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브라질, 무리한 경기장 공사 또 사고…카타르선 ‘현대판 노예’ 논란
월드컵 개최를 반년 앞둔 브라질에서 또 경기장 건설 노동자가 사망했다. 경기 일정 맞추기에 사활을 건 정부의 무리한 추진이 노동자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 지역의 노동법원은 16일 이곳에 들어설 아레나 아마조니아 경기장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관련 작업을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검찰이 “현장에서 안전규칙을 지키지 않고, 충분한 장비도 지급되지 않는다는 제보가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며 “대책이 나올 때까지 공사 전면 중단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내년 6월15일 잉글랜드와 이탈리아가 경기를 치를 이곳은 노동자 1900명이 24시간 내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공정률 93%를 보이고 있으며, 내년 1월 예정된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기장 평가 때까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지붕 장식을 달던 스물두 살 청년은 사고 당일 야간근무를 마무리하다 새벽에 밧줄이 끊어져 3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상파울루 코린치안스 경기장에서 500t짜리 지붕을 들어올리던 기중기가 넘어져 노동자 2명이 깔려 사망한 지 2주 만의 참사다. 마나우스 경기장에서는 지난 3월에도 40대 인부가 5m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브라질 일간 폴라 데 상파울루의 설문조사 결과 마나우스 법원의 결정에 대해 70%가 찬성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노동자 6명이 사망했지만 월드컵 경기장 12곳 가운데 6곳이 미완공 상태여서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여름철 폭우와 임금 지연 등에 따른 파업, 화재 및 대출과 관련된 법적 논쟁이 이어져 준비 일정이 지연되면서 2007년 33억레알(약 1조5000억원)로 예상된 건설 비용은 3배까지 늘었다. 정부는 국민들의 반발에도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사회기반시설 투자 예산을 대폭 삭감했고, 이는 브라질 전역에 반정부 시위를 불러일으켜 일정이 늦춰지는 악순환을 낳았다.
브라질 상파울루 코린치안스 월드컵 경기장 건설 현상에서 지난달 기중기가 넘어지면서 건물이 붕괴됐다. AP
아고스티 게리로 브라질 기술자연합 대표는 “정부가 3년을 경기장 위치 선정에 허비했다”며 “촉박한 일정은 안전사고를 포함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독일 도이체벨레에 말했다. 그동안 경기장 건설 일정에 우려를 표명해온 FIFA는 지난 14일 사고에 대해 “유가족, 동료
노동자들에게 애도의 말을 전한다”는 성명을 냈을 뿐 일정 지연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2022년 월드컵을 여는 카타르는 건설 현장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현대판 노예식’ 착취가 논란이 되고 있다. 네팔 등에서 건너온 이들이
50도가 넘는 곳에서 안전 장비도 없이 일하다 70명 이상이 사망했다. 앞으로 최소 5만5000~8만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한데, 경기가 열리기
전에 4000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일자 카타르 정부는 그제야 노동실태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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