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화가 오토 딕스의 그림 ‘레오니’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 쿤스트뮤지엄에 걸려있다. 이 미술관은 나치 시절 미술품 중개상이었던 힐데브란트 구를리트가 수집한 1000여점의 작품에 대해 첫 공개전시회를 1일부터 열었다. 이들 작품은 나치가 ‘퇴폐 그림’이라고 낙인찍어 헐값에 팔리거나 강제로 빼앗긴 그림들이다. 베른|AP연합뉴스
독일 나치 시대에 ‘퇴폐 그림’으로 낙인찍혔던 작품들이 처음으로 전시회장에 걸렸다. 당시 나치 정권은 이 그림들을 폄훼해 인가를 받은 중개인들에게 헐값에 넘기거나 강제로 빼앗았다.
AFP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부터 내년 3월까지 스위스 베른, 독일 본 미술관에서 그림들이 전시돼 처음으로 일반 대중들이 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작품 1000여점은 나치의 미술품 중개상 힐데브란트 구를리트가 수집한 것이다. 사후 아들 코르넬리우스가 보관해오다 2010년 그가 스위스에서 독일 뮌헨으로 가던 중 세관에 적발되면서 존재가 드러났다. 당시 거액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던 것을 수상히 여긴 세무당국이 잘츠부르크 자택과 뮌헨 아파트를 압수수색한 결과 액자에도 끼지 않고 방치된 그림 1500여점이 발견됐다.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은 잘츠부르크의 집 부엌 찬장 뒤에 놓여 있었고 모네와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미공개 작품도 있었다.
스위스 베른 쿤스트뮤지엄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한 관람객인 독일 화가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우울한 소녀(Melancholisches Maedchen·왼쪽)’와 ‘숲속의 누드 여성(Nackte Frau im Walde·가운데)’ 그림을 보고 있다. 베른|AP연합뉴스
스위스 베른 쿤스트뮤지엄에 전시된 독일 화가 에밀 놀데의 ‘젊은 연인(Junges Paar·왼쪽)’과 ‘논의(Diskussion·가운데)’ 그림 앞에서 관람객들이 이야기 하고 있다. 베른|AP연합뉴스
스위스 베른 쿤스트뮤지엄에 전시된 독일 인상파 화가 로비스 코린트의 자화상을 앞에서 관람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베른|AFP연합뉴스
러시아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 ‘무거운 유혹(Schweres Schwebe)’을 한 관람객이 보고 있다. 베른|AP연합뉴스
스위스 베른 쿤스트뮤지엄에서 한 관람객이 독일 화가 오토 뮐러가 자신의 부인을 그린 초상화에 대한 설명을 읽고 있다. 베른|AP연합뉴스
그림들의 가치는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이 나치가 유대인으로부터 빼앗은 것이어서 그림의 존재가 알려진 뒤 소송이 제기됐다. 독일 인상주의 화가 막스 리버만의 ‘해변에서 말 타는 사람들’과 앙리 마티스의 ‘앉아있는 여자’는 원래 소유자에게 돌아갔다. 세잔의 그림 역시 친척들이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그림이 구를리트에게 넘어간 경로가 분명하지 않아 소유권 이전 논의가 진행 중이다.
2014년 숨을 거둔 구를리트는 모든 그림을 스위스 베른의 쿤스트뮤지엄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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