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국서 인공연골 만들어
ㆍNASA는 음식프린터 연구
ㆍ실제 인체 적용은 ‘먼 길’
입체(3D) 프린터가 모든 것의 본을 뜨는 시대가 됐다. 총과 비행기도 만들고 망가진 뼈와 치아의 대체품도 내놓는다. 3D 프린터가 심장 등 인간의 장기를 찍어내게 되면 의학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미국 ‘스크립스 클리닉’의 정형외과 의사인 대릴 디 리마 박사는 소의 조직을 가지고 인공 연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오래된 잉크젯 프린터를 개조해 고안한 3D 프린터 덕에 가능했다.
박사의 인쇄 방식은 이렇다. 종이에 잉크를 뿌려 글씨를 입히듯 살아있는 세포를 포함한 젤(gel)을 분사한다. 대신 단층이 아니라 이를 한 층 한 층 쌓아 올려 입체적인 조직을 완성했다. 이를 사람에게 이식하려면 추가 연구와 임상실험이 필요하긴 하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관절염을 앓는 환자의 연골에도 적용할 수가 있다.
올 5월 미국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권총과 이번 연골의 제작 과정은 비슷하다. 잉크 역할을 플라스틱과 금속 가루가 하느냐, 아니면 신체를 조직하는 세포가 하느냐의 차이다. 두 경우 모두 프린터 헤드에서 잉크를 뿜어내며 벽돌을 올리는 것처럼 설계에 따라 층층이 재료를 쌓는다. 중간중간 자외선이나 레이저를 쪼여 플라스틱과 세포가 엉길 수 있도록 한다.
아무리 복잡한 장치도 입체 프린터와 설계도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완성도 높은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들어가는 재료를 정확히 계량할 수 있어 낭비도 줄어든다. 입체 프린터로 출력하면 부품들을 모아 조립할 필요가 없어진다. 기술자나 장인의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구조에도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입체 프린팅 기술은 1984년 처음 개발됐지만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입체 프린터가 대중화되면서 완성품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소품과 치아 임플란트·교정기에는 흔히 사용되고 있고 무인비행기(드론)도 실제 제품이 나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에서 음식을 해먹을 수 있도록 음식 프린터도 연구 중이다. 식품을 구성하는 단백질 등 영양분과 탄소를 가루형태로 넣어 ‘잉크’로 삼는다. 피자를 만들려면 도우와 토핑을 각각 인쇄한 뒤 익혀 먹는 식이다. 현재 개발된 음식 프린터는 케이크 위의 장식물과 치즈, 쿠키 반죽 등을 재료로 쓰기도 한다.
‘바이오프린팅’은 입체 프린터 기술의 최고 단계로 불린다. 장기가 필요한 사람의 신체에 꼭 맞는 조직을 찍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살아 있는’ 잉크가 필요하다. 보통은 특수의료 젤 안에 섞어 놓은 세포를 쓴다. 이미 연골과 뼈, 피부, 혈관, 간 등 조직을 원형 그대로 뽑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의 입체 프린팅 업체 ‘오가노보’는 간 조직을 작은 조각으로 출력해 약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텍사스대 연구원 토머스 보랜드는 유방절제수술을 한 여성들이 자가 지방을 본떠 이식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는 미래 재생의학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심근경색에서 오는 손상을 회복시키기 위한 심장 세포 프린팅을 연구 중이다.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장기를 그대로 본떠 유사한 세포 조직을 찍어낼 수는 있지만 살아서 뛰는 심장을 통째로 만드는 단계는 아닌 것이다.
특히 앞으로 각광받게 될 ‘잉크’는 어떤 조직으로든 자랄 수 있는 줄기세포인데, 이를 얼마나 정확한 조합으로 배열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인지는 기술력에 달려 있다. 프린터로 만든 조직에 어떻게 영양을 공급하고 피를 돌게 해 기존의 신체 다른 조직과 융화시킬지도 관건이다.
디 리마 박사는 “연골은 세포 가짓수가 많지 않고 혈관도 없어 비교적 간단한 조직이지만 실제 인체에 적용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계를 프린트할 때도 층별로 분사할 재료가 달라진다. 인공조직은 층별 세포의 종류도 다르고 세포의 구성, 배열 방향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현장 보고서 - 물은 기본권이다] 볼리비아 코차밤바 ‘물 전쟁’ 이끈 오스카 올리베라를 만나다 (0) | 2013.08.21 |
---|---|
[2013 현장 보고서 - 물은 기본권이다] 코차밤바 ‘물 전쟁’이란 (0) | 2013.08.21 |
미 통화팽창정책 축소 불안에 신흥국 통화 ‘몸살’ (0) | 2013.08.20 |
‘악마의 변호사’ 자크 베르주 별세 (0) | 2013.08.16 |
새 포유류 ‘올링귀토’ 발견…100년간 너구리로 오해 (0) | 2013.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