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사람들

프랑스 낙태 합법화 이끈 여성 정치인, 시몬 베이유 타계

by bomida 2017. 7. 3.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생존자로 유럽연합 의회 최초 선출직 의장을 지낸 프랑스 정치가 시몬 베이유가 30일 타계했다고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항년 89세.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 정치인으로 꼽는 베이유는 법관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시절인 1974년 보건장관으로 발탁됐다. 페미니스트로 유명한 그는 5년간 보건장관 재직 기간 여성들이 쉽게 피임약 구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1975년 낙태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프랑스에선 이 법을 ‘베이유 법’(Loi Veil)으로 부른다.


또 유럽의 평화를 위해선 강력한 유럽연합(EU)이 필요하다는 확고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생전에 인터뷰와 자서전에서 통해 유년 시절 나치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경험 때문에 유럽통합론자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베이유는 1979년 유럽연합 의회 최초 선출직 의장이 됐다.

 


1927년 프랑스 남부 니스의 유복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시몬 야곱으로 자란 그는 1944년 가족이 모두 독일군에 체포돼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이 때 아버지와 오빠는 동유럽으로 보내져고 이후 두번다시 보지 못했다. 시몬은 어머니, 큰언니와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를 거쳤으며 어머니는 수용소에서 풀려난 직후 사망했다. 큰 언니도 살아서 풀려났으나 1950년대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가 수용소 책임자의 도움으로 자유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자서전 <삶>은 지난 2007년 출간돼 스테디셀러가 됐다.

 

베이유는 2010년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종신 회원에도 올랐다. 당시 연설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생각한다”면서 “부모님은 언제나 나의 곁에 계신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그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었고 프랑스의 최고”라며 조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