휩싸였다고 보도했다. 두바이 소방당국은 “화재가 2시간 만에 진압됐으며 거주민들이 모두 대피해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두바이 마리나 요트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높이 337m의 토치타워는 2011년 완공 당시 세계 최고층 아파트였다. 지금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주거건물로 꼽힌다. 이 아파트를 건설한 셀렉트그룹에 따르면 총 84층에 682가구가 살고 있으며 건물 안에 마트 등이 들어선 6개 상업 공간도 갖춰져 있다. 24시간 보안시스템을 작동하는 토치타워는 방 2개짜리 1채가 50만달러(약 5억6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으나 당국은 건물 외벽의 가연성 외장재를 지목하고 있다. 건물 외장 마감재로 값이 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틸렌을 많이 쓰는데 이 물질은 불이 붙으면 건물 전체로 불씨를 옮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해 고층 건물의 대형 화재 위험성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토치타워에선 2015년에도 화재가 발생했으나 인명피해는 없었다.
외장재가 대형 화재를 부른 사례는 여러 번 있었다. 2015년 두바이에서 불꽃놀이 도중 옮겨붙은 불씨가 63층짜리 고급 호텔 ‘디 어드레스 다운타운 두바이’로 튀면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호주 멜버른에서 2014년 12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다친 라크로스빌딩 화재 때는 8층에서 담뱃불로 시작된 불길이 11분 만에 21층 꼭대기까지 번졌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5년 경기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도 불길이 외장재를 타고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저소득층이 주로 살고 있던 런던 그렌펠타워는 값싼 자재를 쓴 탓에 80명 넘는 이들이 빠르게 번지는 불로 건물에 갇혀 목숨을 잃으면서 전 세계 대도시의 고층빌딩 안전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들은 화재 당시 “외장재가 바나나 껍질처럼 벗겨져 나갔다”는 양상을 설명하며 “절연재와 피복 사이에는 에어갭이 있는데, 불길이 급속히 번지는 굴뚝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층빌딩은 바람과 빗물 등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 외벽에 3~5㎜ 두께의 패널을 붙인다. 패널의 겉면은 알루미늄이지만 안에 단열재로 어떤 소재를 넣느냐에 따라 값이 다른데, 광물질 패널이 화재에는 더 강하지만, 폴리에틸렌은 값이 싸서 세계의 고층빌딩에 많이 쓰인다.
'세계 > 중동과 아프리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폭군과 선지자’ 사이, 르완다의 ‘역설적 독재자’ 카가메 (0) | 2017.08.07 |
---|---|
‘협상의 시대’에서 시작된 로하니 2기, ‘이란의 경제 혁명’ 이뤄낼까 (0) | 2017.08.07 |
생후 9주에 집중 에이즈 치료받은 남아공 소녀, 8년간 약물없이 호전 (0) | 2017.07.25 |
반이스라엘 중심에 ‘포스트 오슬로’ 세대···절망과 분노의 팔레스타인 청년들 (0) | 2017.07.24 |
사자 세실, 잔혹한 ‘트로피 사냥’에 아들마저···아프리카 사자의 대이은 비극 (0) | 2017.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