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포린폴리시 공개… 60~70년대 1650명 대상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냉전시대 때인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1929~1968)와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71·사진) 등을 감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국민뿐 아니라 해외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정보수집의 ‘역사’는 과거 냉전시대에도 진행 중이었다.
국가안보국을 연구하는 매튜 에이드와 조지워싱턴대 국가안보문서보관소의 선임연구원 윌리엄 블러는 최근 정보공개를 통해 얻은 1967~1973년 국가안보국의 공식문서를 지난 25일 포린폴리시에 공개했다. 여기에는 총 1650명을 비밀리에 감시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미국 정부의 도·감청은 베트남전을 앞두고 확산된 반전 분위기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알리는 1967년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한 뒤 채피언 자격을 박탈당하고 경기 출전도 정지됐다. 감청은 이후 6년간 계속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흑인 민권운동가 킹 목사와 휘트니 영도 감시를 당했다. 뉴욕타임스의 톰 위커, 워싱턴포스트의 풍자작가 아트 부크월드 등 언론인도 대상에 포함됐다. 이 밖에 배우 제인 폰다와 흑인운동가 스토클리 카마이클도 감청 대상에 올랐다.
권투 영웅 무하마드 알리(오른쪽)가 지난 1973년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한 경기장에서 강적 켄 노턴과 리턴 매치를 치르고 있다. AP
‘미너렛(Minaret) 작전’이라는 이름하에 작성된 국가안보국의 정보수집 보고서는 작성과 동시에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에게 바로 전달됐다.
당시에도 반전 운동가를 감시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결국 의회 논의를 촉발시켜 도·감청이 법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이뤄질 수 있도록 1975년 해외정보감시법원이 만들어졌다. 감시법원은 현재 미국의 감청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이기도 하다. 안보국은 법원에 감청 승인을 받기 위해 허위자료를 제출했고, 법원은 안보국의 승인 요청 대부분을 허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권한을 법적 틀 안에 제하기 위해 만든 법원이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법원을 구성한 주체는 시민 권리보호를 추구하는 처치위원회였다. 당시 위원장이었던 민주당 프랭크 처치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베트남전을 지지했던 처치 위원장과 공화당 하워드 베이커 의원도 NSA 감시 대상에 올랐다. 에이드는 “처치 의원은 자신이 도청당했는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며 “제한없는 감시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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