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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란, ‘앙숙’ 사우디 등 아랍권에 화해 손짓…자리프 이란 외교장관 걸프국 순방

by bomida 2013. 12. 3.

ㆍ자리프 외교, 핵 타결 이후 중동 4개국 순방 등 지역외교 집중
ㆍ사우디 향해 “만날 준비 됐다” “관계 개선 원해” 지속적 신호

서방과의 핵 협상에 성공한 이란 정부가 주변국과의 관계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취임 후 강조한 외교정책의 핵심이기도 하다.

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3일 세 번째 방문국인 카타르에서 “이슬람권 내 모든 국가는 종파를 뛰어넘어 폭력의 위험성과 극단주의를 극복해야 한다”며 “종파분쟁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중동 내 안정을 꾀하지 않고는 국가 발전은 불가능하다는 로하니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달 24일 핵 협상 타결을 주도한 이후 지역 안정을 위한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27일 자국을 방문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의 외교장관과 경제·국경 문제 등을 논의했고, 다음날엔 이례적으로 테헤란을 방문한 압둘라 빈 자이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외교장관도 만났다. 이달부터는 직접 중동 순방길에 올라 지난 1일 쿠웨이트와 오만을 잇따라 들렀다.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 자리를 주선한 오만의 카부스 국왕에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준 데 감사를 표시했으며, 2일 카타르에선 하마드 국왕과 회담을 했고, 4일에는 UAE를 답방해 대통령·총리·외교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UAE 부통령 겸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비아 국왕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


 UAE 부통령 겸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통치자가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오만을 제외하고는 수니파가 다수인 주변 걸프국과 오랫동안 긴장관계를 유지했다. 이란이 미국 등 서방과의 화해를 계기로 중동에서 부상하는 것도 걸프국 입장에서는 경계의 대상이다. 이들은 핵 협상에 대해 “이란의 핵 우려를 잠재울 수 있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확실한 해결을 위한 ‘첫 단계’일 뿐이라는 데 방점을 뒀다. 저농축 우라늄을 갖게 된 이란에 맞서 UAE와 카타르 등은 자체적인 핵개발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등 이란과 이스라엘이라는 두 핵보유국을 두게 된 아랍권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란으로서는 걸프국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란은 수니파를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속적으로 적대적 관계를 풀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만날 준비가 됐고, 시점을 맞추는 것이 문제다. 신의 뜻이라면 조만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은 이란 내부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 중도우파 정치 거물인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사우디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이란의 향후 중동 외교정책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 협상 타결 이후 미국에 불만이 커진 사우디가 파키스탄으로부터 핵무기를 구입하는 등 독자적 외교정책을 추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우방에 대한 선택권이 많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란이 역내 시아파와 수니파 간 이견 조율에 성공할 경우 악화일로인 시리아 문제 해결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시리아 내전은 시아파의 바사드 알아사드 정부와 수니파의 반정부 간 종파 대리전으로 상황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프 장관은 “시리아 문제는 정치적 해결로 끝내야 한다”면서 “이 같은 비극은 수니·시아파 모두에 부끄러운 일이며, 이는 이슬람 세계, 중동의 망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