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역사의 흔적이 가득한 이집트 박물관이 치안 공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 인력이 시위 단속 등에 대거 투입되자 이 틈을 탄 유물 약탈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남부 아스완 박물관에서 파라오 시대 유물 등 문화재 96점이 사라졌다고 현지 일간 알아흐람이 1일 보도했다. 1912년 개장한 이 박물관에서 도난 사건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 창고 안쪽 문의 자물쇠가 부서져 있어, 박물관 측은 내부자 소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함마드 이브라힘 이집트 유물장관은 “범인을 찾아내고 문화재를 회수하기 위해 국제항구에 경찰이 투입됐고 인터폴에도 수사 공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17일 약탈을 당한 이집트 말라위 도시 민야 남부에 위치한 말라위 고대박물관에 석상과 진열장 등이 부서진 채 넘어져 있다. AP
박물관의 수난은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을 무너뜨린 아랍의 봄 이후 정국 혼란이 계속되면서 멈추지 않고 있다. 투탕카멘의 유물로 유명한 수도 카이로의 이집트박물관, 로마·비잔틴 유물이 많은 시나이반도 북부의 칸타라박물관도 약탈의 표적이 됐다. 요르단의 한 밀수업자는 파라오 시대 조각상과 로마시대 화폐, 중세 장신구 등 3753점을 빼돌리려다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남부 미냐의 말라위 국립박물관이 습격을 당해 1050점의 문화재가 약탈됐다. 범인들이 무게가 나가는 석상을 무리하게 옮기다 두고 가면서 크게 파괴됐고, 이를 막던 경비원 한 명은 사망했다. 900여점을 되찾았지만 원상 복구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3년째 이어진 정국 혼란은 박물관의 치안 공백과 함께 재정난도 불렀다.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해외 전시도 열 수 없게 된 탓이다. 이집트 전역의 박물관을 관리하는 유물부의 수입은 2010년 10월 1억1100만이집트파운드에서 지난해 같은 달 700만파운드로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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