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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 검증 안된 독극물 주사로 사형집행 ‘인권침해’

by bomida 2014. 1. 17.

ㆍ유럽 제약사들, 사형 때 자사약품 사용 막아… 미 ‘대체품’ 주입

ㆍ오하이오 사형수 극심한 고통 속 절명… 유족 “헌법 위배” 소송

사형수를 처형하면서 극심한 고통을 주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일일까. 사형제도 자체가 문제일까, ‘처형 방식’이 문제일까. 미국에서 한 사형수가 ‘검증되지 않은 독극물’로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사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오하이오주 교정국은 16일 성폭행과 살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데니스 맥과이어에게 독극물을 주사, 사형을 집행했다. 그는 1994년 임신 7개월의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맥과이어의 사형 집행에는 진정제에 진통제를 섞은 혼합제가 쓰였다.

그동안 오하이오주는 특정 진정제를 사용해왔지만 지난해 9월 이 약품의 비축분이 떨어지자 대체 약물을 만들어 이날 처음 주입했다. 맥과이어는 약물이 주입되는 순간 숨을 몰아쉬며 몸을 떨었다. 사망까지는 기존 방식보다 긴 25분이 걸렸다. 이를 지켜본 유족들은 사형 과정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존 폴 리온 변호사는 “입증되지 않은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사형이 이뤄졌다”며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처벌을 금지한 조항(수정 헌법 8조)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사형에는 진정제와 근육이완제, 과다 투여 시 심장 정지를 일으키는 성분을 주사하는 방식이 많이 쓰였다. 그러나 이 약물을 생산해온 유럽 제약사들이 2011년 사형용 약품 공급을 거부해버렸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모두 사형제를 폐지했으며 유엔 등에서 사형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자 오하이오·미주리·텍사스주 등은 사형 집행을 연기하고 대응책을 찾기 시작했고, 주문조제형 혼합제를 사형에 쓰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Protestors urge Texan authorities not to execute : Richard Carson/Reuters


조제 약물은 안전 기준이 없거나, 주문자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성분 공개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형수들이 새 독극물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하이오가 사용한 물질도 사형집행용에 적당한지 확증되지 않은 상태다. 오하이오주립대 임상외과 조너선 그로너 박사는 맥과이어 사형에 쓰인 약물에 대해 “약물 과다복용의 부작용을 이용해 사형을 집행한 것”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말했다. 인권단체 리프리브는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두 개 주가 독극물을 사형용으로 비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사형집행용 약물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미국에서는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유럽의 반발로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낮다. 미국 전역의 병원에서 내시경 등의 용도로 연간 5000만번 이상 투약되는 프로포폴의 90%가 독일 프레지니우스 카비 등 유럽기업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마취약 사형’에 반대해온 미 에모리 의과대 요엘 지보트 교수는 “소름끼치고 비윤리적인 행동”이라며 “대중들도 자신들에게 쓰이는 약물이 사람을 죽이는 데 전용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