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제위기에 앞다퉈 고용규제 철폐… 소득불균형 키워
세계 경제위기가 초래한 유럽의 노동시장 변화가 심상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3일 유럽이 ‘미국식’ 노동 개혁을 단행하며 유럽의 전통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등을 중시하는 유럽의 노동정책은 지난 수십년간 노동권 보호에 방점을 뒀다. 정부가 노동시장에 개입하고, 노동조합 가입률도 높았다. 노동유연성을 경쟁력으로 선택한 미국과 대조됐다. 그러나 스페인은 부채위기를 겪으면서 일시·부당해고 제한을 완화하고,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기한을 4년으로 연장했다. 그리스는 지금까지 4차례나 최저임금을 삭감했다. 2008년 190만명이던 포르투갈 노조가입자는 지난해 30만명으로 줄었다.
이들 남유럽국은 경제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구제금융을 받으려 강력한 긴축을 감내하고 있다. 통화 가치를 낮춰 수출 길을 뚫어보려고 해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묶여 있어 도리가 없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이들이 선택한 것이 노동비용 축소다. 레몽 토레스 국제노동기구(ILO) 선임경제학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르고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면서 각국 정부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고용규제 철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독일 거시경제정책연구소 앤드루 와트 대표는 “가장 취약한 곳이 먼저 규제를 철폐하는데, 첫 번째는 독일, 지금은 스페인, 다음은 프랑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도적으로 노동시장을 개혁한 독일은 유럽 내 ‘모범사례’가 됐다. 실업률을 낮췄고, 유럽연합의 경제 정책 입안에서도 강력한 목소리를 갖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 동독의 산업구조 개선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 경쟁을 강조하며 낮은 임금의 단기계약직인 ‘미니잡’이 생겨났다. 이제 노동자 5명 가운데 1명은 미니잡으로 고용되고 있고, 소득불균형도 커졌다. 소득 하위 50%가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22%에서 17%로 떨어졌다.
이 같은 정책의 확산은 사회적 유대가 끊어지고 불평등이 커지면서 평등 가치를 강조하는 유럽의 근본 가치를 흔들고 있다. 미국 코넬대 노동연구소의 로웰 터너는 “유럽연합의 경제 정책은 유럽 내 뿌리 깊은 평등사회 약속과 항상 충돌했다”며 “경제위기는 이 긴장감을 악화시켰고, 머지않아 이 균형은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트 대표는 “한 번 망가진 복지국가 체계를 재건하는 것은 어려워 장기적인 희생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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