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범인들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악마의 변호사’로 불린 자크 베르주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크리스티앙 샤리에르 부르나젤 프랑스 변호사협회 회장은 “몇 달 전 쓰러져 체중이 많이 빠지고 잘 걷지 못했다. 얼마 살지못할 것 같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갈 줄은 몰랐다”며 사망 사실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식민주의·공산주의자인 베르주는 1950년대부터 혐의를 뒤집기 힘든 사건들의 피고인들을 자청에 맡으면서 이름을 알렸다.
베르주는 이밖에 독일 나치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 고위인사 클라우스 바르비와 프랑스의 ‘뱀’으로 불린 연쇄살인범 샤를르 소브라즈, ‘자칼’이라고 알려진 국제 테러범 카를로스 등의 사건을 맡았다. 1970년대 캄보디아 대학살을 일으킨 크메르루즈 정권의 지도자 폴 포트와 돈독한 관계였으며 또다른 크메르루즈 전범인 키우 삼판의 변호를 했다.
2003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체포된 직후 재판 변호인단 선정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이름도 베르주였다. 2008년 타리크 아지즈 당시 이라크 외무장관이 베르주를 비롯한 레바논계 프랑스·이탈리아 국적의 변호사 4명과 함께 변호팀을 꾸렸다. 그러나 후세인의 가족은 베르주를 최종 변호인단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그는 태국에서 태어나 인도양의 프랑스령 레위니옹 섬에서 자랐다. 2차대전이 터진 열 일곱에 샤를 드골의 레지스탕스 프랑스자유군에 뛰어들었고 1945년 공산당에 가입했다.
베르주는 아버지가 베트남 국적의 어머니와 결혼한 뒤 공직을 잃는 것을 지켜본 뒤 레위니옹섬에서 지내면서 극력한 반식민주의 성향을 갖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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