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 도와주며 전쟁특수 누린 중동 기업들

2013. 12. 24. 23:00세계/중동과 아프리카

이란·이집트 등 석유기업 제재 위험에도 원유공급 … ‘비밀 무역’ 수수료 챙겨

밀·설탕·약품 수입업자도 엄청난 물가 업고 돈벌이


시리아는 3년째 전쟁을 치르며 국민 절반이 빈곤층이 됐다. 유엔은 실업률이 50%가 넘는 시리아에서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인구가 8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가 경제규모도 1000억달러 이상 줄어드는 등 완전히 파괴된 상태지만 고통받는 이 땅을 기회로 삼는 이들도 있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타격을 주기 위해 무역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주변 중동국의 기업들이 비밀리에 정부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제재를 뚫고 전달에 성공하면 상당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수입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AP.

로이터가 입수한 문건을 보면 시리아는 지난 2~10월 170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란산과 이라크산이 절반씩이다. 이란산은 이란에서 직접 받았고, 이라크산은 이집트 시디 케리르 항구를 통해 들어온 물량이다. 이라크산 원유는 이란 국영유조선회사(NITC) 유조선 4척으로 운반했는데, 공급자 중에는 레바논 무역회사와 이집트 에너지기업도 포함돼 있다. 이집트 기업은 시리아 국영석유기업 시트롤에 보내는 송장에 원유 대금 1억3000만달러에 1.8%의 수수료를 붙여 아사드의 측근 기업가의 계정으로 넣으라고 썼다. 미국과 유럽연합의 제재 명단에 올라있는 시트롤과 거래하면 함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위험을 감수할 만한 수익이 보장되는 것이다. 송장에는 “우리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시리아에 계속 (수출을) 보장할 것”이라고도 적혀 있다. 이 업체는 이미 5000만배럴의 석유·디젤 등을 공급했으며, 유조선 1척당 1500만달러의 수입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시리아의 석유생산량은 내전이 터지기 직전인 2010년 하루 40만배럴을 넘었으나 지난해 18만배럴까지 줄었다. 수입도 원활하지 않아 국내 공급량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사드 정권이 대규모 공격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비밀 무역 덕인 셈이다. 영국 유라시아그룹 아이함 카멜은 “아사드 정권으로 들어가는 석유 공급을 끊는 일은 매우 어렵다. 아사드는 여전히 아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에 남은 일부 상업자들도 전쟁으로 돈을 벌고 있다. 농업과 정부 대외 교역망이 무너지면서 총탄을 뚫고 밀·설탕·약품을 수입하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은행가는 “지난 몇 달간 우크라이나 등에서 40억~50억달러어치의 식품·약품이 수입됐는데, 3분의 1이 민간업자를 통한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경제학자 라비에 나세르는 “생필품 수입단가가 50%까지 올랐다”고 분석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커피 수출을 끊으면서 커피 수입에도 10% 이상 수수료가 붙고 있다.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교전이 치열해진 수도 외곽 지역은 휘발유 값이 10배, 가정용 가스는 20배나 뛰었다. 다마스쿠스의 한 상인은 “시리아는 카우보이와 갱단, 범죄자들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