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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중앙 아메리카 경제 뒤흔드는 커피 병충해

by bomida 2013. 7. 15.

중앙아메리카의 커피 산지가 곰팡이 병충해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미 경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현지시간)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를 주로 생산하는 중미 커피 농장의 절반이 커피 ‘녹병’에 시달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곰팡이균이 퍼져 나뭇잎이 녹색 반점 형태로 타 들어 가는 이 병은 전염성이 강해 확산을 막으려면 뿌리째 뽑아버리는 방법밖에는 없다.

커피 나무를 새로 심어 다시 열매를 수확하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이 걸린다.

특히 이번 녹병은 그동안 안전지대로 꼽혔던 고지대 농장에도 확산돼 피해를 키웠다. 평년보다 많은 강수량과 높은 기온이 수년간 이어진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습기와 더운 날씨는 곰팡이 균을 키우는데 최적의 조건이다.

이 때문에 2012~2013년 중미 커피 산출량은 전년 대비 20%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970~1980년대처럼 커피가 이 지역 원자재 산업의 흥망을 좌우하지는 않지만 이번 손실액 6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어서 충격이 크다. 특히 니카라과, 온두라스, 콰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가 피해를 많이 입었다.


미주개발은행(IDB)에 따르면 중미는 연간 1800만 봉지(봉지당 60㎏)의 아라비카 원두를 생산, 전세계 아라비카 생산량의 5분의 1을 담당한다.

과거에도 녹병은 중미 농장들에 발생적이 있다. 그러나 원두 생산 점유율이 높았을 때는 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올라가 각 농장의 이윤은 바뀌지 않아 손해가 적었다.

반면 올해는 중미의 생산은 줄었지만 브라질은 올해 대풍작을 이뤘다. 현재 공급 과잉상태인 커피의 가격은 몇 년째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라비카 원두 가격은 이달 4년만에 최저치인 파운드 당 1.17달러로 낮아졌다. 지난 30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1년 5월 파운드 당 3.08달러보다 60%가 저렴하다.

중미 커피 산업은 산출량 감소와 가격 하락의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국제커피협회의 로베리오 실바 회장은 “(현 상태는) 이 지역의 재앙”이라며 “커피 녹병은 단순히 커피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인 질병”이라고 말했다.

중미 각국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 지역 시골 지방의 일자리 감소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커피는 200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요 산업인데 녹병의 확산으로 이미 2012~2013년 40만명이 실직했다.

카루칠 커피협동조합의 에드거 카릴로 사무총장은 “농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이미 실업률이 높은 도시로 가고 있다” “국내외 이주율은 점점 높아지고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중미와 마찬가지로 아라비카 원두를 주로 생산하는 콜롬비아는 5년 전 녹병이 크게 번진 후로 나무를 다시 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비료 개발과 교육에 14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다. 정부와 커피농장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나서야 1970년대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던 생산량은 간신히 회복됐다.

그러나 중미 각국 정부는 비슷한 조치를 취할 만한 재정적인 여유가 없다. 특히 이 지역 소작농들은 나무를 뽑아내고 새로 커피를 수확할 때까지 버틸 여력도 없다.

미국 국제식품정책연구소 멕시모 톨레로 수석 분석가는 “산출량이 다시 회복되는 3년간 농가 사정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