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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이슈/집 이야기

산새마을의 ‘주민자치 실험’…마을회관에 목욕탕·독서실

by bomida 2015. 10. 8.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산새마을의 ‘주민자치 실험 ’ 

마을회관에 목욕탕·독서실…주민이 직접 운영

ㆍ게스트하우스·육아방도
ㆍ자체 수익사업 모색
ㆍ공동체문화 견인 나서

서울 은평구 신사동 사거리에서 주택가 골목을 따라 봉산 중턱으로 오르면 작은 집들이 모여 있는 산새마을이 나온다. 7일 오전 해바라기가 그려진 담장 안으로 들어가니 주민 예닐곱명이 식사 중이었다. 된장찌개에 양념한 새우젓과 김, 김치 등 서너 가지 반찬을 둘러싸고 왁자지껄했다. 매주 화요일 점심에 다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이곳은 마을회관이다. 점심을 먹은 주민들이 옆 건물로 건너가 고사를 지낼 준비를 했다.

그동안 1층짜리 낡은 주택을 회관으로 쓰다 4층짜리 새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새가 우는 산새마을의 둥지라는 뜻에서 ‘산새둥지’로 이름을 지었다.

1960년대 말 수해 이재민과 뚝섬 경작민, 용산 철거민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이곳은 수십년간 개발에 소외돼 낡은 거주지로 남아 있다가 몇 년 전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쌓였던 공터를 텃밭으로 바꾸고, 도로와 담장, 가파른 계단들을 고치면서 몰랐던 이웃을 사귀고 회의도 하며 산새마을이라는 문패도 달았다.

서울 은평구 신사동 봉산 중턱 산새마을의 새 마을회관 ‘산새둥지’에서 주민들이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정지윤 기자


새 마을회관은 은평구와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지만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공간 구성과 운영 방식도 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자체적으로 수익사업도 벌일 계획이다. 마을이 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된 공동체를 운영하는 첫 발을 내딘 셈이다.

산중턱 가파른 비탈길 위 산새둥지에는 노인들이 가장 소망했던 목욕탕도 들어섰다. 동네 첫 목욕탕이다. 탕을 어떻게 만들지도 주민들이 정했다. 원래 여럿이 들어가는 큰 탕을 만들려고 했다가, 물을 퍼 쓰는 바가지탕으로 바꿨는데 노인들이 탕 안팎을 들고나다가 미끄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방식이다. 목욕탕은 샤워기 3개밖에 없는 공간이라 남녀가 요일별로 나눠 쓴다. 수·일요일은 남탕, 나머지 요일을 여탕이다.

가파른 골목에 놀이터가 없어 육아방도 차렸다. 동네 밖에서 공부하지 않아도 되게끔 독서실도 마련했다. 청소년 동아리와 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할 수 있는 방도 있다. 산새둥지에는 누구나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손님이 왔는데 묵을 방이 없거나, 이 지역을 찾았다 급하게 밤을 지새야하는 이들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목욕탕은 1인당 3000원, 게스트하우스는 1인 1박 2만원이다. 독서실은 하루에 3000원이며 한 달치로는 5만원을 받는다. 마을회관 회원이 84명인데, 30명 정도가 5000원부터 내고 싶은 만큼 회비를 내고 있다. 가끔 마을 탐방을 오는 이들에게 탐방비를 받으면 월 130만원 정도 들어가는 운영비는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반규 은평구 주거재생팀장은 “최근 마을에 신축건물이 생기면서 구성원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며 “장기 거주자들뿐 아니라 새로운 입주자들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데 산새둥지가 접점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