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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란, 핵 감축 실리외교… 시리아도 해결할까

by bomida 2014. 1. 13.

ㆍ20일부터 핵협상 이행키로… 동결자산도 단계적 해제

ㆍ최종합의 난관 예상에도 로하니 정부 외교력에 기대감

이란과 서방이 핵협상을 완성하기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핵 프로그램 일부를 포기하고 실리를 얻은 이란의 외교력이 탄력을 받아 시리아 중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미국 국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협상을 열고 지난해 11월 잠정 합의한 ‘공동행동계획’을 이행하는 일정에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이행안에 따라 이란은 오는 20일부터 6개월간 20% 농축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비축분 절반은 농축도 5% 이하로 희석시켜 고농축우라늄 해체에 들어간다. 서방은 이란의 자산 동결을 단계적으로 풀어준다. 다음달 1일 묶여 있던 석유대금 등 5억5000만달러가 이란에 처음 전달될 예정이다. 8차례에 걸쳐 총 42억달러 규모의 자산 동결이 해제된다. 금·귀금속·석유화학·자동차산업 제재도 완화돼 이란은 70억달러의 돈줄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필수 핵시설 사찰과 감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르도·나탄즈 핵시설과 원심분리기 생산공장도 사찰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안을 조심스럽게 환영하며 “장기 협상안이 쉽게 나올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국가안보와 평화, 세계의 안정을 위한 외교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중요한 단계를 이뤘지만 다음 협상은 더 큰 난관이 있을 것”이라며 섣부른 기대를 경계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은 “마침내 핵협상 이행 첫 단계가 시작된다”며 최종합의를 위한 협상도 2~3주 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파르스뉴스가 전했다.

이란은 고농축우라늄을 포기하는 대신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렀던 해외자산을 확보하는 목적을 이뤄냈다. 특히 이란이 최근 중동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성과를 얻어내면서 이란 외교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다음달 22일 열리는 시리아 평화협상은 이란의 입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3일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만나 이란을 시리아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일 것인지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케리는 이란이 시리아 평화로드맵에 동의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조건이 충족되면 미국은 이란의 참여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독일 측은 “조건 없이 이란이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이란이 큰 몫을 해주길 바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시리아 문제에 유엔과 서방은 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참여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란은 헤즈볼라 활동을 억제시키면서 반정부군과 평화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러 12일부터 레바논·요르단·이라크 방문길에 올랐다. 그는 첫 도착지인 레바논에서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란이 시리아 사태 ‘해결사’로 나설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동 순방길에 오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왼쪽)이 13일 첫 도착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와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AP


이란 내부에서도 시리아를 둘러싼 종파 간 갈등을 누그러뜨리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시아파 맹주 격인 이란은 같은 종파인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과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지원해왔다. 하지만 이란 수니파 성직자인 모울라비 압돌하미드는 지난 10일 “무슬림은 서로의 권리를 인정하며 형제애를 나눠야 한다”면서 “이슬람의 적들이 우리 공동체를 해치게 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핵협상 성과로 이란 내 보수강경파들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반대할 명분이 줄어들게 됐다. 이런 내부적인 요인으로 향후 로하니 정부의 외교행보는 더욱 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치권 역시 이란의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협상을 임기 내 최대 외교성과로 만들려는 오바마는 제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과 교수는 “미국은 이란을 옵서버로 한정한다고 하면서도 실상 이란을 시리아 해법의 돌파구로 보고 있다”며 “시리아 내전이 이란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