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중동과 아프리카

반이스라엘 중심에 ‘포스트 오슬로’ 세대···절망과 분노의 팔레스타인 청년들

by bomida 2017. 7. 24.

팔레스타인 청년들의 22일(현지시간) 라말라 서부 마을 쿠바르에서 이스라엘 군용 불도저를 피해 달리고 있다. 전날 이 마을 팔레스타인 청년이 이스라엘 정착촌 민가에서 일가족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스라엘은 불도저 등을 동원해 마을의 집을 파괴하고 도로를 봉쇄하는 등 보복에 나섰다. 쿠바르|AFP연합뉴스


 동예루살렘의 이슬람·유대교 성지인 템플마운트(알샤리프)가 또다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이곳을 둘러싼 분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높아진 긴장감 뒤에는 팔레스타인의 젊은이들이 있다. 1993년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건설을 약속한 오슬로 협정 후 태어나 내내 좌절만 경험한 이들은 구세대보다 결연한 의지로 이스라엘과 맞서고 있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 16일 이스라엘이 이틀 전 일어난 아랍계 남성들의 무장공격을 이유로 성지 내 이슬람 모스크 알아크사 입구에 금속탐지기와 보안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분쟁의 성지’인 이곳을 이스라엘이 장악하려 한다고 여긴 팔레스타인인들은 사원 밖에서 항의 기도회를 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 파타당과 무장정파 하마스는 금요합동예배가 열리는 21일을 ‘분노의 날’로 정해 시위를 예고했다. 


 그러나 여기에 참여한 진영은 많지 않았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소셜미디어로 조직된 젊은층이 여론을 바꾸면서다. 하레츠는 “팔레스타인의 좌절감, 분노는 오슬로 협정 이후에 태어난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국가의 존립과 자결권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이뤄지지 못하는 무력한 상황만 보고 자랐다”고 보도했다. 앞선 세대에겐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것을 합의한 오슬로 협정 자체가 성취의 경험일 수도 있겠지만 이후 세대에겐 실패의 경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젊은층은 경제적 개선을 보상으로 한 정치적 타협보다 국가의 독립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현재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다는 소외감과 절망감이 국가라는 ‘대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의지를 더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사는 15~29세 청년은 140만명 정도다. 팔레스타인 인구의 30%를 차지한다. 다른 아랍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젊은층의 인구 증가는 높은 실업률과 맞물려 구조적인 고통을 만든다. 늘어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이 아랍의 새로운 갈등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이미 몇년전부터 시작됐다. 구세대 집권층에 대한 불신이 큰 이 세대는 자치정부(PA)나 하마스와 다른 급진적 이슬람 운동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팔레스타인 사회가 정치적·지리적으로 분열돼 있고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약을 받은 점 역시 반동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앞선 시위에서 사망한 자국민의 보복을 위해 이스라엘 정착지 가정에 들어가 일가족 3명을 살해한 범인은 팔레스타인 19세 청년이었다. 22일 동예루살렘 시위 최전선에서 이스라엘 측이 쏜 실탄과 화염병에 맞아 숨진 이들도 17세와 18세 팔레스타인 청년이었다. 이스라엘의 하이파대 걸프분야 연구원 이도 젤코비츠는 “그들은 자신이 처한 조건들에 대항하며 의미를 찾기 위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행동한다”로 예루살렘포스트에 말했다. 이스라엘이 탐지기를 설치하게 된 원인이기도 한 이스라엘 군인 피살 사건의 배경에도 29세 청년과 19세 소년 두명이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서안 지구 인근 팔레스타인계가 모여 사는 움알팜 출신이다. 요르단타임스는 이들의 총격에 대해 “최근 팔레스타인이 겪고 있는 여러 역학을 내포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의 존재의 권리, 아랍인으로서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겠다,어떤 형태의 이스라엘 침략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압바스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모든 접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지만 리더십이 부재된 팔레스타인 사회는 청년들이 주도한 여론을 만족시키기는 역부족이다.


 사태는 요르단까지 번졌다. 23일 수도 암만의 이스라엘 대사관에서 총격이 일어나 요르단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치안이 엄격한 요르단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알샤리프 사태 직후 일어난데다 팔레스타인 출신들이 많은 요르단 내 반이스라엘 감정을 감안하면 이팔 갈등의 여파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열어 지난 21일 벌어진 이·팔 유혈충돌 문제를 논의했다. 미국은 중동 특사를 급히 이스라엘에 보냈다. 아랍연맹도 27일 외무장관 회담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