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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 통화팽창정책 축소 불안에 신흥국 통화 ‘몸살’

by bomida 2013. 8. 20.

ㆍ투자가들 자본 회수… 인도는 경제위기 이후 최악


인도, 브라질을 비롯한 신흥 경제국들의 통화가치가 일제히 폭락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해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탓이다.

특히 인도 루피화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루피 가치는 사흘간의 거래일 동안 연속 하락, 20일에는 1달러당 64.04로 떨어지며 “기록적으로 낮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루피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2%, 지난 2년간 44%가 떨어졌다. 주식시장도 얼어붙었다. 뭄바이 증시 BSE센섹스지수와 국립증권거래소 니프티지수는 각각 0.9%, 1.1% 빠졌다. 

미국 투자회사 JP모건은 이날 인도 증시전망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JP모건은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도 금융 상황이 이미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어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로라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통화가치는 지난 5월22일 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 중단을 시사하면서 요동치기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국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푸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했는데, 이를 중단하면 시중 통화량이 줄어들어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 신흥국 통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신흥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투자사 스톤하버의 채권전문가 앵거스 할케트는 신흥국들의 경우 “경상적자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18년 만에 최대 무역수지 적자폭을 기록한 브라질 헤알화는 5월 말 이후 달러 대비 가치가 15%가 떨어졌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역시 지난 19일 4년 만에 최저점까지 내려갔고, 주가는 5.6%가 떨어졌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2분기 적자가 늘었다는 중앙은행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도 올해 17%나 급락했다. 수출과 내수가 줄어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태국도 주가가 이번주 들어 2% 넘게 빠졌다.

이들 신흥국은 과거 높은 성장세가 꺾인 데다 당국의 경제 관리력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야스완트 신하 전 인도 재무장관은 “정부가 경제를 제어할 수 없게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크레디스위스의 경제분석가 로버트 프라이어 완데스포르드는 “가장 큰 걱정은 정책당국이 작은 조치로 해결할 수 있는 위기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이라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14일 자국 기업·개인의 외화 유출을 막는 자본 통제안을 내놔 주식 및 채권시장 폭락세를 악화시켰다. JP모건의 아시아 경제분석가 자한기르 아지스는 “제한을 푸는 조치로 장기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며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막는 것뿐 아니라 돈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의 위기감이 커지기는 했으나 해결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카우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경제분석가는 “경상수지 적자와 루피화 가치 하락이 같이 왔지만 1991년 수준의 위기는 아니다”라며 “인도의 경우 과거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루피화를 안정화시킬 수 있어 IMF 차관은 필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