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정부가 1월 새 헌법 국민투표 이후 총선보다 대선을 먼저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군부가 차기 정권 장악력을 높이려는 술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 대통령은 지난 29일 “헌법이 구성되면 6개월 내 선거를 치를 것이며, 총선에 앞서 대선을 실시하는 것이 위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월 군부가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내놓은 정권 이양 로드맵과 다른 일정이다. 군부는 “헌법이 마련되면 총선을 치러 내각을 구성할 것이고, 이는 민주적 정권 이양을 위한 절차”라고 강조해왔다. 이같이 일정을 바꾸는 것은 새로 선출된 대통령이 의회 구성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군부 지지자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의 사진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신화
현재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는 압둘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이다. 엘시시 장관은 아직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선될 경우 군부는 상당한 정권 지배력을 갖게 된다. 무스타파 카멜 알사이드 카이로대 정치학 교수는 “엘시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거 일정 변경은 세속주의자들의 요구도 한몫했다. 이들은 현 정부와 4차례 걸친 회담에서 대선을 먼저 치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에 이어 제2당에 오른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 알누르당은 “세속주의 정당들은 이슬람 진영이 커질 것을 걱정해 총선을 뒤에 치르려 하고 있다”며 “합의로 이룬 결정이면 (일정 변경에) 반대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세속주의 진영은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을 당시 무르시를 몰아내겠다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유혈진압을 묵인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과도정부를 장악한 군부는 새 헌법 국민투표와 선거를 앞두고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집단으로 지정하는 한편 형제단 지지세력에 대한 탄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세기재단의 마이클 와히드 한나는 “정부가 향후 선거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집단을 제압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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