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등산하며 국민과 더 가까이… 여론얻고 최종 협상 길닦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터번을 벗고 대중과 만났다. 성직자 출신인 로하니 대통령은 항상 공석에 하얀 터번에 검정 예복을 갖춰 입는다(작은 사진). 하지만 지난 6일 자신의 이름을 딴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18장의 사진들은 사뭇 다르다. 편한 운동복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여성, 젊은이들과도 어울리고 있는 모습들이다.
사진 속 로하니 대통령이 향한 곳은 수도 테헤란 인근 산이다. 정상에는 스키장도 있어 주말에 많은 이들이 찾는다. 그는 등산용 스틱을 들고 비포장 도로를 따라 걸으며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석양을 배경으로 포즈도 취했다. 그를 수행하는 이들도 운동복을 입고 있다. 사진들 밑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등산을 한다’고 설명도 적었다. 정복을 고수해온 그가 소탈한 모습을 보인 데는 친근하고 온건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방과 핵협상 이후 국내 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사전포석이기도 하다.
이란은 6개월간 핵 프로그램 일부를 중단하는 대신 경제제재 완화를 얻어냈다. 최종 협상까지 많은 논의가 남았지만 가장 큰 난관은 국내 강경 보수파와 회의주의자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일이다. 로하니는 7일 사히드베헤스티대 연설에서도 이 목표를 다시 내비쳤다. 그는 “원자력은 우리의 권리이지만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 삶의 질과 복지를 더 좋게 만드는 것도 명백한 권리다. 부당한 제재를 없애는 것 역시 권리”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과 현실 간 권리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란의 입구를 봉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강연에 온 학생 1000여명 가운데 로하니 외교를 지지하는 이들은 “중용”과 “개혁”을, 반대파들은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각각 외쳤다. 교육받은 젊은층의 정치적 분열은 이란 사회 전체 모습의 단면이다. 특히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 2명이 아라크 중수로 원자로 건설현장 방문을 위해 이란에 도착해 2년 만에 사찰 작업에 들어간다. 또 새로운 원심기에 대한 정보도 공개하면서 이번 협상의 약속을 지키는 수순에 들어갔다고 현지 IRNA가 보도했다.
운동복 차림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6일 수도 테헤란 인근 산에 올라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로하니 대통령 홈페이지
이 같은 조치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공개적으로 환영하면서 강경파들이 대놓고 반발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제든 불만은 터져나올 수 있다.
혁명수비대 사령관 호세인 살라미는 “융통성을 보여줬으니 모든 (서방의) 제재는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은 취소돼야 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로하니 정권의 측근 파르샤드 고르반푸어는 “(강경파는) 때를 기다리며 협상의 약점을 찾을 것이다. (협상 문제가) 다 끝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이란 국민의 저항”이라며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고 현지 파르스뉴스가 전했다.
운동복 차림의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수도 테헤란 인근 산에 올라 찍은 독사진들. | 로하니 대통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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