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찰본부 폭발사건 직후 선언…정국 혼란 가속화 우려
이집트 정부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집단으로 선포했다. 이슬람권 최대 정치조직에 대한 전례없는 조치로, 정국 혼란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호삼 에이사 고등교육장관은 25일 “무슬림형제단과 관련 단체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고 현지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 사법부가 이를 확정할 경우 소속원과 연설·재정 지원 등 활동 참가자들은 처벌 대상이 된다. 불법단체 가담자는 최대 5년형까지 선고되지만 테러조직 가담자의 경우 형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85년간 이어온 형제단은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너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당시에도 탄압을 받았지만 정치참여 등 활동 자체가 금지된 것은 처음이다.
이집트 경찰 겨냥한 무르시 지지 대학생들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하는 이집트 카이로의 알아즈하르 대학생들이 27일(현지시간) 교내 건물 위에서 대치하는 경찰을 향해 새총을 겨누고 무르시와의 연대를 뜻하는 네 손가락을 펼친 채 서있다. 이날 충돌로 학교 건물 2개동에 화재가 발생했으며, 학생 1명이 숨지고 101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카이로|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지난 24일 다칼리야주 만수라 지역 경찰본부 건물이 폭탄 공격을 당해 고위 경찰 간부를 포함해 14명이 죽고 130명이 다친 직후 나왔다. 하젬 엘베블라위 총리는 형제단을 테러조직이라고 비난하며 “공격의 주범은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나이 반도에 근거를 둔 알카에다 연계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히고, 형제단이 공격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이집트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형제단을 뿌리뽑겠다는 단호함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난 7월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과 형제단 지도부를 반정부 시위에서 폭력과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
특히 무르시는 하마스·헤즈볼라 등 외국 세력을 끌어들인 혐의도 추가돼 혐의가 확정될 경우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미국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 칼릴 알 안나니는 “정부의 판단착오이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수감 중인 형제단
지도층과 젊은 소속원 간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에 폭력적인 보복과 저항을 일으킬 수 있어 1990년 알제리 내전처럼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집트 정부를 장악한 군부는 최근 반정부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새 집시법을 만들어 시위를 주도한 청년운동가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여론 옥죄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새 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반발이 커지는 세속주의 진영에 대해서도 무슬림과 마찬가지로 억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집트 정부를 장악한 군부는 최근 반정부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새 집시법을 만들어 시위를 주도한 청년운동가 3명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등 여론 옥죄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음달 새 헌법 국민투표를 앞두고 반발이 커지는 세속주의 진영에 대해서도 무슬림과 마찬가지로 억압의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군부가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가디언은 “만수라 사건은 합법적 정치표현이 막히면 (불만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준다”며 “무바라크 독재를 무너뜨린
혁명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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