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협상 타결로 이란의 국제원유시장 복귀에 훈풍이 불고 있다.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유럽 기업들과 만나고 있고, 간접적으로 미국 기업들과도 접촉해 이란에 투자 재개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8년 만에 장관직을 다시 맡은 잔가네는 1990년대 프랑스 석유사 토탈과 네덜란드·영국의 합작 정유사인 로열더치셸, 이탈리아 ENI, 노르웨이 스타토일 등 서방의 주요 기업들이 이란 석유·가스 산업에 발을 들여놓도록 한 인물이다. 이들 기업은 서방의 제재가 시작된 뒤 투자를 철수했다. 잔가네는 “이들 역시 설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란은 이번 협상으로 선박보험 문제도 일부 풀어 원유 수출에 숨통을 텄다. 이 보험은 영국 등 유럽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데, 제재 조치의 하나로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가입을 막았다. 원유 수송과정의 위험성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자 이란 원유 수출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란 정부가 자국 유조선으로 수송을 해주거나 추가 담보를 설정하면서 수출 비용이 올라가기도 했다. 합의안은 현재 평균 수출량(하루 100만배럴)까지는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의 케빈 북 대표는 “보험이 가능해지면 하루 20만~40만배럴의 추가 수요가 예상된다”며 “지난달 하루 71만5000배럴까지 수출량이 떨어졌으니 28만5000배럴씩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세계 4위의 산유국인 이란은 서방 제재로 막혀버린 ‘오일머니’를 돌게 하려고 핵 협상 타결에 목을 맸지만 당장 원유 수출이 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다. 하루 250만배럴이던 수출량은 8년간 서방과 맞서면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기간 외국 기업들의 진입이 막혀 생산력과 기술력도 떨어졌다. 북 대표는 “비축분이 있기는 하지만 한 달 내 30~40만배럴씩 늘리는 것은 힘들 것”이라고 봤다. 잔가네 장관은 “석유 산업에 최소 500억달러의 외국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가에도 아직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UBS증권 에너지시장 분석가 줄리어스 워커는 “시장은 이란 공급분이 늘어날 것이라는 데 회의적 반응”이라며 “협상안이 더 분명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에서는 낙관적 전망이 많다. 장기간 끌어온 핵 논쟁이 끝나고 다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리 마제다이 이란 국제무역 차관은 석유부 통신망 샤나에 “많은 기업들이 평판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해 이란과 거래를 끊는 경우가 있었다”며 “ ‘심리적 제재’를 풀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추가 협상이 진행되는 6개월간 이란 석유에 대한 새로운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면 단발 거래 대신 기간계약이 가능하다. 이번 협상으로 일부 수출이 가능해진 석유화학 제품도 달러 수익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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