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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규모 8.2 강진에도… ‘지진 단골국가’ 칠레, 차분한 대피

by bomida 2014. 4. 2.

ㆍ북부 해안 인근서 발생… 한때 태평양 연안 쓰나미 경보

ㆍ지난달 지진 겪은 후 예방책 가동… 사망자 6명에 그쳐

칠레 북부 해안 인근 태평양에서 1일 오후 8시46분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했다. 대규모 쓰나미 경보가 내려져 저지대에 있던 수십만명이 대피했으나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고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달 이미 한 차례 지진을 겪은 칠레 당국의 적극적인 예방조치와 신속한 대응, 주민들의 차분한 대피가 참사를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칠레 북서부 아리카 지역 주민들이 2일 새벽(현지시간) 지진해일(쓰나미)을 피해 고지대로 대피, 날이 밝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날 저녁 칠레 해안 인근 태평양에서 규모 8.2의 강진이 발생, 중남미 해안지대에 잠시 쓰나미 경보·주의보가 내려졌으나 큰 피해는 없었다. 아리카 | 신화연합뉴스


2일 칠레 북부 해안도시 이키케 주민들이 항구에서 지진해일(쓰나미)로 부서진 배들을 보고 있다. 전날 저녁 태평양 해저에서 일어난 강진 뒤 이 일대에 쓰나미 경보가 내려졌으나 몇시간 만에 대부분 해제됐다. 이키케 | AFP연합뉴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칠레 국립지진센터(CSN)는 지진의 진원지가 칠레 북부 도시 이키케에서 북서쪽으로 99㎞ 떨어진 지점이라고 밝혔다. 현지 일간 라 테르세라는 첫 지진 후 규모 4.7~6.2의 여진이 25차례 이상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진원이 해저 20.1㎞로 얕아서, 진원에서 470㎞ 떨어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도 규모 4.7의 지진파가 잡혔다.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TWC)는 칠레와 페루를 비롯해 에콰도르와 콜롬비아, 파나마, 코스타리카 등 태평양 해안을 접한 중남미 전역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실제로 지진 발생 직후 이키케에서 높이 2.11m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칠레 북부 피사구아와 파타슈에서도 1m 이상의 쓰나미가 일었다. 지진 직후에는 미국 하와이까지 쓰나미 경보와 주의보를 내렸으나 1일 자정을 넘기면서 대부분 해제됐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은 2일 새벽 아리카·타리파타·파리나코타주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내무부 산하 국립재난관리청(Onemi)은 북쪽 해안지대 주민들에게 즉각 대피령을 내렸다.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와 타라파카, 아리카, 파리나코타, 안토파가스타 등의 지역에서 90만명 이상의 주민들이 언덕 위 고지대와 임시피난소로 향했다. 극심한 교통정체가 발생하기는 했으나 큰 소동없이 피난행렬이 이어졌다. 리카르도 토로 관리청장은 지진 발생 4시간여 만에 모든 해안주민들의 대피가 끝났다고 밝혔다.

저지대 병원과 버스터미널 등은 해일 여파로 물에 잠겼고, 산사태가 일어나 도로가 끊기기도 했다. 이키케에서는 3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북부 여러 도시에서는 정전이 됐다. 지진의 틈을 타 이키케의 교도소에서 여성 수감자 329명이 탈옥하는 소동도 있었다. 그러나 차분한 대응 덕에 피해 규모는 작았다. 내무부는 지진으로 무너진 벽에 깔린 어린아이 1명과 심장마비로 숨진 2명 등을 포함해 총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칠레는 전 세계 지진의 90%가 일어나는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한다. 이 지진대는 태평양을 둘러싸고 아시아에서 북·남미로 이어지는 고리 모양이어서 ‘불의 고리’라 불린다. 환태평양 화산대와도 거의 일치해 지진뿐 아니라 화산 피해도 잦다. 이 지진대 동쪽에 위치한 칠레는 해양판인 나스카판이 대륙판인 남아메리카판 밑으로 수렴하는 지점이어서 강한 지진이 자주 발생해왔다. 남미의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안데스산맥은 이 지각활동으로 생겨난 지형이다. 두 거대 지각판이 충돌하면서 쓰나미가 생기는 ‘메가스러스트’가 일어나기도 한다. 2010년 2월에도 규모 8.8의 지진이 쓰나미를 불러 526명이 사망하고 8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진 대비가 일상화됐지만 북부 지역은 1877년 강진과 쓰나미에 2000여명이 숨진 이후로 장기간 ‘지진 공백’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16일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이키케 주민 10만명이 대피하고, 2만2000명은 전기가 끊긴 상태로 마을에 남아 있었다. 이후 대지진 우려가 높아지면서 지질학자들이 단층 활동 모니터를 강화하고, 정부는 북부 지역에 만반의 준비를 당부했다고 산티아고타임스는 전했다. 재난관리청은 지진감지장치와 가속도계 설치를 위해 600만달러를 투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적극 예방에 나선 것이 이번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한다.

날이 밝아 상황이 정리되면서 피난을 떠난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끊겼던 전기가 복구되고 있지만 더 큰 지진의 전조라는 관측도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릭 알멘딩거 미국 코넬대 지구대기과학과 교수는 “칠레 해안선 인근에 1877년 후 강진이 없어 잠재적 분출 에너지가 있다”며 “2011년 일본에서 규모 9의 대지진 이전에도 규모 7.3의 지진이 있었다”고 NBC방송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