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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람들

이란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 시린 에바디 “류샤오보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 우리 임무”

by bomida 2017. 7. 19.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가 1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기자협회와 국경없는기자회가 공동주최한 ‘탈진실 시대의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세니마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우리의 의무는 류샤오보(劉曉波)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는 것이다.”



 이란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인권변호사인 시린 에바디(70)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탈진실 시대의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중국에서 투옥 중 세상을 떠난 류샤오보에 대해 “용기를 냈다는 이유로 9년을 감옥에서 살다 병을 얻었고, 중국 정부는 치료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며 “표현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바친 그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뿐 아니라 나의 모국인 이란을 포함해 대부분의 국가가 표현의 자유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바디는 이란에서 여성으로서 처음 판사가 됐지만 1979년 이슬람혁명 뒤 ‘여성은 판사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판사에서 법원 행정직으로 강등됐다. 자서전 <히잡을 벗고 나는 평화를 선택했다>에서 “법이 바뀌었다. 시계를 1400년 전으로 되돌리는 조치였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이란 인권수호센터를 설립해 민주주의와 여성, 어린이와 난민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고 200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정부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정권의 탄압을 받아 2009년 노벨상 메달을 빼앗기고 여동생이 체포되는 수난도 겪었다.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 온 류샤오보의 부인 류샤를 출국시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부도 내 동생을 감옥에 가두고 나의 재산과 주택도 압수해 내가 입을 다물도록 했다”며 “독재정권은 가족을 인질로 반정부 인사들을 위협하지만 결국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이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에바디는 “혁명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란은 표현의 자유가 검은색으로 뒤덮여있다”며 많은 언론인들이 글을 썼다는 이유로 류샤오보와 같이 갇혀있다고 했다. 에바디는 “더 슬픈 것은 일부는 병을 얻은 상태”라며 “이란 정부는 그들의 석방은커녕, 치료도 해주지도 않는다”고 했다. 죄수들을 위해 세금을 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에바디는 “중동 내 여러 전쟁의 가장 큰 조력자는 이란이며 러시아는 이란을 지원하고, 이들의 반대편에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에서 진행 중인 ‘대리전’을 꼬집은 것이다. 7년째로 접어든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도 이란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지원해 가난한 아프간인들을 시리아 전투원으로 투입하는 식으로 전쟁 장기화를 부추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은 외교적 힘을 위해 주변국에 돈을 쓰는 이란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반대한다”며 “정부의 돈은 국민들의 나은 삶, 질좋은 국가 서비스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집권한지 4년째이지만 “개인의 자유 등은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도 했다. 여성들이 헬스장에 가는 것도 어렵고 운동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가 체포되는 일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에바디는 “대통령의 권한이 작은 이란에선 로하니의 의지와 상관없이 권력이 집중된 최고지도자와 성직자들에 부딪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대안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통제하고 있는 이란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검열하는 한편 비싼 요금정책과 느린 접속을 개선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유로운 접근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에바디는 “여전히 언론은 표현의 자유를 뺏긴 상태”이며 “이같은 국민의 상황과 요구를 표현할 권리조차 없다”고 말했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 이란 등의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며 나서줄 것도 당부했다. 에바디는 “그의 (인권에 대한) 의무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도 해당된다”며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해당 국가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북한과 어떤 누구도 교류하지 않지만 북한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란도 또다른 종류의 독재정권이며 인권 상황도 좋지 않지만 경제제재와 고립은 반대한다. 상업거래는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방과 맺은 핵합의는 이란의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에바디는 “핵합의 이후에도 이란은행과 외국간 거래 금지가 풀리지 않는 등 실제적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미국이 제재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