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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독립 2년 만에 다시 피로 물드는 남수단

by bomida 2013. 12. 18.

ㆍ정부군·쿠데타 세력 충돌…1300명 사상·2만명 탈출

ㆍ석유 둘러싼 부족간 경쟁…내부 분열·참극 불러와

오랜 내전 끝에 독립한 신생국 남수단에서 또다시 유혈사태가 터졌다. 복잡한 민족 구성과 석유를 둘러싼 분쟁이 발목을 붙잡고 있다.

유엔은 17일 남수단 정부군과 쿠데타 세력 간 교전으로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8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도 주바 국제공항 인근에 마련된 임시피난소에는 주민 2만명 가까이 탈출해 있다. 

제라드 아르도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은 “상황이 극에 치달을 수 있는 민족적 충돌이 일어났으며, 위급 시 주둔 유엔군이 위임통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중화기까지 동원된 이날 총격전은 주바 외각에 위치한 육군 본부에서 일어났다.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이 전날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의 지지세력이 주도한 쿠데타가 진압됐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후 주바 시내는 야간통행이 금지됐고 공항은 폐쇄됐다. 마차르는 정부의 무능과 대통령 독재를 비판하다 지난 7월 부통령에서 해임됐다. 여당인 수단인민해방운동(SPLM) 내 지지기반을 모아 쿠데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수 배급 기다리는 피란민들 남수단 주민들이 18일 수도 주바에 위치한 국제공항 인근 유엔 임시피란소에 도착해 식수 배급을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유엔은 이날 새벽 정부군과 쿠데타 세력 간 총격전이 일어나 5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주바 | AP연합뉴스


이번 갈등은 독립 후 분열된 남수단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수단은 1955년 영국·이집트 통치에서 벗어난 직후 남북 내전이 시작됐다. 북부는 아랍계가 장악해 이슬람교들이 많았고, 남부는 기독교와 토속신앙을 믿는 아프리카 흑인 민족들이 지배했기 때문이다. 두 번의 전쟁으로 200만명 넘게 목숨을 잃고서야 2005년 미국의 중재로 총성이 멎었다. 이후 남수단은 2011년 국민투표로 수단에서 독립했다. 남수단은 주요 5개 민족이 다수를 이루는데 키르 대통령은 딩카족, 마차르 전 부통령은 누에르족이다. 한 군부 측근 인사는 “독재 탓에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얘기가 많으나 민족 간 영향력에 대한 불만이 많다. 장악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이 싸움이 수면으로 떠오르면 민족 간 분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쿠데타 시도 실패 후 관련 정부 고위직에 대한 체포가 민족에 따라 이뤄졌다는 소문도 나와 동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의 이면에는 대통령을 배출한 딩크족만 석유이익을 가져간다는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 남수단은 총 68억배럴의 수단 전체 석유 매장량 가운데 80%를 가졌지만 정제소와 송유관, 수출길인 항구는 모두 북쪽 수단에 있어 수입분배를 놓고 수단과도 일전을 치른 바 있다. 독립 6개월 만에 석유생산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남수단은 재정수익은 98%가 석유에서 나온다. 유일한 자원인 유전을 둘러싼 군부 내 부족 간 경쟁은 필연적인 결과다.

아직 사회기반과 안보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남수단에서 부패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8월 남수단 정부는 전·현직 공무원 75명이 국고 40억달러를 강탈했다고 밝혔다. 가짜 정부인력 1만1000명을 만들어 임금을 지급한 것이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감시기구의 캐시 코플랜드는 “두 주요 부족을 대표한 키르와 마차르는 국제사회 원조와 지원의 최대 수혜자이기도 하다”며 “이제 양쪽이 살아남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