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앙숙’ 미국·쿠바 정상 50여년 만에 한자리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떠나는 길에서도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다. 생각이 달라 등을 돌렸던 이들이 그의 추도식에서는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곳을 보며 한마음이 됐다. 이념과 종교를 넘어
‘마디바’를 추모하고 그가 남긴 메시지를 기억했다.
세기의 추도식… 역사의 거인, 만델라는 영원하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청년에서 노년으로 변한 모습이 10일 요하네스버그 인근 소웨토의 FNB 스타디움에서 열린 만델라 공식 추도식 화면에 비치고 있다. 비가 내리는 속에 거행된 만델라 추도식은 미국 정상과 쿠바 정상이 50여년 만에 함께하는 등 이념, 종교를 초월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만델라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기리며 하나가 되는 자리였다. 요하네스버그 |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10일 열린 공식추도식에는 100여명의 전 세계 전·현직 정상이 참석해 규모 면에서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식을 뛰어넘었다. 추도식은 유대·힌두·이슬람·기독교 성직자들이 종교를 넘어 차례로 만델라를 위해 기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들이 잇따라 연단에 올라 한마음으로 만델라의 위대한 유산을 칭송하고 기렸다.
이날 추도식에서는 미국과 쿠바의 정상이 냉전 이후 50여년 만에 손을 잡았다. 6개국 대표 정상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 시작을,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은 마지막을 장식했다. 오바마는 연단으로 가는 길에 카스트로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양국 정상이 만난 것은 50여년 만에 처음이었다.
악수하는 오바마와 카스트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이 1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FNB 스타디움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공식추도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50여년 만에 손을 맞잡으면서 만델라의 유산인 ‘화해’의 의미가 강조됐다. 요하네스버그 | AP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4명을 이끌고 추도식에 참석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도 현장에서 오바마와 함께하면서 미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으로 커진 갈등의
골을 잠시나마 메웠다. 짐바브웨의 장기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와 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어색한 동석을
했다.
만델라의 곁에서 20여년간 개인비서로 일했던 젤다 라 그란지는 지난 9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 자리에 온 정상들은
마디바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적과 악수를 하게 돼도,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싶다”며 “ ‘다름’이 있는 이들도 함께하도록 한
것이 만델라가 지금껏 해왔고 여전히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정상 간의 만남도 기대됐지만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추도식에 불참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달 서방과 이란의 핵협상이 타결된 후 적대적 관계를 풀어줄 훈풍이 불고 있으나 오바마와
로하니는 통화만 나눴을 뿐 대면한 적은 없다. 로하니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무함마드 샤리아트마다리 부통령이 대신 참석한다”고
밝혔다.
만델라 사망을 계기로 과거의 ‘적’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문 외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지만 각국의 철저한 계산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다. . 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우연한 만남이 있다면 계획한게 아니라 계획이 어그러진 것”이라며 “(정치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철저하게 주변을 경계하고 방향을 계산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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